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왜 낳지 않을까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2023/03/20 [11:31]

아기를 왜 낳지 않을까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 입력 : 2023/03/20 [11:31]

서울이고 시골이고 간에 동네에 아기 우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개탄하는 소리가 들려온 지 오래되었다. 잘 만들어 놓은 어린이 놀이터가 텅텅 비어 있어 파이프에 녹이 슬었다. 길가에서 아기 업은 아주머니를 보았던 것이 언제일까 한참 머리를 굴려봐야 한다. 지하철에서 어린이를 둘 셋 데리고 타는 젊은 부부를 보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결혼을 한 자녀들이 아기를 안고 부모님을 찾아오는 것이 미풍양속 중의 하나였다. 손자 손녀를 반기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함박웃음은 가정의 화합과 다복의 상징이었다. 집안에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은 아기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 세태는 결혼한 자녀들이 아기 낳기를 기피한다. 과거에는 결혼을 했다고 하면 이듬해에는 떡 두꺼비 같은 손자 손녀를 가릴 것 없이 안고 들어선다. 온 집안이 떠들썩해지며 모든 식구들의 얼굴에 행복에 겨운 웃음이 번진다. 여기에는 빈부가 따로 없었다. 아기 자체가 모든 것의 중심이었으니까.

 

이런 풍속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가난을 안고 살아온 민족이다. 신분사회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영위했던 우리 선조들은 초근목피로 연명을 하면서도 자식농사만은 풍성하게 지었다. 저 먹을 것은 제가 타고난다는 신념으로 자식을 많이 낳았다. 그러다가 일제의 악랄한 강점기를 거쳤고 광복 후에는 6.25민족상잔으로 나라 전체가 대 참화에 휩쓸렸다. 1인 영구집권을 꾀했던 이승만 정권을 쫓아낸 4.19혁명은 국민에게 자신감을 부여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신념은 비록 5.16군사쿠데타로 찌부러졌지만 그 뒤 이어진 산업화를 성공시키는 원동력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기 낳기를 통제하는 국가명령이 떨어졌다. 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구호가 어느덧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자로 바뀌었다. 경제성장에 인구가 많으면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였다. 세계제일의 인구를 자랑하던 중국이 경제도약의 명분으로 철저히 출산을 차단했다가 이제는 오히려 인도에게 1위 자리를 내줘야 하는 처지가 된 것도 한국과 똑 같은 입장이다. 인도는 가만 놔두고도 경제성장율 1위다.

 

우리나라는 원조 받던 나라가 보기 드물게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상징이 되었지만 몇 년 만 있으면 초 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노동력을 상실한 노년인구의 급증현상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결혼 적령기의 청춘남녀가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외면한다면 나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통계청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다. 부부100쌍에 자녀수가 78명이라는 수치다. 부모세대의 3분의1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이 1.6명인데 딱 절반이다. 일본은 1.33명이며 한국을 제외한 37개국은 모두 1명 이상이다. 연간 출생아 수가 50년 전에 100만 명이었는데 지금 25만으로 4분의1토막이다. 한국이 사라져간다는 대문짝만한 신문제목이 섬뜩하다.

 

정부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한다. 대부분 경제적인 지원을 뜻한다. 다산가정에 많은 혜택을 준다. 아기를 여럿 낳으면 지원액수도 커진다. 상당한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 출산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착오다. 출산은 한 가정에 복음이 되어야 한다. 아기가 있어야 가정이 평화롭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첫째다. 이는 중·고등학교에서 성교육을 시킬 때부터 출산교육도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다. 남녀를 구별하지 말고 성()의 순수성과 사회성을 심어줘야만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대도시 중 서울0.59, 부산0.72, 인천0.75명의 저조한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크다. 이들 대도시가 다른 지방보다 훨씬 생활수준도 높다. 이들이 앞장설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참고로 2040세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수는 2.09명으로 나라를 지탱하는 기본을 충당한다. 국민들이 심각하게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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