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법제화 뒤 김정은의 '대역사' 동-서 대운하 건설

북한의 진로 바꾸는 대변혁 출발점 될 수 있을까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2/09/15 [22:06]

핵무력 법제화 뒤 김정은의 '대역사' 동-서 대운하 건설

북한의 진로 바꾸는 대변혁 출발점 될 수 있을까

통일신문 | 입력 : 2022/09/15 [22:06]

<안찬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석좌교수/(사)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김정은이 드디어 코로나 ‘대동란’ 이후 또다시 ‘대역사’의 칼을 빼 들었다. 이른바 동-서 대운하 공사를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의 대운하 발언은 지난 9월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 법제화에 대한 연설을 한 직후 나왔다.

북한 핵무기의 운용이나 통제를 전적으로 자신의 권한 아래 두는 결정을 하며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한껏 과시하는 자리에서 동·서해 연결 대운하 건설이란 초대형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꺼내든 것이다. 이 공사가 완공될 경우 이는 북한의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가 될 것임이 확실하다. 그리고 북한의 진로를 바꾸는 대변혁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20여 년 검토 끝에 서해의 남포 지역

대동강과 동해의 함흥 용흥강(금야강)을

연결하는 라인이 유력하게 떠올라

 

북한의 대운하 건설 구상은 선대 수령이자 김정은 리더십의 롤모델이라 할 김일성 국가주석(1994년 7월 8일 사망)의 못다 이룬 꿈을 완성하는 것이 될 수 있다. 6.25전쟁을 치르면서 북한 해군력이 동서해로 갈라져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절감한 김일성은 휴전 직후인 1953년 김일성종합대학 지리학부에 동서 연결 대운하 건설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20여 년의 검토 끝에 서해의 남포 지역 대동강과 동해의 함흥 용흥강(금야강)을 연결하는 라인이 유력하게 떠올랐고, 12개의 계획된 갑문 중 서해 쪽 남포·미림·봉화·성천·순천 등 5개의 갑문 건설이 완성됐다.

그러나 동해안 쪽에 높게 솟은 낭림산맥을 관통하는 게 문제였다. 북한이 제아무리 굴을 잘 뚫는다지만 많은 기계장비와 고도화된 측량기술이 필요한 낭림산맥을 관통하는 대공사를 해 낼 능력은 없었다. 결국 1970년대 들어서며 국력이 여지없이 쇠퇴하면서 동서해 연결 운하는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우리는 여기서 김정은의 동서 대운하 건설을 잠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북한에 대운하 건설 인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군부대를 동원하면 그만이다. 전술핵 배치로 전선의 군부대 감축에 들어간 북한에게 인력 걱정은 없다. 둘째로, 그러나 북한에게 과연 1000리 대운하에 들어갈 원자재가 충분한지는 미지수로 공사 완공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심히 의심된다.

셋째로, 혹시 북한 정권이 안보 차원에서 수공능력을 구축하는 ‘1000리 대수로 장성’을 만드는 건 아니냐는 것이다. 공군력이 모든 전쟁을 지배하는 현대전에서 수로가 막을 수 있는 것은 장갑무력 뿐이지만 김정은에게 대수로는 그 공격력을 지연시킨다는 측면에서 다소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동안 북한은 3면의 바다를 활용하지 못하는 애로를 겪어 왔다. 서해의 대표적 항구인 남포·해주·신의주와 동해 청진·원산·흥남·나진항·원산항 등을 오가기 위해서는 한반도 남측 공해상을 거쳐야 하는 어려움은 물론 보안상으로도 취약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북한은 과거 남북 해운협력을 내세워 제주해협 통과를 우리 측에 요청해 오기도 했다.

동해 지역에 밀집한 지하자원이나 철강 등을 서해로 보내고, 서해 쪽 곡창지대의 식량 등을 반대편으로 보내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1968년 북한에 나포돼 원산항에 정박시켜 뒀던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AGER-2)를 30년 만에 서해 쪽으로 몰래 옮겨 평양 보통강변에 전시할 때도 북한은 미 첩보위성이나 해상검색을 우려해 가슴을 졸였다고 한다. 그때 북한은 두꺼운 철판으로 배의 상층부를 가려 미군의 레이다를 피하며 고생했다. 그만큼 북한은 동서해 연결 운하의 필요성을 느껴왔다는 것이다. 

