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월26일 서울평양뉴스에 보낸 분석 자료를 통해 “김주애 등장과 관련해 미래세대의 안전보장 의미에는 군사분야 활동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분야 기타 활동도 당연히 포함, 따라서 김주애가 군사분야 외 다른 분야에서도 등장하는 것은 합리적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주애를 후계자 내정 단계라고 규정하는 것은 아직은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내정 단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밝히지 못했다.
또한 “북한 체제 속성상 후계자가 갖는 엄청난 무게, 대내외적 파급영향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내정과 지명 구분도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내정’과 ‘지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도 밝히지 못했다.
북한 후계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본인의 주장을 임을출 교수가 부정하려면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변해야 할 것(이는 다른 전문가들도 해당)이다.
임 교수가 “북한 내부 새로운 현상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산적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 생산적 논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아래 질문에 대해 공개적으로 답변하기 바란다.
▲ 북한에서 후계자 ‘내정’과 ‘지명’은 무엇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 ‘미래세대의 안전보장’이라는 의미에서 김주애를 등장시킨 것이라면, 왜 ‘미래세데’에서 김정은의 다른 아이들과 청소년은 배제하고 김주애만 띄우는가?
▲ 김주애 공개가 ‘미래세대의 안전보장’ 의미 차원이고 후계자 내정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 북한은 왜 로동신문 등을 통해 그동안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선대 수령’ 그리고 김정은과 같은 ‘현재 수령’에게만 사용되어온 ‘존귀하신’이라는 극존칭 수식어를 김주애에게 사용하고 있는가?
▲ 김주애 공개가 ‘미래세대의 안전보장’ 의미 차원이고 후계자 내정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 북한이 김주애에게 ‘존경하는’이라는 숭배의 의미를 담은 수식어를 사용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 김주애 공개가 ‘미래세대의 안전보장’ 의미 차원이고 후계자 내정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 북한이 김주애에 대해 김정은이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 또는 ‘가장 사랑하는 분’이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김정은이 여러 아이들 중 김주애를 가장 사랑할 수 있지만, 이 같은 표현은 다른 아이들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에게 장남이 있고 장남을 후계자로 키우고 있다면 이 같은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한 것 아닌가?
▲ 김주애 공개가 ‘미래세대의 안전보장’ 의미 차원이고 후계자 내정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 지난 2월 9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전날 열병식에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당중앙위원회 비서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잡았습니다.”라고 보도하면서 윗사람에게 사용하는 ‘모시고’라는 표현을 김주애에게 사용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북한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서열 5위 안에 들어가는 최고위급 간부들이므로 이들이 김주애를 모셨다는 것은 김주애가 그들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음을, 다시 말해 김정은 다음가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로 내정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판단인가?
▲ 김주애 공개가 ‘미래세대의 안전보장’ 의미 차원이고 후계자 내정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 북한 조선중앙TV가 2월 8일의 열병식에서 기마부대가 앞장선 열병 행렬 순서를 소개하면서 김정은의 ‘백두산 군마’와 바로 뒤의 김주애 백마를 보여주고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가 그 뒤를 따라 활기찬 열병의 흐름을 이끌어갑니다.”라고 보도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는 김주애가 미래에 김정은의 후계자가 되어 북한을 이끌어갈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닌가?
▲ 김주애 공개가 ‘미래세대의 안전보장’ 의미 차원이고 후계자 내정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 2월 8일 열병식 참가자들이 “김정은 결사옹위!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를 계속 외쳤고, 북한 TV는 수시로 김주애를 비춘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는 열병식 참가자들이 실제로 “김정은 결사옹위! 김주애 결사보위!” 구호를 외친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주애를 단순히 ‘정치선전수단’이나 ‘행사 마스코트’ 정도로 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판단인가?
