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은 남한에 온 이후 어떻게 정착을 하고 있을까. 통일신문은 탈북민 현황, 정부의 탈북민 정착 지원 정책, 정착 유형, 그리고 문제점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탈북민 3만 4천명 시대, 여성 비중이 70%
통일부에 따르면 2023년 11월 현재 탈북민은 약 3만4000여명이다. 정부는 90년대 중반 무렵 북한의 식량사정 악화를 계기로 탈북민이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탈북민은 2002년 1,000명을 넘어섰고 2006년에는 2,000명을 초과했다. 이에 따라 2007년 2월에는 탈북민 전체 입국자는 1만 명을 넘어섰다. 2010년 11월에는 2만 명, 2016년 11월에는 3만 명을 넘어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맞았다.
1998년도까지 국내 입국자는 947명에 불과했으나 지속적으로 증가해 이후 3년(1999년~2001년) 동안 1,043명이 입국했다.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유지하다 2012년 이후부터는 입국인원이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한 북중 국경통제 등의 영향으로 입국인원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229명, 2021년 63명, 2022년 67명 입국했다. 특히 여성의 입국비율은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02년을 기점으로 남성비율을 넘어 현재는 전체 탈북민의 7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민이 한국행을 희망하는 경우 인도주의와 동포애 차원에서 전원 수용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국내법과 UN난민협약 등 국제법에 맞게 이들을 보호하고 수용하고 있다.
정부는 2023년 3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3년도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탈북민 정착지원 시행계획 핵심은 ‘포용’이라 할 수 있다. 정부 합동으로 내놓은 여섯 가지 정착지원정책을 살펴보면, 포용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탈북민 정착지원정책은 2014년 2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제4조의3, 법률 제12039호) 개정으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기본계획·시행계획’ 수립 및 추진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는 2015년부터 3년마다 탈북민 정착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14년 12월, 제1차 기본계획(2015~2017년), △2018년 2월, 제2차 기본계획(2018~2020년), 그리고 2021년 5월 제3차 기본계획(2021~2023년)을 수립했다.
탈북민을 포용하는 사회적 환경 조성은 ▲남북통합문화센터 활성화 ▲일반국민 탈북민 이해 교육 ▲지역주민과의 소통·교류 활성화 ▲탈북민단체 지원 ▲정착 우수사례 발굴·확대 등이다.탈북민 보호· 지원체계 내실화에는 ▲지역 중심 정착지원 체계 강화 ▲위기 탈북민 발굴종합 지원 ▲보호결정 내실화 ▲인권보호관 제도 운영 ▲신변보호 개선 ▲개인정보 보호 체계 강화 ▲해외 체류 탈북민 보호 강화이다.
취약계층 생활밀착 서비스 확대에는 ▲ 사례관리 지원 강화 ▲의료지원 확대 ▲취약계층 생계생활안정 지원 확대 ▲기초생활보장제도 특례 적용 ▲심리안정정서지원 체계화 ▲맞춤형 힐링프로그램 운영 ▲생활밀착형 법률서비스 제공 ▲재소자·출소자 재정착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남북하나재단은 탈북민의 성공적 정착과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재단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남한에서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민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해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150명이 넘은 탈북민을 선정해 어떻게 정착해 살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보고서에 들어 있는 내용에 따르면 ‘탈북민은 치열하게 열심히 산다’는 표현으로 압축할 수 있다.
직장인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분야가 다양하다. 일반적인 기업에서부터 세무법인, 병원, 요양보호사, 강사(통일교육·임상·안보 등), 기술직(전기·용접 등), 운동선수, 간호사, 기자, 운수업종(택시·버스 등), 교사 및 교직원(초·중·고등학교 및 대학)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자영업의 경우 직장인처럼 다양한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식당, 양봉, 농부, 카페, 화물, 농원, 학원, 결혼정보회사, 미용, 한의원, 통역사, 조리사, 반찬가게 등이다. 탈북민의 특성을 살려 통일, 탈북민지원 등 관련 사회단체나 협회에서 활동하거나 대표로 있는 경우도 있다.
이와 함께 학생 신분을 갖고 있는 경우도 특이한 점으로 볼 수 있다. 직장인, 자영업 등 사회활동을 하면서 학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대학에 진학하는 비중이 높고 이 외에는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남북하나재단이 정착 사례로 선정한 대상은 나름대로 직장이나 자영업을 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자리를 잡은 탈북민이기 때문에 이들이 3만 4천명에 이르는 탈북민의 삶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탈북민도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 나이가 많아 생활이 영위하기 어렵거나 병환이 있는 일부의 경우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부지원’에만 기대지 않고 우리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자고 설립된 탈북민 단체가 있어 주목된다.
