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후배 탈북민 정착 돕기 위해 탈북단체장 · 리더들 함께 나서자”

장 세 율 65개 단체구성 전국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

림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2/12/09 [15:05]

[인터뷰] “후배 탈북민 정착 돕기 위해 탈북단체장 · 리더들 함께 나서자”

장 세 율 65개 단체구성 전국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

림일 객원기자 | 입력 : 2022/12/09 [15:05]

 



북한에는 주민이 자율적으로 만드는 시민단체가 없고 개인이 자유의사로 참여하는 집회나 모임도 전무하다. 이런 폐쇄적인 사회서 살던 탈북민들은 남한의 많은 단체와 자유로운 집회, 시위 등을 보며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해 한다. 

3년 전 여름,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었던 ‘아사 탈북여성 한성옥 모자 추모장소’는 남한사회에 탈북민단체가 제법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당시 청와대 근처와 정부서울청사 주변에서 탈북민들의 추모 집회가 자주 있었다. 

올해 정초에도 서울 공덕동에 소재한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입주 빌딩 앞에서도 탈북민 집회가 수차례 있었다. 보통 20~30여명의 탈북민이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2시간 정도 발언, 구호합창 등으로 진행했다. 

시민들이 보기에 아이러니했을 것이다. 탈북민들이 자신의 정착지원을 돕는 공공기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니 말이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집회를 주도한 전국탈북민연합회 장세율 상임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과거 남북하나재단 앞 시위 본질은 무엇이었나? 

정인성 남북하나재단 이사장과 경영(임원)진의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2019년 8월에 있은 탈북모자 아사사건 이후 남한국민 대비 탈북민 자살율은 3.5배, 고독사 4배, 실업률 6배, 범죄발생률 8배로 나타났다. 이는 탈북민정착 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재 경영진에 탈북민 이사가 2명 있는데 탈북민사회서 이름도 생소할 정도로 전문성도 없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재 통일부, 남북하나재단, 하나원, 전국 하나센터 등 탈북민 관련 기관에서 1년에 탈북민을 위해 쓰는 돈은 자그마치 2천 5백억 원이다. 그 많은 돈을 쓰고도 탈북민정착 사회적 문제가 계속되는 것은 고질적인 병폐라고 본다. 

바로 탈북민정착 지원문제를 국가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관련기관 고위공무원들의 고액연봉, 인건비, 건물임대료 등 부차적인 곳에 많은 돈이 든다. 그러니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탈북민들에게 적은 몫이나 그것도 안 차례진다. 

 

현재 통일부, 남북하나재단, 하나원, 

전국 하나센터 등 전국 탈북민 관련

기관에서 1년에 탈북민을 위해 쓰는

돈은 2천 5백억…그럼에도 정착이

사회적 문제 되는 것은 고질적 병폐

 

▶일리가 있는 소리로 들린다.

남북하나재단 설립 12년이 지났다. 지금껏 10여 명의 이사장, 사무총장은 전부 남한사람이었다. 연봉이 근 1억 원이 되는 황금방석이니 탈북민에게 주지 않는다. 대부분 통일부서 정년퇴직을 마친 공직자들이 그 자리에 앉는다. 이제는 우리가 추천하는 사람을 임원으로 임명해달라는 것이다. 탈북민 심정을 남한사람들보다는 당사자인 탈북민이 좀 더 잘 알지 않겠는가. 

▶어떤 대책이라도 있는가?

탈북민정착 지원업무를 민간단체에 맡겨야 한다. 남한서 20~30년씩 사회적으로 인정이 된 탈북민 인재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탈북민 국회의원 3명, 석·박사 250명, 공무원 200명, 성공한 기업인 400명 있다. 정부가 시키면 못할 사람 어디 있나. 외국의 경우 선배이민자가 후배를 돕는 사례가 많다. 

 

정착 지원업무 민간단체에 맡겨야

남한서 20~30년 사회적으로 인정된 

탈북민 인재 발굴해 적재적소에 써야 

석·박사 250명, 공무원 200여명 등 

성공한 기업인 400명…외국의 경우 

선배이민자가 후배 돕는 사례 많아

 

▶무조건 탈북단체에 맡겨달라는 건 아니겠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 같다. 집회의 성과가 있었는가?

