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군에서 의병으로’ 시평

직업문화 통해서 본 정치와 대통령, 그리고 참모

김병록 예비역 해군제독 평화통일시민연대공동대표 | 기사입력 2021/11/20 [11:10]

‘관군에서 의병으로’ 시평

직업문화 통해서 본 정치와 대통령, 그리고 참모

김병록 예비역 해군제독 평화통일시민연대공동대표 | 입력 : 2021/11/20 [11:10]

▲ 김병록 예비역 해군제독 평화통일시민연대공동대표


1971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2주 예정의 감옥실험이 엿새 만에 끝났다. 24명의 대학생이 무작위로 간수와 죄수 역할을 맡았으나, 교도관 역할의 사람들이 권위적으로 행동했고, 가혹 행위까지 했다. 특정 직업문화에서 나타날 행동과 리더십 경향을 보여 준 사례이다.

 

시행착오인지 선견지명인지 모르지만, 영국 등 국가에서 배울 내용이 있다. 영국은 민주주의가 빨리 정착되고, 개혁적 정책을 통해 유혈 혁명이 없었으며, 관습과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이다. 캐나다와 영국은 불문율로 판사, 감사위원, 기자 등 직업군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 캐나다에서는 판사가 변호사 개업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21대 국회의원 중에서 15% 이상인 46명이 법조인이다. 여야당 유력후보 네 명 중에서 세 명이 법조인이고 한 명은 기자출신이다. 감사원장은 판사출신이었다. 

 

주간 조선(2021.11.1.)에 따르면 영국은 출세 상징인 권력·명예·재산을 모두 탐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권력만 있을 뿐 돈과 명예는 없다. 재벌은 권력과 명예를 동시에 탐하지 않는다. 영국인들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한 사람이 세 개를 다 가질 수 있는 나라에서 공정한 사회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한국은 사회통합측면에서 멕시코, 터키에 이어 세 번째로 갈등수준이 높다. 아직까지 분단 상태에서 적대적 대결을 유지하는 지구상 유일한 국가이다. 그밖에 산적한 국정을 위해서 특정 직업문화가 갖는 장단점을 알 필요가 있다.

 

종교인은 성직자가 되는 순간 신자의 존경을 받으며 명예를 갖는다. 큰 교회와 절은 부를 갖고, 신자 정치인을 통해서 간접 권력도 갖는다. 제정일치사회와 현대 신정국가를 제외하고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 있으나, 어떤 정치인은 종교행사에서 결례를 하기도 했다. 정치를 꿈꾸는 종교인과 신자는 다른 종교와 교리도 알아야하며. 종교로 편을 가르면 안 된다. 무소유 정신으로 부와 권력을 버리고, 낮은 자세로 신자를 섬기며, 포용성을 갖추어야 한다.

 

두 명의 군인출신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군사정권 시절에 최고 권력기관으로, 계엄사령관인 현역 총장이 문민 장관보다 위상이 높았다. 현재는 문민통제와 정치적 중립이 정착되었고, 국방부장관은 민간 출신을 요구하는 여론도 있다. 낮은 계급에서 오랜 기간 단계를 밟으며 성장하고, 진급인 명예가 전부이다. 정치적으로 취약한 요소는 사회와 떨어진 삶으로 사회적 맥락이 부족하다.

 

전염병 퇴치 등 포괄적 안보보다 군사안보만 중시하고, 안보의 궁극적 목표인 평화와 통일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북방외교와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의 통일정책 추진은 좋은 표상이다.

 

법조계는 고시에 합격하는 순간 현수막이 붙는 명예와 영감으로 불렸을 만큼 권력을 가졌다. 법무부와 권한을 다투는 모습은 과거 군대를 보는 듯하다. 변호사가 되면 행동이 180도 바뀌어 검사와 승부를 겨룬다. 현직 계급이 높을수록 전관예우를 받아 부까지 누릴 수 있다. 사회적 통념과 정의 수립보다는 법조문과 재판으로 승부하며, 피고와 원고로 나뉘어서 다툰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표현에 책임을 지고, 인권변호사로써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김영란 대법관처럼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거나, 북방외교 참모인 박철언 검사처럼 직업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군대처럼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밖에 다른 직업군 일부만 소개하면, 태어나면서부터 부자인 재벌자녀는 서민들 애환을 모른다. 버스 요금을 몰랐던 재벌 정치인이 있었다. 서민들이 마시는 물을 정책이라고 한다면, 학자들은 구름 수준의 탁상공론에 머물 수 있다. 관료출신들은 한 분야에 전문이지만, 물을 분배하는 권력에만 익숙하다.

끝으로 미국에서 배워야 하는 제도를 소개한다. 예외는 있지만, 군인은 전역 7년이 되어야 국방부장관에 임명한다. 정권이 바뀌어 등용되니 현직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전관예우와 반대 개념으로써 7년 뒤에는 관리할 군맥이 없다. 군인 때를 벗고, 정무직 정치인이 될 수 있다.

 

현 정부는 육군 독식에서 각군 순환으로 바뀌었을 뿐 현역 대장을 등용하고 있다. 어제까지 군인이 오늘은 군복을 벗고 문민장관이지만, 군대문화까지 동시에 벗을 수 없다.

 

김병록 예비역 해군제독 평화통일시민연대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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