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통일시대 주인공이자 주체는 누구인가

문서영 한반도 청년미래포럼 연구원 | 기사입력 2023/04/18 [16:10]

[포럼] 통일시대 주인공이자 주체는 누구인가

문서영 한반도 청년미래포럼 연구원 | 입력 : 2023/04/18 [16:10]

북한에 사람이 살고 있다너무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말을 조금 바꿔서 북한에 사회와 상호작용하는 능동적인 사람이 살고 있다라는 문장은 어떤가. 이 문장 역시 사실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은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 지역, 학교 등의 환경에 영향을 받고, 동시에 사회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개념을 놓고 생각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당연히 북한에 사람이 살고 있다라고 말하고자 한다.

북한 주민들은 왜 북한 지도자를 끌어내리지 않고 있는지’, ‘북한 사회 내 반대 시위가 나타나지 않는지의문을 가지곤 한다. 혹은 북한당국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하는 북한 주민을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해버리곤 한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도 저항하는 사람이 살고 있다. 처벌받을지라도 꿋꿋이 남한의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살고 있고, 자유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사람이 살고 있다이러한 북한 주민의 움직임은 북한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게 만들었고 북한 주민의 탈북을 막기 위한 방안 모색에 골머리 썩게 만들었다. 체제를 변혁시킬 정도는 아닐지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을 하는 사람들이 북한에도 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주민 인식을 알 수 있는 방법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특성상 북한 주민의 인식을 직접 확인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철의 장막 뒤에 사는 북한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북한 영화에 반영된 북한 사회의 모습을 살피고 북한 주민의 인식을 유추해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북한 사회에서 영화는 당의 정책을 선전하고 북한 주민을 교양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기에 북한 영화가 북한 사회 현실을 100%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으나, 북한 사회에서 어떠한 인식이 선전되고 재생산되어왔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분단의 혼란 속에서 국가 안보의 경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특히 나와 같은 청년 연구자들에게 영화와 같은 문화를 통한 체제의 접근을 시도해 볼 것을 감히 강조하고 싶다.

 

2000년대 한반도 평화 논의하는 시기

 

1998년 소 떼 방북, 2000년 남북정상회담, 2000년 전후의 남북교류협력이 이루어지던 시기, 남북의 역사 중 그나마 한반도 평화 인식과 함께 남북의 상호신뢰에 대한 자부심이 나타났었다. 그렇다면 당시 북한 사회에도 한반도 평화가 인식되고 남한 주민에 대한 신뢰가 나타나고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당시 2000년 개봉작 아들이 돌아왔다’, 2002년 개봉작 철쇄로 묶지 못한다두 편의 북한 영화에서 남한에 대한 절대적 불신을 확인할 수 있다.

아들은 돌아왔다속 등장한 남한 주민은 북한에 고향을 두고 있는 남성 노인으로서 통일을 염원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내 북한에 두고 온 땅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이기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한편 철쇄로 묶지 못한다속 남한 청년은 민주화 당시 광고 포스터를 만드는 사람으로 등장하여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통일을 이용하는 세속성을 보인다. 북한 사회에서 남한 주민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민족의 염원인 통일도 이용하는 이기적인 존재로 재생산된 것이다.

두 영화가 개봉한 2000년대는 고난의 행군 이후 김정일이 권력을 잡은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사상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남한에 대한 불신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평화적인 한반도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여기던 2000년대에도 북한 사회 내 남한 주민에 대한 불신이 재생산 혹은 재생산해내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다는 점은 북한 주민이 가지고 있을 의견과 인식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외부에서 바라보는 북한사회의 모습과 북한 내 주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물리적으로 같은 차원에 존재하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른 영역과 공간에 존재한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주민도 통일 시대의 주인공

 

 문서영 매니저


한반도 평화, 통일의 기초단계로 상호신뢰가 거론된다. ‘상호상대가 되는 이쪽과 저쪽 모두를 의미하는 말이지만 이쪽인 남한의 인식과 의견이 마치 한반도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북한 주민도 통일시대의 주인공이자 주체이다. 북한 주민 역시 한반도 평화 논의의 당사자이며 통일에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존재이다. 만약 통일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 주민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 우리는 그들을 설득할 준비가 되어있을까?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의 의견을 들어볼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은 북한 주민을 2등 시민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같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만의 시선과 방식으로 북한주민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바라봐왔다. 이러한 방식을 수정하는 것이 통일을 향한 가장 기본적인 단계일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한반도의 민주주의 시민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표면으로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은 한반도의 미래상을 만들기 위해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통일시대 주체이자 파트너로서 자리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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