전무하다. 당시 여당인 진보정당에는 말도 안 먹힐 것 같아 야당인 보수정당에 수차례 민원(청원서)을 넣었다. 탈북민정착 지원기관 책임자는 우리가 추천하는 탈북민으로, 임원과 직원도 60% 이상을 탈북민으로 바꿔달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야당이어서 그런지 묵묵부답이었다. 선거 때 같아서는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것처럼 친절한 정치인들인데 정작 어려울 때 좀 도와달라고 하니 서로가 몸을 사리더라.

탈북 국회의원들의 도움을 기대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탈북의원 2명이 원론적으로는 우리들의 남북하나재단 개혁을 위한 투쟁에는 공감하지만 지금까지 피부로 느끼는 도움은 전혀 없었다. 자기소속 정당의 정책과 맞춰보면 초선과 비례의원이라는 한계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선거 때에는 자기가 당선되면 무엇을 어떻게 해주겠다고 열변을 토하는 정치인들의 소리에 이제 믿지 않는다. 당선되면 내가 언제? 식이다. 

▶정권이 바뀐지 8개월이 됐다. 탈북민 처지를 나몰라하던 전 정부에 비해 달라진 것 있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권이 바뀌면 남북하나재단을 비롯해 탈북민 정책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냥 그대로다. 어떤 때는 내가 윤석열 정권을 잘못 선택했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 때가 있다. 하도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을 받았기에 윤 정부는 다를 것이라고 믿었는데…탈북민 대부분이 남북하나재단의 개혁을 원하고 있다. 탈북민이 탈북민의 정착을 돕는 변화를 생각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국탈북민연합회를 소개해 달라. 

2019년 12월에 설립됐다. 그해 8월 서울서 탈북여성 한성옥 씨와 6살 아들이 굶어죽었다. 사건진상규명을 원하는 탈북민들이 많았다.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은 차일피일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고 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이 사임하는 것으로 끝냈다. 이때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전국의 탈북민이 뜻과 마음을 모으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부도 정부지만 먼저 우리가 할 일도 많다는 것을 안다. 그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의지를 키우고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탈북민의 정착이 정부에 어떤 도움이 되고, 한반도 평화통일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우리가 먼저 알려야 한다.

 

서울서 탈북여성과 6살 아들사건 진상규명

원하는 탈북민들 많아…이때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전국 탈북민이 뜻과 마음을

모으는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생각 갖게 돼

 

정부보다 먼저 계획을 세우고 의지 키우며

공감대를 넓혀 우리의 목소리 하나로 모아

탈북민의 정착이 정부에 어떤 도움이 되고 

한반도 평화통일에 어떤 기여 할 것인지를

먼저 솔선수범 한다는 뜻으로 협의체 설립

 

▶주로 어떤 단체들이 가입되었나.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방송’(대표 김성민),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허광일), ‘자유통일문화원’(원장 이애란), ‘NK지식인연대’(대표 김흥광), ‘통일지향협의회’(대표 이향란) 등 65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된 전국탈북민연합회다. 정기적 모임·공유로 소통하며 내가 상임대표 이고 각 단체장들이 공동대표로 사무실은 서울 영등포구에 있다. 

▶올해 대표적으로 한 활동을 소개 한다면.

지난 3월 광화문정부청사 앞에서 2019년 탈북어민2명 판문점 강제북송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20대 대선 1주일 앞두고 전국 탈북민 500여명이 참가했고 이향란 통일지향협의회장 등이 정부의 탈북민홀대 정책에 항의하여 삭발했다.

올해 5월 보수정권이 들어서 탈북민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월 전국의 탈북민 200여명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탈북청년 강제북송 대국민규탄집회’를 개최했다. 탈북여성 4명이 민주당에 항의표시로 삭발을 강행했다.

65개의 탈북민 단체로 구성된 전국탈북민연합회는 명실공이 3만 탈북민사회 대표적 단체이다. 지난 8월에 있은 권영세 통일부장관과 탈북민 북한인권단체장들의 면담도 우리 단체가 꾸준하게 노력해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를 대표하는 탈북민을 정치권 및 정부기관 고위직에 추천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올 7월 탈북민 200명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탈북청년 강제북송 대국민규탄집회’ 개최해

탈북여성 4명 민주당에 항의표시로 삭발 강행

탈북민 단체로 구성된 전국탈북민연합회는 

명실공이 3만여 탈북민 사회의 대표적 단체

 

▶고향이 어디인가. 

