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김정은. 1월 5·6·7일 포문에 불을 뿜는 것으로 시작했다. 백령도와 연평도, 서북 도서 NLL 인근이 탄착지점이다. 머리 꾀나 굴렸다. 2022년 초부터 2023년 말까지 김정은은 연거푸 불꽃을 쏘아 올렸다. 전략무기가 도발의 주요 수단이었다. 단·중거리 탄도탄과 ICBM(대륙간탄도탄), SLBM(잠수함발사탄도탄), 군사정보위성, 자칭 전술핵공격잠수함 등이 우리 안보에 훨씬 더 치명적이다.
다만 이들이 우리 국민에 주는 위협 체감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하늘로 치솟고 바다로 잠행하는 전략무기가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수십 문의 포를 동원해 날을 이어가며 연속적으로 화염을 쏟아내는 시청각의 효과는 자못 크다. 포성과 탄착점 물보라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더구나 2010년 11월 피폭의 참화를 겪었던 서북 도서 주민을 대상으로 해 국민 우려를 증폭하고자 한다.
일거수일투족 모두가 우리 시야에 확보됨을 번연히 알면서 진행하는 DMZ 내 초소 재구축과 중화기 배치 역시 시청각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선전·선동 나팔도 당연히 함께 열을 내고 있다.
김정은의 총선 개입이다. 전략무기 도발의 주 대상이 미국이라면, 포격 도발의 주 대상은 우리다. 국민 지지도가 낮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궁지에 몰고자 한다. 여소야대 남한 정국 유지, 남남갈등 촉진, 입맛에 맞는 동반자 선택을 노린다.
주민을 먹여 살릴 방도가 없는 김정은은 도발 즉 한반도 긴장고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다. 대내적 권력 공고화와 더불어 미·중·러가 부딪히는 세계 장기판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중·러를 오가며 생존을 도모하고자 한다. 물론 다시 한 번 자신의 허리춤을 잡고 무대에서 춤추려는 트럼프에도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눈여겨보는 것은 김여정의 재등장이다. 1월 2일 김여정이 어줍잖게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로 대남 비난과 정국 개입에 나섰다. 대남, 대미 전선의 최선봉에서 나발통을 불었던 그가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김주애가 화려하게 등장했다. 한 때 김여정이 권력 2인자다, 후계자다 등 여러 설이 난무했던 사실을 김정은, 특히 그의 처 리설주가 모를 리 없다. 김주애가 화제의 중심이 되고 후계자로 떠오르자 김여정은 밀려났다.
강경책, 도발 강화를 부추기는 김여정
김여정이 재기하는, 남쪽은 물론이고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강경 행태다. 김정은에게 대남 강경책, 도발 강화를 부추기는 것이 김여정일 수 있다. 김여정-리설주/김주애 간 힘 겨루기가 김여정을 대남 도발로, 자신의 존재감 과시로 더 나서게 하는 상황일 수 있다. 물론 광나는 자리에는 김주애, 악역은 김여정에 맡기는 김정은의 역할분담계(計)일 수도 있다. 김정은이건 김여정이건 이래저래 도발할 수밖에 없는 2024년이다.
핵무력을 믿고 전쟁궁리를 하는 김정은이지만, 아직 전쟁도발은 시기상조다. 윤석열 정부의 ‘즉(각)·강(력히)·끝(까지)’ 응징 의지, 한·미·일의 확장억제력이 두렵고, 무엇보다 북한의 전쟁수행능력 결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정은이다. 식량문제 해결이 아직도 가장 주된 국가적 과제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2024년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군사적, 정치적인 김정은의 도발, 윤석열 정부 역시 확고한 군사안보태세와 더불어 정치적 대응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적으로 현 한반도 정세, 김정은과 그 체제,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 이해를 높여야 한다.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 공감대 확산에 노력해야 한다. 도발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이 처한 국내외 상황, 정치·군사·심리적 의도, 우리의 대응 등에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 공감과 확산에는 대통령의 역할과 영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출발이다. 한반도에 포성이 울리는 현 시국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은 정면 돌파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 감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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