실효성 및 지역 단위 정착 정책 필요
탈북민이 남한에서 정착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쉽지 않은 과정’을 견뎌야 한다. 남북한 사회가 갖고 있는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라는 차이는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남한의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조차 풍요로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도전이 필수인 사회에서 남한의 생활 형태는 탈북민에게 절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탈북민은 3만 4천여명이라는 숫자는 적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는 살아온 환경, 지역, 학력, 경험 등은 천차만별이라고 봐야 한다. 또 대부분의 탈북민은 이른바 전문직 또는 기술직 형태로 근무한 경험이 적은 편에 속하고 여성이 많다. 이 때문에 남한에서 직장인으로 근무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국가단위의 정착 정책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단위의 정착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정책은 계속 이어왔지만 여전히 탈북민의 사회적응은 논란이 되고 있다. 서로 다른 체제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까닭에 짧은 시간에 적응하고 정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식의 전환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회적응은 어느 일방에 의해서 이뤄질 수 없다. 가정, 학교, 직장 등 사회적 차원에서 탈북민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해야 한다. 물론 탈북민 스스로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 호응해야 한다. 작고 사소한 편견이나 오해가 크고 광범위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탈북민 정착 문제는 현장을 밀접하게 연결한 실효성 있는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 통일 문제처럼 탈북민 문제도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탈북민 문제는 개인의 문제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할 수밖에 없다.
탈북민을 바라보는 관점은 1990년대 귀순의 개념에서, 2000년대 취업, 교육 등 거주 실태조사 실시 및 주민의 개념으로 확장됐으나 주거복지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일반 국민들과 비교해 아직까지 열악한 현실에 처해있었다. 이는 탈북민의 남한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탈북민은 국내 입국 후 정부에서 제공받는 관리 및 교육기간은 동일하나, 하나원 퇴소 후 실질적으로 거주 및 생활의 기반인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대한 연구 및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탈북민 정착지원은 정부지자체-민간의 상호 협력이 중요하나 실질적인 상호협력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탈북민에 대한 행정당국의 시각은 ‘복지’ 개념이 아닌 ‘거주지보호’에 머물러 있다.
탈북민을 ‘거주지보호’관점에서 탈피해 ‘주거복지’ 또는 ‘생애복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에 직면한 만큼 이에 어울리는 정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에서 탈북민의 숫자를 법적으로 비공개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만큼 우리 사회에서 탈북민이라는 개념을 숨기고, 신변을 공개하면 안 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탈북민 정착은 이제부터는 비밀주의나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보호’ 개념을 폐지하고 ‘복지’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거주지신변보호’는 경찰에서 전담하고, 주민생활 및 복지담당부서에서 탈북민을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복지 서비스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 전문 연구원은 탈북민은 “언어적 불편이 없고, 문화적으로도 적응하기 쉬운 부분이 존재한다”며 “탈북민은 본인이 원하는 지역에 대한 정보가 얻을 수 있는 경로가 한정돼 있어 단순히 대도시에서 주거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는 인구 증가를 얻고, 탈북민 입장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이주를 통해 지자체와 탈북민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통일에서 평화공존으로: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2007년 이후 매년 실시하고 있는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매우 필요하다’와 ‘약간 필요하다’를 합해 2007년 63.8%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3년 조사에서는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인 43.8%까지 하락했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와 ‘전혀 필요하지 않다’를 합해 2007년 15.1%에서 2023년 조사 이래 최고치인 29.8%까지 상승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의식 변화 추세 또한 통일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면 통일을 서두르기보다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려 점진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좋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하락 추세에 있는 반면 남북한이 분단된 ‘현재대로가 좋다’는 응답과 ‘통일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는 응답 비중은 꾸준한 상승 추세에 있다.
2023년 조사에서 ‘점진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좋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45.2%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한 반면 분단된 상태인 ‘현재대로가 좋다’고 응답한 비중과 ‘통일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각각 28.2%와 9.9%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을 알 수 있다. 이는 탈북민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을 전혀 무관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과 탈북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살펴 정착지원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 사회 내에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늘어나고 있고, 또한 분단 체제인 현재 상태를 선호하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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