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8일 이산가족 문제해결을 위한 남북당국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고 북한에 공식 제의했다.
그는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하여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권 장관은 “(상봉이) 일회성보다는 지속적으로 정례적으로 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 장관은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의 회담에 임할 것”이라며 “회담 일자,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 측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당국이 한국정부의 제안에 조속히 호응해 나올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 권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되더라도 실제적인 상봉을 시행해 나가는 데 있어 여러 추가적인 조치들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실적인 상황과 근본적인 상황을 다 포함해서 당국자 회담을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이산가족상봉에 따라 쌀 지원 등이 대가로 제공된 데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른 인도적 지원 요청이 있다면 군사적 상황과 관련 없이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므로 긍정적으로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기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총 13만3천654명인데 이 가운데 생존자는 약 32.7%(4만3천746명)이다. 나머지 67.3%(8만9천908명)는 이미 고인이 됐다. 생존한 신청자 대부분도 고령. 90세 이상은 29.4%, 80대는 37.0%로 80세 이상이 3분이 2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 8월 말까지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했으나 사망한 신청자 수는 총 2천504명으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당국이 신속하게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산가족 문제가 남북한 간의 전반적인 관계, 특히 정치적인 관계와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이는 남북관계의 역사와 특수성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분단 이후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까지 이산가족상봉이 이루어진 것은 한 차례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노무현 정부 시기까지 매우 활발하게 다양한 형태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각기 두 차례,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단 한 차례 상봉이 이루어졌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이산가족 상봉이 단 차례밖에 성사되지 않은 것은 2018년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 이후의 남북화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이 실질적으로 재개되지 못했고,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다시 냉각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남북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에 대한 우려로 북한이 국경을 거의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는 것도 남북대화 재개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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