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 영원한 동지이고 싶습니다

전수미 변호사 | 기사입력 2023/03/29 [19:33]

나는 당신에게 영원한 동지이고 싶습니다

전수미 변호사 | 입력 : 2023/03/29 [19:33]

참으로 고맙습니다. 몸이 아파서, 배가 고파서, 가족들 때문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목숨 걸고 그 어려운 길을 걸어 당신은 여기 남한까지 와주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경계를 넘으면서도 두근거리고 떨리는 가슴에 숨죽여야 했고, 3국에 넘어와서도 어떤 분은 외국인 남편이나 그 가족의 협박과 학대에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겠죠. 그러다가 만난 브로커나 교회 공동체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매 순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그 넓은 산과 들을 차를 타거나 걷고 달려서 국경을 넘었죠.

 

 


얼굴에 부딪히는 그 따스하고 습기 가득한 공기를 맞이하며, ! 이젠 살았다고 안도했을 겁니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임시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온 당신은 검은색 차를 타고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가서 북한에서 태어나서 여기에 오기까지 여정을 적으라는 지시를 받았겠죠. 통일부, 법무부, 경찰청, 국정원 등 누군지도 잘 모르고 어디에서 온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았을 것이고요. 누군가는 사상전향서에 이름을 쓰라는 요구까지 받았겠죠. 여기에 서명 안 하면 여기에서 죽어도 남한에 온지 아무도 모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남한 땅에 와서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았겠죠. 하지만 남한 말에는 영어가 많고 한자어도 많아 도대체 강사들이 하는 말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난 여기에서 나가 먹고 살아야 하는데 저 강의들이 내가 먹고 사는 거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중국에 있는 가족들은 어떻게 데려와야 하는지 몰랐겠죠. 고단한 여정에 몸은 아프고 지치고 힘들었겠죠. 하나원에 있으면서 심리치료나 의사의 치료를 받는 기간은 가진 아픔에 비해 너무 짧아 퇴소하면서 제대로 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지 못해 힘들었을 것이고요.

 

남한 사회에 나와 보니 북한 사투리 쓴다고 무시하고, 간첩 아니냐고 의심하고, 누구는 환대하지만 누구는 치열한 경쟁 속에 나를 이용하려고 한 사람도 있겠죠. 팍팍한 이곳에서 누구에게도 기댈 곳 없고, 남한 사회는 너무나도 경쟁이라 숨 막히고, 남한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은 받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 같고. 그렇지만 일은 하고 싶고.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아픈 가족을 어떻게 부양해야 할지 막막하겠죠.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지금 먹고 사는 것도 힘든데 기분은 나쁘고 고통스럽지만, 그걸 신경 쓸 여유도, 나에게 나쁜 짓을 한 남자들을 어떻게 벌할지 모르고 보복을 하는 건 아닌지 두려워 아픈 가슴 부여잡고 숨죽여 살아가기도 하겠죠.

 

괜찮아요. 다 괜찮아요. 북한에서 태어난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이 다른 나라에서 아니면 남한에서 나쁜 일을 당한 것은 당신이 바보여서가 아니에요. 우리는 분단의 피해자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북한에서 온 당신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늘 진심으로 함께 하는 저 전수미 변호사가 있습니다. 저도 나쁜 일을 당했고, 그래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고 있어요. 다만 저 같은 사람 더 만들고 싶지 않아서,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고향과 성별로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힘들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버티면서 당신들을 지원하고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여기 남한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두렵지만 그래도 함께합시다. 더 이상 우리 같은 사람 만들지 맙시다. 나는 당신의 영원한 동지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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