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이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중국은 지난 4월 말 북한 혜산과 국경을 맞댄 바이산 구치소에 갇힌 200여 명의 탈북자를 수차에 걸쳐 강제로 추방(북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10월에도 중국당국은 코로나 봉쇄 3년간 자국 구금시설에 가두었던 탈북자 2,000여명 가운데 600여명을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기습 북송하여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중국에 불법체류 중인 탈북자는 엄밀히 보면 굶주림을 피해 북한사회를 탈출한 국제난민이다. 북송되는 이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고문과 폭행, 강제노동 심하면 죽음이다. 다행스럽게도 운이 좋아 남한에 입국한 3만 4천여 탈북민이 증언자들이다. 탈북자는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 대사를 교수로 재직 중인 고려대학교 정경관에서 만났다.
-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은 어떻게 보나. 중국은 자국 내에 숨어있는 탈북자를 예외 없이 경제적 이유로 도강(탈북)한 ‘불법체류자’로 규정하고 있다. 개별적인 난민지위심사 없이 1961년 조(북)중 국경조약(이후 이 조약은 계속 갱신)에 따라 강제송환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중국이 1951년에 가입한 유엔난민협약 등을 포함한 국제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다. 이 난민협약에 따라 북한의 억압적인 통치와 경제난, 식량난 등을 고려할 때 탈북자들 중 난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중국의 탈북자 북송행위는 난민협약상의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탈북자 북송은 분명 국제법 위반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자들에 대해 ‘3족을 멸한다’는 내부규칙을 세우고 북한 군인들에게 실탄을 지급하여 월경자(도강자)에 대한 현장 사살을 명령했다고 알려졌다. 1984년 채택된 유엔고문방지협약의 입장에서 봐도 현재 중국당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은 용납될 수 없다. 더욱이 글로벌 리더로서 G2를 지향하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고려할 때 중국의 처사는 도저히 이해가 어려운 일이다. - 한국정부는 어떻게 노력해야 하나. 무엇보다 중국과 탈북자 정보를 공유하고 이들에 대한 난민자격심사를 요구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올 의향이 있는지? 부당한 처우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 외교공관 직원이 이들을 면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한국행 희망 탈북자들을 전부 수용할 것이라는 공식선언을 해야 한다. 다만 지난 수십 년간 중국정부와의 탈북자 강제송환 방지문제는 ‘조용한(신중한) 외교’가 좀 더 가시적 결과를 가져온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 정부는 양자 협상, 유사입장 국가들과의 협력이나 유엔메커니즘을 통한 다자협상 등을 통해 중국정부 설득작업을 모색해야 한다. 탈북여성들 중 중국남성의 자녀를 낳은 경우 강제 송환되면 자식과 생이별하는 고통까지 겪는다. 그 자녀들(중국 국적)도 어머니와 생이별하는 충격과 불안을 겪어야 하는 점 등을 강조하며 자식이 있는 탈북여성들만이라도 강제북송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
탈북자를 경제적 이유로 도강한 ‘불법체류자’로 규정...61년 조·중 국경조약에 따라 강제송환 원칙
51년 가입한 유엔난민협약 등을 포함한 국제법에 명백히 위배돼 난민협약에 따라 북한의 억압적 통치와 식량난 등을 고려할 때 난민으로 분류될 탈북자들 많아
- 북한주민의 인권문제 핵심은 뭔가. 크게 3가지로 본다. 첫째, 북한 내 주민들에 수령정권이 자행하는 인권유린(식량권, 정보권, 건강권, 이동과 표현의 자유부재의 문제, 강제노동, 구금 및 고문,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등); 둘째, 북한 밖의 주민들(중국서 인신매매나 강제송환의 위험에 처한 탈북자들)과 ‘현대판 노예제’의 고통을 받으며 외화벌이에 동원되는 해외노동자; 셋째, 북한 수령정권이 대대로 한국인과 타국인들에게 자행한 인권유린(전시·전후납북자, 강제억류자, 미송환 국군포로, 그리고 이들 가족들의 고통) 행위다. - 어떤 해결 방법이 있는가. 현실성 있는 유엔인권외교를 위해 우리 정부를 포함한 회원국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국내외 북한인권단체들은 유엔차원에서 북한인권 책임규명 메커니즘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의 거부권 문제를 우회하기 위한 조치로 2016년 유엔총회의 시리아에 관한 국제중립독립기구(IIIM)와 2018년 유엔인권이사회의 미얀마의 독립적 조사 및 증거수집 메커니즘(IIMM) 설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이와 같이 반(反)인도범죄에 대한 사법처리를 위해 개별사건 파일을 준비하는 북한 책임규명 메커니즘 설치를 고려해볼 필요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남한은 해결 위해 중국과 정보 공유 난민자격심사를 요구해야...탈북자들 한국으로 올 의향이 있는지? 등 확인 외교공관이 면담할 수 있도록 할 것
정부는 한국행 희망 탈북자들 전부 수용할 것이라는 공식선언을 해야
- 김정은의 ‘통일지우기’ 정책은 어떻게 보나. 올해 초 핵능력을 자처하는 김정은 정권이 내세운 ‘2국가론’(적대적, 교전 중인 2개의 국가관계)은 ‘동족관계’(“같은 민족끼리” “민족은 하나”)를 중시해온 선대수령인 김일성, 김정일의 통일에 대한 입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김정은의 2국가론은 남한과의 커다란 국력 격차로 북한 주도의 일국양제식 연방제 통일이 힘들고 오히려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이나 북한의 정치체제 전환을 위한 남한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별도의 국가로 인정하면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도덕적 근거가 취약하고 통일 당위성도 없어진다. 북한이 한국을 별개 국가로 간주하는 것을 국제법상 막을 방법은 없으나 한국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혹여 향후 남한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대한민국 헌법 제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를 수정하는 중대 실수를 범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 만약 헌법 3조가 수정되면 어떻게 되나. 거두절미하고 3대 독재정권, 조선노동당 폭압체제 하의 노예와 다름없는 2,500만 북한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내 및 국제적인 정당성이 없어진다. 