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그 의미

한설 전 육군소장 | 기사입력 2022/10/04 [20:11]

[시선]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그 의미

한설 전 육군소장 | 입력 : 2022/10/04 [20:11]

<한설 前 육군군사연구소장>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세번 발사했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시기다. 미국 항모가 부산항에 입항했을 때 그리고 해리스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 그리고 한미일 해군이 동해에서 공동훈련을 하는 날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이런 행동은 매우 도발적이다. 북한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북한은 미국을 더 이상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미국의 군사력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더 이상 미국을 의식하지 않으며, 미국 군사력이 북한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다음 두가지 정도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핵을 보유한 상대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핵 억제력이다

 

첫째는 윤석열과 바이든 정상회담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같은 노력이 북한의 행동에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둘째는 미국의 핵항모가 더 이상 한반도 방위에 유효한 수단이 되지 못하며, 북한은 미국의 항모 출현에 별 구애를 받지 않으며 오히려 도발할 수 도 있다는 것을 한국과 미국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 항모가 한국해역에 진입한 상태에서,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는 아무런 군사적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항모가 동해안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도 미사일을 버젓이 발사하는 것은 북한이 미국의 군사력을 무시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핵보유국가인 북한은 미국의 항모정도로 자신의 행동을 억제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핵을 보유한 상대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핵억제력이다. 미국이 아무리 첨단 군사력과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고 하더라도 핵을 가진 북한을 효과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두 번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항모와 같은 재래식 군사력이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어떠한 군사적 대응도 하지 못했다. 북한의 이런 행위는 미국의 군사력에 주눅 들지 않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 확보로 미국의 재래식 군사력은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핵능력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할 것이라고 했던 말은 적어도 절반은 사실이다. 미국과 남한은 핵을 가진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을 도발할 수 없다. 만일 도발한다면 북한이 핵을 사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지의 시험이 될 것이며, 그럴 경우 북한은 주저없이 미국본토에 핵을 발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전쟁도발을 결심한다면 미국은

한반도를 끝까지 방위할 수 있을까?

 

전쟁이 확률중 남은 반의 경우는 북한이 남한을 도발하는 것이다. 북한이 전쟁도발을 결심한다면 미국은 한반도를 끝까지 방위할 수 있을까? 필자는 미국이 워싱턴과 뉴욕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 핵을 두들겨 맞으면서 한국을 방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점은 미국의 전략가들도 이미 동의한 사실이다. 핵시대에 있어서는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말이다. 한반도의 전쟁은 핵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미가 아무리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가동하고 협의채널을 강화하더라도 북한이 남침을 마음먹으면 그 의도를 억제하기 어렵다. 북한의 남침을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남한이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는 핵을 보유하거나, 북한이 핵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필자는 일전에 ‘인문지리적 억제’라고 그 내용의 대강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은 핵무장을 통해 미국과 남한에 대해 전략적 우위를 달성했다. 이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무의미하고 달성가능하지 않은 정책을 계속하는 것은 시간과 기회의 낭비에 불과하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한국의 안보를 일방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것은 정권과 인민이 무책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의 그 어떤 국가도 자신의 파멸적 파괴를 감수하고 남의 나라를 지켜주지 않는다. 북한이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국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세 번의 북 탄도미사일 발사는 현실

직시하라는 한·미에 대한 경고 성격 

 

세 번에 걸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한국과 미국에 대한 경고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악몽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며, 미국의 항모조차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조롱거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미국에게 악몽은 미국 항모가 복귀할 때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미국은 마치 북한에게 쫓겨나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비춰질 것이다. 북한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하는 미국이 국군을 대만에 투입하자고 요구할 수 있을까? 앞으로 북한이 한반도에서 적절한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면 한국군을 대만에 투입해야한다는 미국의 구상에 어떤 작용을 할지도 궁금하다.

 

북한은 이미 동북아지역의 힘의 균형에 일정정도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도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중국과도 충분한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이번 일련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중국은 북한에게 빚이 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북한은 핵보유국가로서의 위상과 이점을 철저하게 행사하고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오로지 미국의 도움을 받아 강압적으로 억누르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대북정책 기본방향은 아무런 효용성이 없다.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비로소 유효한 정책의 길이 보이는 법이다. 아직 한국과 미국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 북한이 9월 하순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에 입항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설 前 육군군사연구소장이 그 의도에 대해 분석한 글을 공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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