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통일방안에 대해 생각한다

황흥룡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2/08/03 [23:34]

[통일로] 통일방안에 대해 생각한다

황흥룡 칼럼니스트 | 입력 : 2022/08/03 [23:34]

<황흥룡 컬럼니스트>

세월이 흐르면서 통일의 뜻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국토를 합치는 식의 통일을 생각했다. 1990년 전까지 통일부의 이름이 국토통일원이었다. 정당이나 사회단체에서 제안한 통일방안 역시 이러한 성격을 반영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통일의 개념을 넓고 유연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통일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이자 실천가는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그는 야인 시절 1970년대에 평화공존, 교류협력, 통일로 이어지는 3단계 평화통일방안을 제시했다. 유신체제여서 실천 가능성은 없었지만 1950년대 조봉암의 평화통일 제안 이후 최초의 체계적인 통일방안이었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된 이후 남북관계가 호전되면서 통일방안은 남북연합, 연방제, 완전통일의 3단계로 더욱 구체화되었다. 여기서 남북연합은 연방제의 낮은 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북한의 연방제 제안과 호흡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사회주의체제를 버리거나 남한이 자본주의체제를 버리지 않는 한 남북한 사이에서 완전한 통일이란 불가능하다. 설령 연방제로 간다고 하더라도 두 개의 체제가 장기간 공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통일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첫째, 영토 통일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토를 회복한다거나 북한의 체제를 남한의 체제와 일치시킨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금은 현실 공간 못지 않게 가상공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므로 영토 통일 못지않게 콘텐츠 통일이 필요하고 가능하다. 메타버스 통일도 가능할 것이다.

 

둘째, 평화나 교류협력을 통일의 전 단계로 간주하는 단계론에서 벗어나서 평화나 교류협력도 통일의 일부로 보는 새롭고 유연한 통일방안이 필요하다. 즉 한반도 평화체제만 구축되어도 통일이 되었다고 말하고 남북한 간 교류협력만 이루어져도 통일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통일을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MZ세대도 받아들일 수 있는 통일방안이 아닐까 싶다.

 

셋째, 한반도 통일이 남북한에 현존하는 체제 문제를 우회하는 유일한 길은 남북연합이다. 남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통일을 추진하려면 남북연합 외에는 방법이 없다. 남북한이 전쟁하지 않고, 적대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서로 왕래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얼마나 좋은가?

 

그러므로 이제 연방제니 완전통일이니 하는 이야기는 당분간 잊어버리자. 쉽지 않고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상황이 아주 어렵고 복잡하면 남북연합 마저도 유보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로 발전해 나갈지에 대해서는 미래에 맡겨두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세대에는 평화를 유지하고 서로 돕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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