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北 화성포-17형 ICBM 시험발사 성공 이후에도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계속 의존할 것인가?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기사입력 2022/11/21 [20:32]

[분석] 北 화성포-17형 ICBM 시험발사 성공 이후에도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계속 의존할 것인가?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입력 : 2022/11/21 [20:32]

북한이 18일 오전 10시 15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화성포-17형’(공식 명칭은 ‘화성-17형’이 아니라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비행거리는 약 1천km, 고도 약 6천100km, 속도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되어 이번 재발사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고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이번에도 ICBM을 고각 발사 방식으로 쏘아 올려 6천100㎞를 상승했는데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비행거리, 비행시간(68분 이상), 낙하지점 등을 고려할 때 사거리가 1만5천㎞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탄두부에 다탄두를 탑재하면 워싱턴 DC와 뉴욕을 동시 공격할 수도 있다.

 

북한의 화성포-17형 ICBM이 2020년 10월 처음 공개된 이후 이번과 같은 성능을 보여준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그동안 이 ICBM을 여러 차례 시험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11월 3일 발사한 화성포-17형은 최고고도 약 1천920㎞, 비행거리 760㎞, 최고속도 약 마하 15로 탐지됨. 발사 후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는 각각 성공적으로 분리되었지만, 이후 탄두부가 비행하던 중 추력이 약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비행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이번 화성포-17형 ICBM 시험발사는 지난 17일 최선희 외무상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하여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밝힌 것을 곧바로 행동에 옮긴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화성포-17형 ICBM을 시험발사했기 때문에 최선희 담화는 이번 ICBM 시험발사를 대외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한중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며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그들의 ICBM 시험발사를 정당화할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다.

 

북한의 화성포-17형 ICBM 시험발사 성공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찾아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한미 간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라”며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미중 간의 심각한 전략경쟁과 미러 관계 악화로 인해 유엔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가 채택될 가능성은 제로다.

 

결국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한미 간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북한이 화성포-17형 IC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능력을 보여준 상황에서 미국이 ‘보여주기식’ 전략자산 전개와 무력시위를 넘어 실제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시 북한과의 핵전쟁까지 감수하면서 대북 핵공격을 고려할지는 의문이다.

 

이번 북한의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은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 옵션을 배제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에만 계속 의존하려 할 경우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의해 미 본토가 더욱 위협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만약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4,000개도 넘는 핵무기를 만들 역량이 있기 때문에 북한은 멀리 있는 미국보다 가까이에 있는 남한을 대상으로 군사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독자적으로 북한 핵을 견제할 수 있게 되어 우리 국민도 안보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동안 우리 손을 떠나 지나치게 ‘국제화’되었던 북핵 문제를 ‘한반도화’하면서 남북한 간에 새로운 평화와 협상의 시대를 열 수 있게 될 것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의 대부분 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핵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 고도화뿐만 아니라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국방공업의 전략적 과업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미국이 계속 ‘확장억제’로 대응하려 한다면 북한은 수년 내에 핵잠수함까지 개발해 미 본토 근처에서까지 미국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그들이 ‘확장억제’로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고, 한국에게 핵억제력을 갖게 하는 것이 최선의 대북 억제 방안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게 북한의 핵위협은 국가생존과 관련되는 핵심적 사안이지만, 미국에게 북한 핵위협은 전세계에서 해결해야 할 수십 가지 과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리고 미국은 4년마다 대통령 선거가 있어 언제든지 다시 ‘고립주의’로 회귀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가 국가생존과 관련된 핵심적인 문제를 미국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이같은 결단과 ‘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북한은 비핵국가인 남한이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남한을 무시하면서 남한을 대상으로 하는 전술핵무기와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ICBM과 핵잠수함 개발을 지속함으로써 남북 및 미북 간에 핵전쟁 가능성이 계속 높아질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제10조 1항은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각 당사국은 동 탈퇴 통고를 3개월 전에 모든 조약 당사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눈치만 보면서 NPT가 보장한 조약 탈퇴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계속 북한의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또다시 ICBM을 시험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한다면 한국은 NPT를 탈퇴할 수밖에 없다’고 지금이라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만약 한국 정부가 이 같은 결단과 ‘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북한은 비핵국가인 남한이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남한을 무시하면서 남한을 대상으로 하는 전술핵무기와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ICBM과 핵잠수함 개발을 지속함으로써 남북 및 미북 간에 핵전쟁 가능성이 계속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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