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 욕쟁이 시대의 퇴장

박신호 작가 | 기사입력 2022/10/04 [20:25]

[모란봉] 욕쟁이 시대의 퇴장

박신호 작가 | 입력 : 2022/10/04 [20:25]

<박신호 방송작가>

지금 나이 많이 자신 분들이 자랄 때만 해도 일상생활에서 욕설이 남발, 난무했다. 욕을 빼면 말을 못 할 지경으로 말끝마다 욕이 따라다녔다. 어른들만 아니라 어린이도 말을 하기 전이나 말끝에 꼭 욕 한마디 부치곤 했다. 그래서 나의 경우, 일본서 살다가 소학교 1학년 때 귀국하니 어른이고 아이고 말끝마다 욕설이 따라다녀 어리벙벙하다 못해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말도 잘못하는데 말끝마다 욕설까지 섞어가며 하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민망하기도 했다. 벌써 80년이나 지난 얘기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말끝마다 하는 욕을 들어보면 대개 집안 부모가 일상적으로 하는 욕이 많은 걸 알 수 있다. 매일 집에서 귀에 익고 입에 익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잔재가 오늘날까지 전래 됐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것이 지방마다 제각각 독특한 욕설 문화가 형성돼 왔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욕쟁이 할머니 집이라는 식당까지 생겨났다. 그것도 3대가 경영하고 있다고 간판에 버젓이 내걸고 있기도 하다. 세상에 어쩌다가 욕설이 자랑스럽게 선전 간판에까지 오르게 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의 경우 젊었을 적부터 그런 식당엔 절대 안 간다. 설사 굶어 죽어도 욕설은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점잖은 말만 하며 살아온 건 아니다. 이따금 손자들을 보며 무심코 ‘내 새끼’ ‘귀여운 자식’ 하기도 한다. 그랬더니 언젠가 아내가 질색하기에 이젠 안 하려고 한다. 하지만 가끔은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기도 해 멀쑥해지는데 말투나 표정이 부드러워 그런지 이해 상황으로 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살기가 너무 각박해서 그랬던지 말끝마다 욕이 튀어나오기 일쑤였는데 자연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선지 그걸 가지고 시비를 걸지도 않았다. 대놓고 들으라고 한 욕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욕은 욕이고 욕설은 욕설이며 비속어는 비속어다. 그리 좋은 건 아니다. 하지 말아야 할 말버릇이다.

 

지금은 욕설이 많이 사라졌다. 몹시 심한 욕설은 아예 사라지지 않았나 한다. 지금 아이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를 그런 고약한 욕설들이 사라져간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렇긴 한데 요즘 지나가는 말처럼 한 비속어로 시비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건 아이들 보기에도 민망한 일이다.

 

요즘 사회가 너무 어수선하다. 진저리가 나게 하는 말들이 끝없이 오가고 있다.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쳐있고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난 집 기름 붓기 경쟁이라도 하듯이, 그것도 충분히 알 만한 사람들이 지각없이 불질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이 더 피곤하다. 어떤 때는 길거리에라도 나가 시위라도 하고 싶을 때가 문득문득 나기도 한다. 너희들은 누굴 위해 사냐? 녹은 어디서 받아먹느냐?

 

오늘도 신문 방송에서는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서 했다는 ‘비속어’ 구사 여부로 시끄럽기 한이 없다.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설전들을 벌이고 있다. 말도 안 되는 비난에 비판을 지겹게들 하고 있다. “뭔 소리 한 거요?”라고 하면 “말실수해 유감이오”라고 하면 될 것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외교 참사니 비속어 참사니 하며 연일 포화를 집중하고 있고 한쪽은 무슨 소리냐,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생트집 잡지 말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돌아보면 확실치도 않은 발언 놓고 난장판 싸움’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전투구는 상생이 아니라 서로 죽이는 상사일뿐이다.

 

지금 일으키고 있는 비속어 문제는 그만 끝내는 게 옳다. 이 시간에도 비속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지대가 있다. 깡패 세계와 수사기관이 대체로 그렇다. 비속어, 욕설이 입에 붙어 있다. 말끝마다 욕설이 안 붙을 때가 없다. 예전부터 그래 왔다. 그렇다고 시비를 붙을 수 없다.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면 된다. 언어 정화 운동은 따로 벌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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