1969년 3월, 황해도 주둔 인민군 군관(장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출생지는 황남 강령이고 부친은 4군단 소속 포중대 정치지도원이었다. 1985년부터 10년간 평양미림대학(인민군 소속 컴퓨터기술전문대학), 9군단 등에서 군사복무를 하였다. 만기제대 후 함경북도 청진광산금속대학 2학년에 편입하여 1998년에 졸업했다. 이후 청진금속단과대학 기술기초강좌 수학교원으로 배치, 6년간 교단에서 교편을 잡았다. 

청진금속대학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때에 우연히 남조선TV를 보았는데 그것이 발각되었다. 제대군인출신의 노동당원이며 대학교원(교수)이 보았으니 문제는 간단치 않았다. 그에 대한 처벌노동인 ‘혁명화’를 3년이나 받았다. 

문제의 남조선TV를 본 것이 당과 국가에 반역이 될 정도의 대죄라니 허탈하였다. 2007년 말, 13살 난 아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왔다. 한 달 뒤에 아내가 탈북했고 가족이 모여 태국을 거쳐 2008년 2월 서울로 왔다. 

▶서울생활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지난 2010년 9월에 설립한 탈북민단체인 사단법인 ‘겨레얼통일연대’를 이끌고 있다. 단체운영 자금을 위해 2014년부터 인천 강화에서 ‘펜션’(숙박업소)을 운영했다. 열심히 했는데2017년 문재인 정권 들어서 여러모로 불이익을 받았다. 

예전부터 서해바다서 시간에 맞춰 ‘김정은 얼굴사진 풍선’을 띄웠다. 그 안에 북한주민을 위한 생필품이 있다. 하루 2회 100개의 풍선을 보냈는데 문 정권 이후 중단되었다. 경찰이 펜션과 현장 곳곳에서 감시와 제지를 했기 때문이다. 

▶군인들로부터 가택수색 받았다고 하던데.

2020년 2월 어느 날 밤 10시, 강화도 펜션으로 무장군인 20여명이 트럭을 타고 와서 ‘영장 없는 가택수색’을 했다. 이유는 내가 ‘김정은 모가지 따기’ 대북풍선을 서해에 띄었기 때문이다. 당시 탈북노인, 여성, 어린이 각각 1명 있었는데 너무 놀랐다. 이후 군인들의 펜션주변 감시가 직·간접적으로 3개월간 지속되었다. 지역경찰서는 물론 심지어 국회까지 이 문제를 상정했는데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또 다른 일은 2021년 5월 대북풍선 전문가인 탈북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우리 펜션에 와서 대북풍선을 날렸다. 내가 지방에 출장을 가고 없을 때 벌어졌다. 그것 때문에 수색영장 발부 받은 경찰 6명이 와서 CCTV, 컴퓨터 확인, 시설물 탐지 등 4시간 넘게 수색을 했다. 업무 공조는 무혐의지만 장소제공 혐의를 받았다. 

 

정부에 탈북민 정책 건의, 감독 꾸준히 할 것

물론 탈북민 100% 지지를 받지 못할 지라도

후배들을 위해 나서야 하는 일임은 분명해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온 이 땅에서 탈북민

 잘 살아야…그것이 북한주민들에 희망 줄 것

 

▶정부에 바라는 것이 많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탈북민인권보호법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탈북어부 2명 강제북송 같은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북한으로 가겠다고 하는 탈북민이나 국민은 북한으로 보내는 법 규정이 있으면 좋겠다. 대신 북한으로부터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데려왔으면 한다. 결과적으로 남한이 이득이고 북한이 손해가 될 것이다. 우리가 당당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를 상대로 탈북민 정책을 바로 해줄데 대한 건의나 감독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물론 그 일이 탈북민 100%의 지지를 받지 못할 지라도 누군가는 우리와 후배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일임은 분명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온 이 땅에서 탈북민 모두 잘 살아야 한다. 그것이 북한주민들에게 희망을 준다. 탈북민 정착 문제도 분명 인권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문재인 정부에서 땅바닥으로 하락된 탈북민 권익과 위상을 조금이라도 높이는데 탈북단체장들과 리더들이 함께 팔 걷고 나서자는 것을 호소하고 싶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에게 차려진 몫(정부 탈북민정착 지원 예산)은 반드시 우리가 찾아 받아 쓸 줄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이익과 욕심, 명예 등을 조금씩 내려놓고 대의와 후배들을 위해 많은 탈북단체장들이 단체연합 활동에 적극 동참했으면 좋겠다. 림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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