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신정부 출범과 향후 5년의 남북관계 전망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 | 기사입력 2022/08/03 [23:12]

[포커스] 신정부 출범과 향후 5년의 남북관계 전망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 | 입력 : 2022/08/03 [23:12]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

윤석열 정부는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북 압박수단도 없으며, 보상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불러오는 수단도 없다. 특히, 대북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수단이 언제 생길 지 알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할 때마다 한국은 미사일 발사나 미국과의 전투기 연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국내에서 효과가 있지만, 북한에게 압력을 가하는 효과는 없다. 그냥 제스처이다. 대북 압박 수단으로 확성기방송 재개나 전단금지법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 방법들은 평양의 짜증을 약간 유발할 수 있지만, 효과 있는 압박수단이 전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게 회담을 제안한다고 해도, 북한측은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아마도 대체로 동결된 상태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것은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아니다. 세계의 구조적 변화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2024년 미국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한은 2018년과 같은 평화 공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트럼프에게서 핵보유국 인정을 받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상황을 감안하면, 남북관계는 대체로 오랫동안 동결된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것은 어떤 개별 정부의 특징이나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구조적인 변화로 볼수있다.

 

그런데 최근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 전략을 보면, 새로운 위협이 생기기 시작한 것을 볼 수 있다. 전술핵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북한은 전술핵을 실험하고, 얼마 후에 배치할 것 같다. 이것은 한반도 상황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1990년대부터 남북한 체제경쟁이 끝난 줄 알았다. 전술핵 덕분에 북한은 남한을 정복할 꿈을 꿀 근거가 생겼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와 같은 '南伐'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몇 년 전에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오늘날 가능성이 낮아도 존재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이러한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를 무시하면 안 된다.

 

남한에서 새로운 위협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런저런 제안이 많다. 핵 공유,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솔직히 큰 의미가 없다. 미국측이 약속을 지킬 의지가 없다면, 추가 약속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느 경우이든 기본 변수는 미국 대통령의 마음이다. 그가 남한을 지킬 의지가 없다면, 핵 공유는 또 하나의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미국측이 자신의 약속을 잘 지킬 것을 희망해야 한다. 이렇게 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그러나 새로운 위협이 생긴 것을 좌시하면 안된다.

 

결국 현 단계에서 한국은 불가피하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한 새로운 시대에서 남한은 대외정책을 할 때도, 대북정책을 할 때도 무역조건 개선과 같은 경제이야기나 통일과 같은 거대한 그림 그리기보다는, 순수한 안전보장 문제를 핵심에 둘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은 여러 이유로 자체 핵무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핵보유국이 된 북한과 매우 불평등한 상태이다. 그 때문에 원래도 생명줄이 던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훨씬 더 높아졌다. 그러나 동맹에 문제가 없지 않다는 것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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