또한 탈북민(한국 헌법상 한국 국민)을 보호할 명분 또한 위태롭게 한다. 과거 동독은 2국가론을 주장하며 1974년 헌법에서 통일조항을 완전 삭제했다. 그러나 서독은 서독기본법에 따라 동독을 국제법상 별개의 국가로 안정하지 않고 동독주민에 대한 헌법상의 보호 의무를 지속한다는 해석을 바탕으로 확고한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 정부도 보수·진보를 떠나 서독의 대(對)동독 접근방식을 참고해 대북정책을 유지함으로서 인권보호와 통일에 대한 법적·도덕적 근거를 지속 견지해야 한다. -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왜 안 되나. 2005년 8월 노무현 정권시절 김문수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처음 발의한 이후 11년만인 2016년 국회 여야 합의하에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었다. 이 법에는 북한 인권유린과 관련된 실태조사 및 연구수행, 정책개발, 북한인권 NGO단체 지원 등의 역할을 위한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단설립을 위해 국회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추천하는 5명과 통일부장관이 추천하는 2명 등 총 12명이 필요하다. 2022년 여당과 통일부장관이 추천한 7명은 구성되었으나 야당 몫 이사가 추천되지 않아 출범이 안 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보수·진보를 떠나 서독의 대 동독 접근방식을 참고해 대북정책을 유지함으로서 인권보호와 통일에 대한 법적·도덕적 근거 지속 견지해야 할 것
- 민주당이 왜 그런 모습인가. 북한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민주당은 법 내용에 검토할 부분이 있어 내부논의 중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북한인권법 통과 후 7년 여간 통일부는 12차례에 걸쳐 이사추천을 요청했다. 통일부와 국민의힘이 이사를 추천한지 2년 지나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이는 결국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우선시하여 북한정권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이유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이번 4월 총선에서 야당(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재단설립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좀 더 낮아진 듯해 보인다.
북한인권법 통과 후 7년 간 통일부는 12차례 걸쳐 민주당에 이사추천 요청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우선시해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이유서 비롯된 듯 4월 총선서 야당이 압승, 재단설립의 가능성은 현재로서 더 낮아진 듯 보여
- 직무 3년간의 소회를 말해 달라.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로부터 북한인권국제협력 대사로 임명됐을 때 유엔 및 국제무대서 학문적, 정책적 활동을 많이 해온 경험을 토대로 한국인으로서 북한인권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직을 수락하였다. 이 직책은 비상근 및 무보수 직이라 나는 고려대학교서 계속 전임교수로 수업을 하고 연구논문도 쓰며 학사일정 관리와 석박사생들의 논문지도를 하고 있다. 대사직 자체가 ‘풀타임 이상의(more than full time)’ 임무이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많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학교일과 병행하느라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왔다.
-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 탈북민들의 사연을 경청하고 국내외 북한인권NGO 단체들의 활동을 살펴보며 왜 북한인권 개선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많이 배웠다. 또한 납북자 및 국군포로가족, 외국대사 및 방한 중인 외교사절과 전문가들, 해외출장서 외국정부의 고위관료와 관계자들, 젊은 학생들을 만나 북한인권실상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 유사입장 국가들뿐 아니라 아세안, 남미 등 중간입장 국가들과의 글로벌 아웃리치를 통해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전파하고 함께 할 일들을 모색했다. 국내외 많은 행사에서 축사, 발표, 연설을 하고 언론인터뷰에 응하는 등 북한인권국제협력 대사로서 할 일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많다. -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일은. 대사임명 초기부터 북한인권유린과 북한의 군사도발(핵·미사일 개발)은 김정은 정권 유지를 위한 ‘동전의 양면’ 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가령 핵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인권문제를 뒷전에 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지속 발신해왔다. 다행히도 이 논리는 한국정부 고위인사들뿐 아니라 엘리자베스 살몬 UN특별보고관, 줄리 터너 미국특사, 그리고 워싱턴과 런던, 브뤼셀, 오슬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지의 싱크탱크의 전문가들로부터도 공감을 얻어 만족을 느꼈다.
직무 3년 간 탈북민들의 사연을 경청 국내외 북한인권NGO 단체들 활동 살펴 해외 출장시 외국정부 고위관료· 관계자 학생들 만나 북인권실상 알리는데 주력
아세안, 남미 등 중간입장 국가들과의 글로벌 아웃리치 통해 북한인권 심각성 전파하고 함께 할 일 모색 실행에 노력
- 본인을 소개해준다면. 미국 메릴랜드주립대서 국제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위원직을 하였다. 유엔 코피아난 사무총장 르완다학살독립조사위 특별자문관, 유엔사무총장 평화구축기금 자문위원, 한국유엔체제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초빙교수, MIT대 교환교수, 현재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민족을 앞세운 북한 인권유린 세력들의 레토릭에 동조하며 북한을 무조건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주민들의 비참한 인권상황에는 침묵하는 정치권이나 단체들은 김정은의 ‘2국가론’이 가진 의도와 위험성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일관되고 효과적인 전략 마련과 정책이행을 위해 현재 일본의 납치문제대책본부를 참고하여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법무부 등에 분산돼 있는 대내외 업무들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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