북한의 열악한 교통 인프라 실정을 고려한 결정이란 분석도 있다. 철도의 경우 극도로 노후화한데다 전기 공급마저 여의치 않아 시속 30~40km 이상 달리기 어려운데다, 잦은 정차로 북한 내 수송에 며칠씩 걸리기 일쑤다. 차량을 이용한 화물수송의 경우는 북한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산악이 많은데다 원유가 절대부족하기 때문이다.

 

차량을 이용한 화물수송의 경우는 

제대로 된 서비스 기대하기 힘들어

산악이 많고 원유 부족 때문인듯

 

내륙 대운하를 이용할 수 있다면 동서해 지역의 물류 운송이 원활해지고, 철도·도로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철도·도로 건설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북한으로선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 북한 동해에 진출하는 중국 어선들이 잡은 수산물을 신속하게 운송하는데 유리하다면 중국의 차관도입도 용이할 수 있다.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8월 17일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의 선양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여기서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가 결론 내려졌으며 북한 대운하 건설도 상의했다고 한다. 중국으로선 북한의 대운하 건설로 동해 진출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됨은 물론 러시아와 일본을 견제하는 데서도 중요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즉석에서 요녕성 당서기를 불러 북한에 옥수수 70만 톤 지원을 약속하면서 김정은을 격려하였다고 한다. 당장 식량이 필요한 북한의 사정을 고려하여 ‘가축사료용’명분으로 옥수수 70만 톤 지원을 약속함으로서 UN의 대북제재도 피하면서 북한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레버리지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향후 북한의 태도를 봐가며 더 많은 식량지원을 약속하였다. 만약에 청천강 유역 이남에 대운하가 건설될 경우 중국의 동북공정은 자연지리적으로 더욱 가까워진다고 중국의 지배자들은 계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8월 시진핑과 김정은 중국의

선양에서 단독으로 만나. 핵무력 

법제화 결론…대운하 건설도 상의

 

그동안 남한의 대운하 건설 계획을 맹비난 하던 북한이 갑작스레 대운하 건설 쪽으로 돌아선 배경도 흥미롭다. 지난 2006년 말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제17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한반도대운하 사업 구상은 한강과 낙동강을 운하로 만들어 연결하고 북한 대동강까지 운하 수운망을 연결하는 계획을 담았다.

이에 따른 북한 지역의 운하 건설은 ▲평원 운하 379km ▲경원 운하 257km ▲평개 운하 206km ▲사리원 운하 135km ▲청천 운하 58km 등 모두 5개 구간에 총연장 1,035km에 이른다. 하지만 일부 학계와 여론 반대에 밀려 백지화됐고 북한은 이명박 정부 내내 이를 대남 비방의 소재로 삼았다.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공론화한데다 ‘전망적인 경제사업’의 하나로 평가한 만큼 조만간 북한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나 공사 추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적인 힘을 넣어 반드시 성공을 안아와야 한다”는 김정은의 언급도 대운하 건설에 탄력을 붙일 게 분명하다. 서해안 지역의 경우 남포·미림갑문뿐 아니라 전반적인 내륙수운 체제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동고서저형의 한반도 지형이다. 대동강~용흥강을 잇는 대운하 건설의 경우 험준한 낭림산맥을 넘기가 만만치 않다. 

할아버지 김일성이 좌절했던 동해 쪽 구간 건설은 공법이 많이 발달한 현재도 상당한 어려움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단 김정은의 대운하 건설 구상은 당분간 북한 경제에서 최고의 화두가 되기에 충분하다. 바로 김정은은 그것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의 정치는 못 바꾸어도 지도를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는 발상으로 달라붙겠지만 북한의 여력으로 한반도 북쪽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운하가 과연 언제 완성될지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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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강...대동강의 풍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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