▲ 김주애 공개가 ‘미래세대의 안전보장’ 의미 차원이고 후계자 내정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 지난 2월 7일 북한군 창건 75주년 기념연회에서 김정은이 김주애를 테이블의 정중앙에 앉히고 자신과 부인 리설주는 그 양옆에 앉아 군 고위간부들을 병풍처럼 뒤에 세우고 사진을 찍은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김주애가 단순히 ‘정치선전수단’이나 ‘행사 마스코트’에 불과하다면 김정은이 공식행사에서 자신이 앉아야 할 자리에 ‘정치선전수단’이나 ‘행사 마스코트’를 앉히는 것에 대해 과연 핵심 간부들이나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 김주애 공개가 ‘미래세대의 안전보장’ 의미 차원이고 후계자 내정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 지난 2월 14일 북한 조선우표사가 17일 발행 예정인 새 우표의 도안 8종을 공개했는데, 8종 가운데 5종의 우표에 김주애가 김정은과 미사일을 배경으로 손을 잡고 나란히 걷거나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한 모습, 인민군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담긴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과거에 김일성이 그의 후계자 김정일과 그리고 김정일이 후계자 김정은과 같이 다정하게 둘이서 찍은 사진 외에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외빈과 찍은 사진을 제외하고) 후계자가 아닌 인물과 이렇게 둘이서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을 지속적으로 공개한 적이 있었는가?
▲ 임을출 교수는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현재 김정은 시대의 권력세습 환경은 차원이 다른 상황, 특히 핵무력 고도화를 통한 강대강 정면승부 기조 아래에서 핵전쟁 운운하는 초유의 상황, 이외 식량난 해결 등 난제가 쌓인 상황에서 어린애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 하고 후계자 수업을 쌓게 하는 것이 과연 우선순위가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김일성 시대와 김정일 시대의 권력세습 환경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이 모두 정책결정과정에서 동일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임을출 교수가 이상의 질문에 성실하게 구체적으로 답변을 한다면 본인은 언제 어디서라도 임 교수와의 공개 토론에 응할 의사가 있다.
북한 전문가라고 해도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 군사, 외교 등의 모든 분야를 다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북한의 정치군사 전문가가 북한의 경제나 사회문화 분야까지 깊이 있게 알기는 어렵다. 남북경협이나 북한경제 전문가가 북한의 정치와 군사에 대해서까지 깊이 있게 알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주제에 대해 언급할 때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고, 그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의 주장을 반박하려면 훨씬 더 신중하고 정교한 논리를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인은 박사학위 코스 과정(DEA) 논문과 박사학위논문에서 김일성에서 김정일에로의 권력승계 과정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그리고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과정에 대해서도 여느 전문가 못지않게 많은 논문과 글을 썼다.
2004년부터는 북한 내부의 고용희 개인숭배 문건 등을 토대로 김정일의 후계자는 김정일과 고용희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철이나 김정은(당시에는 김정운으로 알려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고, 2008년 말 김정은이 북한 내부에서 후계자로 확정된 후에는 김정은 후계체계 구축 과정에 대해 어느 전문가 못지않게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김정일 사망 직후 다수의 전문가들이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낮게 평가할 때 본인은 김정은의 권력 장악력은 확고하다고 구체적인 근거들을 가지고 분명하게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수할 수 있는 자료와 정보의 제한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잘못 분석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북한 후계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지 않은 전문가들 다수는 김정일 이후 ‘장성택이 섭정하는 군부집단지도체제’가 출범할 것, 아니면 ‘국방위원회 중심 체제’가 출범할 것이라는 등 실제와 훨씬 더 괴리된 주장들을 했다.
본인은 북한에서의 권력승계 문제 등을 깊이 있게 파악하기 위해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도 일본에서 두 차례나 만났고, 스위스에서 김정은과 김여정을 데리고 있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김정은의 이모와 이모부도 2021년 3월에 세 차례나 만나 인터뷰했다.
2004년부터 고용희 개인숭배 문건 등을 토대로 북한이 3대 세습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을 때 당시 대부분의 진보적인 전문가들은 “21세기에 무슨 3대 세습이냐?”, “김정일이 자신은 자식에게 권력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정일이 이미 김정은의 8세 생일 때인 1992년부터 “앞으로 내 후계자는 정은이다”라고 자신의 측근들에게 말했으므로(본인이 김정은 이모와 이모부에게 직접 확인) 국내 진보적 전문가들의 희망적 사고는 실제와 괴리된 것이었다.
지금도 우리 사회의 진보적인 전문가들 다수는 북한의 ‘4대 세습’ 가능성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데, ‘희망적 사고’를 넘어서서 북한 매체가 어떠한 수준에서 ‘김주애 띄우기’를 진행하고 있고, 김주애에게 어떠한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북한의 최고 핵심 파워엘리트들이 김주애를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냉정하게 분석함으로써 2000년대에 범했던 오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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