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북한 대형사업의 그늘은 괜찮나?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2/09/15 [21:51]

[통일칼럼] 북한 대형사업의 그늘은 괜찮나?

통일신문 | 입력 : 2022/09/15 [21:51]

<이종석 북한학 박사. 애드건축사 사무소 대표이사>

한반도에 또 한 번의 대운하 건설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얼마 전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무력 정책' 법제화와 함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대운하 건설계획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운하 건설의지는 이미 1952년 4월 김일성 주석이 비친바 있으며, 그가 김일성종합대학 교직원과 학생들 앞에서 연설했던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강하천운수 발전’ 방안으로 동·서해를 연결하여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유리한 대운하 건설을 위한 검토를 지시했다. 또한 “지난 전쟁기간 동안 경험한 갱도공사를 통해 무난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덧붙이기도 했다.

70년이 지난 시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 한 번 대운하 건설계획을 언급하였으니, 현재의 북한 경제력과 함께 그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북한의 대운하 건설은 내륙간 물류나 운송여건이 남한에 비해 매우 열악하고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남북 간의 원만한 관계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외면하고 동서 대운하를 건설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구심을 갖게 한다. 

북한의 동서 지역 간 물류는 남한과 마찬가지로 동고서저형의 한반도 지형적 특성에 따라 어려운 루트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해상 이동시 제주남단의 공해를 이용할 경우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매우 불합리한 방법일 것이다. 북한이 한반도 동서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건설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북한에서 경험한 어떠한 사업보다 거대하고 난이도가 높은 건설공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시기에 그 힘든 공사를 하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한반도에 가로막힌 중국은 동해로의 해상루트가 확보되고 러시아는 중국 항만도시와의 연결이 쉬워진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경제적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이렇게 대운하 건설에 나선다고 할 경우 우려스러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현재 북한은 핵개발에 따른 경제제재가 한창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외부로 부터의 재원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력갱생에 의한 사업진행에 대해서는 북한의 관련 산업 지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이 성립되고, 그 이후 전후복구사업에 매진한 결과 놀라운 경제성장과 함께 70년대에는 남한보다 풍요로운 경제 황금기를 누릴 수 있었다. 경제에 파란불이 켜진 모습으로 인식했던 북한은 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회에서 80년대 말 ‘10대 전망목표’를 선정, 발표했다. 건설관련 산업 자원인 전력, 석탄, 강철, 시멘트 등의 생산목표가 당시 성공적인 경제발전 성과를 반영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파란불은 적색불로 바뀌기 시작했다. 공산주의 종주국이던 소련의 대내외적 상황과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북한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북한의 1980년대 말 각 부문별 생산실적은 대부분이 목표량의 30%정도 밖에 채우지 못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건설관련 산업 생산량은 오히려 그 때 보다도 더 낮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전력생산량은 1988년 대비 91%, 석탄생산량 38%, 철광석생산량 25%, 시멘트생산량 61%로 상당히 줄어든 상태에 있다. 이러한 산업지표가 현재의 북한경제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대운하 건설, 남한도 이명박 대통령시절 그 열풍에 온 국민이 몸살을 앓았던 경험이 있다. 그만큼 많은 국가적 재원과 기술,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방대한 사업이다. 북한은 이미 1980년대 무리한 국가적 사업을 통해 뼈아픈 고통을 치룬 적이 있다.

남한이 88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소식에 북한은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유치하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 105층 규모의 류경호텔을 착공했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국가이벤트는 재정을 바닥내기에 이르렀고, 1990년대 찾아온 공산권의 해체와 북한의 자연재해에 대응할 여력을 갖지 못한 채 고난의 행군을 맞게 된 것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수많은 건설현장에서 현지 지도하는 모습은 젊은 패기와 함께 자신감이 넘쳐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뒷모습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다니고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북한의 강...대동강의 풍치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