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반대론자들 논리에 대하여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기사입력 2022/10/20 [21:27]

[포럼]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반대론자들 논리에 대하여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입력 : 2022/10/20 [21:27]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핵자강)에 대해 ‘비현실적’, ‘초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들은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한국경제는 파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이 핵무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안보적, 외교적, 남북관계에서의 이익은 전적으로 외면하는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당시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인도의 핵개발 용인

 

2016년 국회에서 개최된 핵 포럼에서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당시 부원장이 주장한 것처럼 “과거 다른 국가의 핵무장 사례를 따져보면 외교적으로 단기적 충격은 있었지만,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가는 것이 관례”였고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거 미국은 인도가 1998년 5회에 걸쳐 지하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후 인도에 대해 경제 제재를 실시했으나 제재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더 나아가 2005년 3월에는 부시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하여 핵협력에 관한 협정까지 체결했다. 미국은 당시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인도의 핵개발을 용인했다.

비핵확산 원칙에 예외를 인정하고 NPT체제를 무력화시키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니컬러스 번스 당시 미 국무차관은 “인도는 북한이나 이란과는 달리 민주주의 신념이 있고 국제사찰을 확실히 다짐한 나라여서 미국의 특별대접을 받았다”고 정당화했다. 이 같은 논리를 한국에 적용하면 한국은 민주주의국가이기 때문에 핵개발을 하더라도 미국의 사찰을 수용하면 미국의 특별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한국에 제재를 가하려고 한다면 원자력 산업 부문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래서 핵무장 반대론자들은 만약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전체 전기 생산량의 약 30% 정도를 차지하는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공급할 원료 수입이 중단되어 곧 원전 가동이 중단되고 대량 정전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들에 핵연료를 한번 장전하면 기본적으로 1년 6개월은 가동 가능하다. 그리고 한국은 18~24개월 분량의 농축연료를 비축해 놓고 있기 때문에 당장 국제시장으로부터 농축우라늄을 사오지 못한다고 해도 3년 정도는 원자로 가동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우라늄은 원석을 가공한 정광과 농축 등 두 형태로 수입해 오는데, 평균 10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며 수급 다변화도 이뤄져 있다. 현재 한수원은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 3곳에서 3분의 1씩 우라늄을 공급받고 있는데, 각국 수입량을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한수원의 재고량이 충분한 데다 러시아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영국과 프랑스 물량을 늘릴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판매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에서 전량 수입도 가능한 상황이다.

 

북한이 2030년경에 약 100개 정도

핵무기 보유하면 남북 군사력 격차

더욱 확대…경제력 북한보다 앞선다

해도 한국 주도 통일 실현하기 어려워

 

핵자강 반대론자들은 미국의 핵우산만으로 대북 핵억제가 가능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보다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핵우산이 북핵 위협 대응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 비용의 10∼13배나 되는 액수를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투입한다.

그러나 한국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이 같은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욱 국익에 부합된다. 한국은 2014년에만 약 9조 원 규모의 무기를 해외에서 구입했는데 핵무기 개발에는 그것의 약 1/9인 약 1조 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해외 무기 구입비용을 현저하게 줄임으로써 국방비를 상대적으로 절감하고 복지와 교육 등에 더욱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인구 고령화와 초저출산으로 인해 경제활동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부양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고속성장 시대는 이미 끝나서 중속성장에서 저속성장으로 이행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마이너스 성장 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한국도 이제는 핵 개발을 통한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국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핵자강 반대론자들은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남북한 간에 핵 군비경쟁이 발생하고 통일의 길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수의 핵전문가들이 전망하는 것처럼 북한이 2030년경에 약 1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남북 군사력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북한이 ‘핵강국’이 되면 한국이 아무리 경제력에서 북한보다 앞선다고 하더라도 한국 주도 통일을 실현할 수 없다.

 

핵 균형 필수… 4,000개가 넘는 핵무기

만들 수 있는 핵물질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핵 군비경쟁 두려워할 이유 없어

 

그런데 한국은 4,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핵 군비경쟁을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한국 주도 통일을 위해서도 남북 핵 균형은 필수이다. 일부 핵자강 반대론자들은 한국이 핵무장을 하려면 전시작전지휘권부터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전작권 전환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다음에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북한의 급속한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고려할 때 핵무장과 전작권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이 핵무장하면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로 전락해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은 독재국가이고 반미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과 가치를 같이 하는 민주주의국가이고 친미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을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로 간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목적은 어디까지는 미국이나 한국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지 설마 한국에 핵을 사용하겠느냐 라고 ‘희망적 사고’를 가지고 접근한다. 그리고 북한이 전술핵이든 전략핵이든 어떠한 핵무기라도 사용하면 북한 정권은 곧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핵 보복능력을 과소평가한다. 그런데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모든 정치지도자가 항상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고, 오판에 의해서도 전쟁 발발이 가능하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핵자강) 문제에 대해서는 안보 중심적 시각을 넘어서 자주국방과 자주외교, 경제, 남북관계 정상화까지 고려해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비사일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억지력 확보 ▲미국에 대한 지나친 안보 의존도를 줄이고 자주국방 실현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 확대, 재래식 무기 위주의 ‘고비용 저효율의 국방정책’을 ‘저비용 고효율의 국방정책’으로 전환, 미국하고만 대화하겠다고 하는 북한을 남한과의 군사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하기 위한 수단, 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또 통일과정에서 외세의 개입으로 남북한이 다시 분단되는 상황을 막고 한국 주도의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구축 차원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문제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이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도 달성한 목표를 한국만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패배 의식이 아닐까.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을 통해 ‘남북 핵 균형’을 실현하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안정의 시대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주변 강대국들의 ‘용인’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精緻)한 논리와 장기적인 국가생존 및 발전을 위해 일시적인 난관을 극복해낼 수 있는 자주적이고 결단력 있는 정치지도자와 그를 뒷받침할 현실주의적인 외교안보전문가 그룹이 필요하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이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미리 단정하고 포기하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북한의 핵 위협 하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회의 창’이 열릴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말고 긴 호흡을 가지고 일단 준비라도 시작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 및 학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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