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개성공업지구의 추억

김성윤 충남포럼대표 | 기사입력 2021/12/02 [02:24]

[논설위원 칼럼] 개성공업지구의 추억

김성윤 충남포럼대표 | 입력 : 2021/12/02 [02:24]

▲ 김성윤 단국대정책과학연구소 소장     

지난 11월 13일은 개성공업지구 지정일이다. 개성공단은 2000년 고 정몽헌 현대 아산 회장과 김정일 국장위원장이 건설에 합의한 사업이다. 북한에서 2002년 11월 ‘개성공업지구를 내옴에 대한 정령’이 발표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영구 평화가 정착되고 멀지 않아서 통일될 것 같은 들뜬 분위기였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로 2016년 초 개성공단은 폐쇄됐고 남북한은 과거 단절의 시대로 되돌아갔다.

 

남북 모두에게 윈윈 할 수 있는 사업

공단폐쇄 6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기억은 우리에게서 멀어지면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기억은 흐려져도 남북한 협력의 가장 큰 사업이었다는 점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분단 상황에서 남북한 협력사업인 개성공단은 어떻게 하여 결실을 볼 수 있었을까? 그 점은 향후 남북한 관계의 개선을 위하여 분명히 규명되어야 할 것 같다. 대한민국은 북한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대략 25배나 높다. 임금상승으로 한계에 내 몰린 대한민국의 중소기업들은 중국이나 동남아국가들보다도 임금도 싸고 노동의 질도 뛰어나며 언어의 한계도 없는 개성공단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한계기업일 수록 개성으로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북한 당국에도 개성공단 운영은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가치 있는 사업이었다. 남한 기업들은 북한 당국에 토지의 임대료를 지불했다. 공단 노동자들의 임금도 북한 당국에 지불했다. 북한 당국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임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일부 임금은 북한당국으로 귀속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은 개성 공단 근무를 선호했다. 그 이유는 비록 적은 임금이지만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성공단의 운영은 남북한 모두에게 윈윈 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볼 때 개성공단의 운영은 매우 유용한 사업이지만 위험요인도 있었다. 공단 내에는 보위부 요원이 노동자와 함께 근무했다. 노동자들 역시 그곳에서 계속 근무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북한당국에 보고해야 했다. 노동자들은 그들이 심한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말조심은 물론이고 그들이 관찰한 남녘 공장의 운영과 실상에 대하여 공단 밖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했을 뿐만 아니라 아는 사실조차 모른 체 하였다.

 

대북정책에 대한 세심한 주의 필요 

2016년 2월 갈수록 심해지는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공단을 폐쇄하기로 했다.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외화가 주민생활 개선에 도움을 주고 남북한 관계개선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핵과 미사일을 만드는데 투입되는 것으로 믿게 되었다. 그 같은 이유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더 참을 수 없는 대한민국 정부는 개성공단으로부터 철수를 결행하였다. 그리고 시간은 6년이 지났지만 더 이상 과거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과거처럼 남북이 합의해서 공단을 만들 수는 없다. 그 이유는 2017년 말, 미국과 중국의 동의하에 공동으로 결의한 유엔 결의안 때문에 북한과의 무역이나 투자는 금지됐다. 결국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제협력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가까운 미래에 대북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개성공단은 매우 중요한 선례를 남겨 주었다. 아마 대북 제재가 완화된다고 해도 북한 경제는 쉽게 좋아지지 못할 것이다. 주민들의 생활수준 역시 좋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임금은 그 어느 나라보다 저렴할 것이다. 반면에 노동자들의 노동의 질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뛰어나다. 바로 이 점이 북한에 대한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저렴한 임금, 양질의 노동력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매력적일 것이다. 

더욱이 인민들의 낮은 생활수준은 외국 투자 유치에서 중요한 장점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자들의 입장에서는 인민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절대 안 된다. 그 점이 향후 북한에 대한 투자는 개성공단과 같은 형태만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즉 위험한 사상, 위험한 외부 지식의 확산을 가로막는 고립된 형태의 공장만 허용될 것이다. 향후 북한 경제가 다시 외부의 투자를 받기 시작한다면 개성공단과 같은 형태의 공단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은 북한 당국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독재체제를 유지 하면서 투자유치를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점이 잘해보겠다고 추진한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책의 오류요, 착오이었음을 세월이 하나하나 입증해 주고 있기에 대북정책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 하다는 것이다. 

 

김성윤 충남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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