[모란봉] 뱁새와 황새의 새로운 신화

박신호 방송작가 | 기사입력 2021/11/18 [23:18]

[모란봉] 뱁새와 황새의 새로운 신화

박신호 방송작가 | 입력 : 2021/11/18 [23:18]

▲ 박신호 방송작가   

오랜만에 북한 형편이 궁금해서 평양시 구경부터 나섰다. 우선 한국의 심각한 주택문제가 떠올라 주거 형편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을 김정은이나 김여정이 초청할 리도 없고 그렇다고 간첩처럼 숨어들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인터넷에 들어갔다. 일순 눈을 의심했다. 평양시가 온통 고층건물로 화면을 뒤덮고 있었다.

 

다시 보니 각양각색의 고층아파트가 촘촘하게 눈을 현혹하고 있었다. 화면을 돌러 ‘만수대 창전거리’의 고층 살림집을 보고 ‘미래과학자거리’ ‘여명거리’를 봤다. 82층 아파트도 있고 45층 아파트도 있다. 오피스텔이란 주거유형도 등장했고 최신형 단독주택도 보였다.

 

뿐만이 아니다. 올해는 ‘보통강안지구’에 최고의 엘리트들을 위해 제공되는 살림집이 지어질 것이라 한다. 북한이 갑자기 유전을 발견해 산유국이 된 것도 아닌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 수십여 년을 매일 북한 속을 들여다보며 살았던 나 같은 사람도 북한이 제공한 화면을 보면 잠시라도 현혹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저들이 홍보용으로 제공하고 있는 화면으로 평양시의 건축물이나 아파트를 보자면 ‘부러움 없는’ 도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 내가 평양을 방문하면, 승용차에서 지나가며 늘어선 건축물들을 주마간산으로 보노라면 놀라워할 것이다. 눈을 의심할 것이다. 그러곤 이내 소리 없이 웃을 것이다. 

북한의 허례허식은 대대로 이어오고 있다. 북한 정권은 생겨나면서부터 세상에 잘 사는 나라처럼 보이기 위해 늘 평양 치장부터 시작했다. 김정은이라고 해서 다를 것 없다. 

처음 그는 ‘인민 대중 제일주의’라고 해서 인민 중심의 시설이라 할 물놀이장과 유희장을 지어 놓고 주민을 동원해 즐겁게 노는 모습을 연출해 왔으며 승마장, 스키장 같은 걸 지어 놓고는 외국 관광객이 금방이라도 수십만 명이 올 것처럼 선전했다. 

그렇다고 건설 비용을 정권이 부담하지도 않는다. 기초자재도 변변히 대주지 않고 주민에 떠넘기기 일쑤이다. 그러다 보니 공사는 부실하기 그지없으며 게다가 무리한 속도전 공사로 건축물이 무너져 많은 희생자를 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한편으로는 핵무기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민들은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핵에 매달리고 있는 거다.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이 약 111만 톤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로 말미암아 올해 634만여 명의 북한 주민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게 됐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북한은 식량난에서 벗어 본 일이 없다. 매년 적어도 40~50만 톤의 식량이 부족해 외부의 원조로 겨우 기아를 면할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올해는 국제 제재와 코레라19로 국경을 폐쇄해 밀무역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원조도 끊겨 식량난은 공포의 수준으로 가증될 것이다. 

 

지난해 북한 경제는 23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7월 30일 발표한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결과’를 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1조 42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대규모 기근을 겪던, ‘고난의 행군’ 때인 1997년 (-6.5%) 후 23년 만에 최저 결과를 기록했다. ‘고난의 행군’ 당시 북한 주민 아사자가 얼마나 많았던지 미쳐 헤아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길가에 시체가 즐비했다 한다. 수십만 정도가 아니다. 그때의 북한 형편을 미루어보면 올해 아사자가 얼마나 생길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한반도에는 오랫동안 먹구름이 덮여 있다. 올해의 먹구름은 한미연합군사훈련 때문인가? 아니면 죽자 하고 핵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김정은 때문인가?

 

남북한의 국력은 이미 판가름 난 지 오래다. 이미 20~30배의 차이가 난다. 뱁새와 황새다. 우린 경제력도 있고 힘과 위신도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나 김여정이 독설을 퍼 불 때마다 움츠릴 것인가? 

 

박신호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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