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숨겨진 4.19비화를 발굴한 기쁨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2023/01/16 [15:34]

[기고] 숨겨진 4.19비화를 발굴한 기쁨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 입력 : 2023/01/16 [15:34]

언론사에 종사하는 많은 기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다른 기자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기사를 발굴했을 때다. 사실이 존재하는데 다만 알려지지 아니한 상태에 있을 때 홀로 이를 찾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똑같은 출입처에 많은 경쟁사 기자들이 우글거리는데 자기 혼자서 특종기사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인 능력도 있겠지만 똑 부러진 제보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타사에서 넋 놓고 있는데 자사에서만 특종이 보도된다는 것은 언론사로서는 흐뭇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 SNS에 떠도는 수만 건의 유튜브에 따르면 온갖 방법으로라도 툭톡 튀는 기사를 내보낸다는 핑계로 가짜뉴스에 치중하는 유튜버들이 넘쳐난다. 이 가짜뉴스를 양산할수록 시청자가 많다고 자랑하지만 그들이 사회를 좀먹는 악성 바이러스임을 알아야 한다. 가짜뉴스에 인이 박힌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을 사실로 인식하고 여기저기 퍼 나르는 바이러스가 되기도 한다.

 

특히 오래 전에 일어났던 사건은 관계자들의 기억력이나 편견 때문에 자칫 사실이 왜곡될 수도 있다. 얼마 전 광주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63년 전 광주에서의 4.19혁명 비화를 듣고 깜짝 놀랐다. 4.19데모를 가장 격렬하게 했던 도시 중의 하나인 광주가 마산 3.15의거보다 3시간 먼저 데모를 했다는 것이 그 중의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4.19데모를 하던 학생과 시민60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되어 광주서석초등학교 강당에 1주일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는 얘기였다. 3.15의거는 민주당 중앙당에서 전국 도당(道黨)에 지시하여 부정선거 규탄데모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 전국에서 크고 작은 규모로 일어났던 것인데 마산에서 대규모 시위로 번졌고 김주열사건으로 4.19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던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내가 살던 전주에서도 민주당원들이 주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전북대학생들도 이에 가담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광주서석초교 강당에 600여 명이 구금되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나는 광주출신 4.19유공자인 서울지부장 김선담, 전 서울신문 사장 전만길, 충남대 명예교수 김병욱 등에게 이를 문의했으나 모두 금시초문이었다. 다만 유인학(전 국회의원)만이 자기도 거기에 구금되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래서 현장취재를 하려고 110일 광주에 내려갔다. 당시 구금되어 있었던 양재근(조대부고 1) 한삼무(조대부고1), 김재화(광주농고3) 류일성(광주농고3)등과 만나 서석초교를 방문했다. 개교 130년이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가진 초등학교지만 지금은 학생 300여 명에 불과하다. 100여 년 전에 지어진 강당의 이름은 서석당(瑞石堂)이라 했다. 구금되었던 그들이 전해준 자료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4.19당시 423일자 전남일보에 대문짝만하게 이 사실이 보도되어 있었다. 제목으로 뽑은 기사는 693명이 경찰에 체포되어 교수데모가 벌어진 425일 석방한 것으로 나왔다. 따라서 광주경찰서에서는 이들을 구금하여 더 이상 데모가 확산되지 않도록 예비검거를 했던 것으로 추측되었다.

 

이들에게는 구금기간 동안 매끼 주먹밥이 제공되었으며 각 교실로 분산하여 구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니까 화장실 문제는 큰 애로가 없었다. 이 사실은 신문에 보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은 당사자들이 들고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에 대하여 나를 안내한 오치갑(당시 조선대3)동지는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은 당사자들의 잘못도 있지만 역사적인 사실을 캐내려는 보훈행정의 활성화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뒤 늦게라도 이에 대한 확고한 증거와 사실관계가 파악되어 실질적인 피해 당사자들의 4.19혁명 공로가 정확하게 인정받을 날이 오리라고 기대한다. 4.19혁명은 12년 동안 계속된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자랑스러운 학생혁명이었기에 헌법전문에 그 정신이 기록된 것 아니겠는가. 이를 계기로 아직도 미발굴 상태인 비화를 찾는데 심혈을 기울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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