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인권변호사라 쓰고 김정은키즈라 읽는다?

송두록 기자 | 기사입력 2022/07/22 [16:38]

[통일칼럼] 인권변호사라 쓰고 김정은키즈라 읽는다?

송두록 기자 | 입력 : 2022/07/22 [16:38]

<송두록 논설위원>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가상해본 시나리오이다.

“아침에 눈을 떴다. 뭔지 모르겠지만 막연하게 불안했다. 어제 조사관님 말씀에 오늘 어디론가 옮긴다고 했는데 그 때 말씀하시는 표정이 썩 좋지 않았던 것이 계속 찜찜했다. 세수를 대충 하고 식당으로 갔다. 밥맛이 없어서 아침 식사도 하는 듯 마는 듯 서둘러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조금 있으니 담당 조사관님이 한 남자랑 같이 들어왔다. 옮길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보안 때문에 눈을 좀 가리겠다고 하셨다. 갑자기 겁이 덜컥 났지만 자유 대한민국에 와 있는데 별 일이 있으랴 싶어서 그러시라고 했다. 같이 온 남자가 가져 온 헝겊으로 내 눈을 가렸다. 그러고 나서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로프 같은 걸로 나를 묶더니 무슨 비닐 줄 같은 걸로 내 양손을 묶기까지 했다. 아니 이건 뭐야. 내가 무슨 죄인인가. 이건 아니지.

 

두 분이 내 양팔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이끄는 대로 갔더니 차를 태우는 것 같았다. 차 안에는 같이 탈북 한 친구 오OO이가 미리 와 있었다. 차를 타고 한참을 가는데 엄청 거대한 불안감이 온 몸을 휘감아왔다. 옆의 친구는 부들부들 떨면서 이빨 부딪는 소리까지 딱딱 났다. 차가 멈춰 섰다.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차문이 벌컥 열리더니 바깥에서 우렁우렁하는 남자들 목소리가 들리면서 이제 왔네. 어이, 내리세요라고 했다. 여러 사람들에게 이끌려서 더듬 더듬 내리는데, 내 팔을 잡는 손들의 힘이 굉장했다. 무슨 엄청난 데에 와서 조사받는 모양인데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에게 끌리다시피 가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묶은 줄을 풀어줬고, 눈에 덧씌워진 안대를 끌러줬다. 옆을 보니 친구가 겁에 잔뜩 질린 채 건장하게 생긴 남자들에게 양 팔을 붙잡혀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 너머로 조선 인민군들이 보였다. 아니 이게 뭐야. 이 XX들이 나를…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털썩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는 못 가. 이건 아니야. 나는 죽으면 죽었지 못 가. 옆의 돌바닥에 머리를 퍽퍽퍽 찍어댔다. 피가 주르륵 흐르면서 눈이 따끔거렸다. 갑자기 주위에 있던 건장한 남자들이 뭐라고 소리를 질러대더니 나를 덥썩 들어 올려서 악마 같은 조선 인민군에게로 끌고 갔다. 이건 아니지. 몸을 이리 저리 비틀고 난리를 쳤지만 결국 악마들이 내 두 손을 꽉 물었다. 하늘이 빙글빙글 돌면서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계속 비명을 질러댔지만, 내 목소리가 내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나에게 벌어졌다. 이건 아니야, 자유 대한민국에서 이건 아니지…”

 

누구는 그런다. 이 두 청년이 북한에서 16명을 죽이고 도망 온 살인범들이라고. 그런 살인범들을 우리 옆에 두고 살 수 있겠느냐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다. 이 청년들은 원산 갈마지구 돌격대 소속 노동자들인데 무자비한 노동에 죽음의 위협을 느끼고 김정은을 비판하는 격문을 내걸었다가 소위 공화국전복죄로 처형당하게 되니까 탈북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 찬찬히 검정해봐야 할 일이었다. 

 

우리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되어 있고 북한을 탈출해서 자유 대한민국으로 온 사람은 우리 국민이다. 모든 형사 피의자는 자신의 변호에 필요한 모든 것이 보장된 공개 재판에서 법률에 따라 유죄로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받을 권리를 갖는다. 이는 6세기의 로마법과 탈무드, 세계인권선언 제11조 제1항, 우리 헌법 제27조 제4항에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청년들이 타고 왔던 선박을 방역 소독한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관이 그 배에서 혈흔을 못 봤다고 했다. 누가 가짜 뉴스로 선동하나.

 

1997년 ‘페스카마호 선상 살인 사건’ 때 조선족 살인범 6명을 무죄 추정의 원칙 기반 위에서 적극 변호하며 조선족을 따뜻한 동포애로 품어줘야 한다면서 감형시키고 특별사면시켰던 인권변호사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는 건지, 국민들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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