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골프장·해수욕장 개발 등 레저의 도시

[북한 지방도시 둘러보기] 강원도 원산/ 성치호 북한개발연구위원회 위원

장희원 기자 | 기사입력 2023/03/28 [19:11]

스키장 골프장·해수욕장 개발 등 레저의 도시

[북한 지방도시 둘러보기] 강원도 원산/ 성치호 북한개발연구위원회 위원

장희원 기자 | 입력 : 2023/03/28 [19:11]

강원도는 어머니의 고향이다. 따라서 내 몸에 흐르는 피의 반은 강원도의 피다. 어머니의 고향에서 조금만 북으로 올라가면 더는 갈 수 없는, 저 너머 또 하나의 강원도가 존재한다. 어머니는 한국전쟁 발발 전에는 38선 북쪽의 북한지역에서 인민학교를 2학년까지 다니셨다. 전쟁 후반에 이르렀을 때, 그곳은 하루는 국군, 하루는 인민군으로 점령군이 바뀌었던 수난의 동네였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자란 내가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어쩌면 아주 작은 운명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북한개발연구위원회의 연구도시 선정과정에서 내가 강원도를 택하게 된 계기는 친숙하면서도 미지의 세계인, 내가 아는 강원도의 저 너머를 알고 싶어서였다. 이러한 연유로 강원도를 선정하고 그 중 원산을 조사하게 되었는데, 내 기억의 범주 안에 머물던 강원도를 너머 또 다른 강원도가 있음을 확인하였을 때, 그 미지의 땅은 새롭고 강렬하게 나에게로 다가왔다.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이지만 강원도는 유난히 지역마다 사투리가 다르다. 강원도를 조사하여 위원회 내부에서 발표하는 날, 초청인사로 원산 출신 탈북지식인이 온 타 지역의 탈북민으로부터 느꼈던 말투의 이질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의 말투는 나의 외갓집 말투와 같은 강원도 북쪽의 사투리였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내가 떠올릴 수 있었던 원산에 대한 직관적인 키워드는 김정은의 고향 내지는 원산폭격 정도였다. 원산을 조사하면서 더해진 키워드는 천혜의 자연조건이 갖추어진 항구도시라는 사실과 그로 인해 러시아와 일본 등 열강의 개항요구를 받았으며, 일본과의 조약을 통해 최초로 개항된 3대 항구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본토와의 연계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가 되어 철도, 항만, 공항, 군수산업 등이 발전하였다. 천혜의 자연적 요건으로 인해 국내 최초의 스키장개장, 골프장 및 해수욕장의 개발 등 레저 분야에 상당히 앞서 있었던 도시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세월이 흘러 일본을 오가는 만경봉호가 정박하는 항구 정도로 알려졌던 원산의 위상은 김정은의 집권 이후 달라지게 되는데, 김정은의 고향인 탓에 원산을 마치 고고한 성역으로 조성하려는 듯, 북한당국은 평양에 버금가는 국력을 쏟아 부으며 개발을 가속화 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게 되는 연구결과는 자료조사의 범위에서 많이 벗어나진 않았지만, 조사를 통해 기존 원산의 현황과 주관적 개발방향을 설정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 나름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북한의 강원도 또한 알면 알수록 나의 외갓집 강원도처럼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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