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발언과 도발 이어가는 북한 의도는

정복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4/01/24 [16:04]

폭탄 발언과 도발 이어가는 북한 의도는

정복규 논설위원 | 입력 : 2024/01/24 [16:04]

최근 남북을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는 대한민국이 주적(主敵)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주적이라는 표현을 쓴 적은 있다. 그러나 김위원장이 직접 지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110월 김 위원장은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 아니다라고 명백히 밝힌 바 있다. 남북 간 대결 구도를 더욱 명확히 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사흘 간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해안포 사격훈련도 실시했다. 포탄은 모두 9.19 군사합의가 해상 사격을 금지했던 NLL 이북 완충구역에 떨어졌다.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려 우리 영토와 국민을 상대로 직접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육상에서 기존에 있었던 우발적인 오발 사고 등을 시작으로 총격전 가능성도 있다.

 

 

서해 NLL을 둘러싼 양쪽 사이의 무력 충돌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사이버 공격 부분이다. 우리 군은 북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 완충구역에서 함정 및 육상 부대 기동, 포병사격 등 훈련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확전의 우려를 줄일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이후,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도 이 연설 문헌을 깊게 학습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까지 나서 우리나라를 적대국, 주적이라고 공언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이 있다.

 

 

20222, 러시아의 선제공격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개전 초기만 해도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가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전장의 흐름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러시아가 전차와 장갑차를 앞세워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하자,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차량 행렬을 맨몸으로 막아선 것이다.

 

 

병사들의 경고 사격에도 격렬한 저항이 이어지자, 러시아군 지휘부는 민간인들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깨고 마을을 포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당시 대다수 러시아 병사들은 민간인에겐 포격할 수 없다며, 사실상의 항명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가 같은 민족이라고 교육받은 20대 병사들은, 나치화된 우크라이나 지도부만 격퇴하면 군사 작전이 곧 종료될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여겼던 병사들은 예상치 못한 저항에 크게 당황했다.

 

주민들에게 총을 쏘라는 명령도 거부했다. 탈영과 명령 불복종이 이어지자, 러시아군 지휘부는 20대 병사들을 후방으로 빼고, 우크라이나를 다른 민족이라고 교육받은 30~40대를 최전선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화한 새 역사교과서를 개정하고, 우크라이나 전체가 나치화됐다며 타도 대상으로 교육했다. 북한의 변화도 바로 이즈음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북한이 민족 개념을 포기하고, 적대적 교전국가로 남북 관계를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의 교훈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리고, 같은 민족이라는 굴레를 벗겨 남한을 향한 공격 위협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한편 주적(主敵)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발언이 시작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1995년 국방백서에 주적은 북한이라고 처음 명시했다. 주적 개념이 삭제된 건 노무현 정부 들어서다. 10년 가까이 유지되던 주적표현이 2004년 국방백서에서 사라졌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직접적인 군사 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 표현을 바꿨다. 이후 정부에서도 북한을 주적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았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으로 규정했다. 주적(主敵) 개념이 다시 등장한 건 현 정부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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