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방안 수립 바람직"[세미나] 한국의 핵잠재력-핵잠수함 확보 필요성과 한․미․일 협력방안국회 무궁화포럼에서 7월 9일 ‘한국의 핵잠재력-핵잠수함 확보 필요성과 한․미․일 협력방안’에 대해 세종연구소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의 발표 내용을 요약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 고도화가 한국의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비개입주의 입장의 트럼프가 재선되면 주한미군 규모가 감축되고,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되며,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이 심각하게 약화될 수 있다.
▉ 트럼프 재선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 가능성을 더 우선순위에 두고 향후 안보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바이든 재선 이후에 대해서도 대비해야겠지만, 트럼프 재선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 가능성을 더 우선순위에 두고 향후 안보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맹을 ‘자산’이라기보다는 ‘부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국이 과거처럼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면서 경제에만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당장 독자적 핵무장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일본처럼 유사시 신속하게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핵잠재력(nuclear latency)’을 우선 확보하는 것은 필요하다. ‘핵잠재력’은 이론적․기술적으로 핵폭탄이나 민간 원자력 에너지 생산을 위한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또는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을 갖춘 것을 지칭한다. 핵잠재력은 적국의 공격 비용을 높여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이 비록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일본처럼 유사시 신속하게 핵무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 북한이 지금처럼 남한을 무시하고 수시로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비확산론자들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매우 부정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자체 핵무장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상당수도 핵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광범위하게 지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유용원 의원 주도로 국회 무궁화포럼이 창립되어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를 위한 전략과 정책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관련 입법과 초당적 합력을 추구하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올해 미국 대선 이후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 및 핵잠수함 개발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치밀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서는 주로 트럼프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만약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미 간에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포함해 과거에 금기시되었던 의제들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북 협상을 담당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은 지난 5월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더 견고한 민수 원자력 능력이든, 더 나아간 복잡한 핵 프로그램이든 한국인들이 어떤 핵 능력을 증진하기로 결정한다면 미국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한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핵연료 재처리나 농축이 일본에는 허용돼 있지만 한국은 하지 못하고 있는데 트럼프 집권 2기 때 협상이 가능한가”란 질문에도 “왜 안 되겠나(Why not?)”라고 대답했다. 이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한국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20% 이상 우라늄 고농축을 허용하거나, 더 나아가 핵무장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국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확보하고, 핵잠수함 개발과 관련해서도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보다 협조적인 태도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회의 창’이 열려도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미리 되어 있지 않으면 결국은 기회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기회의 창’이 닫힐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올해 미국 대선 이후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 및 핵잠수함 개발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치밀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 위해 국가안보실 제3차장실과 외교부 국가정보원 관계자들 참여하는 T/F 구성이 바람직하다
미국 대선 이후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를 위해 국가안보실 제3차장실과 외교부 그리고 국가정보원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T/F 구성이 바람직하다. 이 T/F에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재선되는가에 따라 한국정부의 선택지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바이든이 재선될 경우 비확산론자들의 영향력 때문에 한국정부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 개시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에는 트럼프와 그의 핵심 측근들이 한국의 핵무장까지도 논의 또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과제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한미 모두의 국익과 에너지 안보에 부합한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물질(고농축우라늄, 플루토늄) 확보가 핵무기 개발에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핵물질 확보 기간에 따라 독자적 핵무장 시점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만약 한국도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미일원자력협정 수준의 권한을 확보하고 플루토늄을 비축해둔다면, 일본처럼 유사시 3~6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미 행정부를 설득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미일원자력협정 수준의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한다면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역대 정부들이 달성하지 못한 매우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농축 우라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현재 농축우라늄 시장은 러시아 로사톰이 점유율 46%를, 중국이 10~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세계 450개 민간 원자력 발전소에 농축우라늄을 공급하고 있다. 2024년 5월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우라늄 농축 업체이자 영국·네덜란드·독일 컨소시엄인 우렌코에 1억9600만 파운드(약 3343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이를 통해 고순도·저농축 우라늄(HALEU) 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HALEU는 러시아 로사톰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다. HALEU는 핵분열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우라늄 동위원소 농도가 기존 우라늄보다 높아 전력회사에서 연료를 자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원자로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도 자국의 농축우라늄 수요량 20% 정도를 러시아에서 수입했으나 올해 5월 13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93개 상업용 원자로에서 사용하는 러시아산 농축우라늄(20%, 연간 10억달러)에 대한 수입금지법안(H.R.1042)에 서명했다. 미국은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의 충격을 대비해 27억2000만달러에 이르는 연방정부 자금 지원을 승인한다.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 대신 캐나다·호주·카자흐스탄 등 주요 우라늄 생산국들을 통한 수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라늄 수요가 늘어난 데다, 미국은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 기술이 부족해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적잖다.
▉우라늄값 고공행진 이어 가고 있어 최근 1년간 70% 이상 올랐다고 전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021년 우라늄 가격은 파운드당 30달러 정도 현재 파운드당 106달러까지 치솟아
우라늄 가격은 올해 2월 5일 파운드당 106달러까지 치솟으며, 2007년 9월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우라늄 현물 가격이 최근 1년간 7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021년까지만 해도 우라늄 가격은 파운드당 3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우라늄값이 치솟는 이유는 주요국들이 전력 생산 효율이 높은 원자력 발전으로 눈을 돌리면서 핵심 연료인 우라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카자흐스탄·니제르 등 주요 우라늄 생산국들에서 시설 공사 지연 등의 문제로 우라늄 공급 차질이 빚어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글로벌 우라늄 정광의 43%가량을 공급하는 카자흐스탄에선 국영 기업 카자톰프롬이 황산 등 원료가 부족하고 신규 광산 건설이 지연돼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프랑스 등 유럽에 우라늄을 공급해온 서아프리카의 니제르는 작년 7월 군사 쿠데타 이후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간접적인 포탄 지원으로 현재 한러 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어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저농축 우라늄 수출이 앞으로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3년 치 우라늄을 확보했고 추가로 3년치를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향후 품귀 현상이 벌어질 경우 계약 이행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 국제 자원시장에서 계약은 언제든 파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우라늄 농축 설비 가운데 절반(용량 기준) 가까이가 러시아에 몰려 있다. 미국 기업이 켄터키주 파두카에서 운영했던 마지막 상업용 농축공장은 2013년 문을 닫았다. 미국 내 농축시설은 유럽 컨소시엄(유렌코)이 보유한 유니스 공장이 유일하다. 그러므로 한국은 에너지 안보, 경제안보 차원에서 민간 원자력 발전소에 사용할 농축우라늄의 공동 생산 및 공급을 위해 한․미․일․영국(또는 유럽)과 우라늄 최대 부존국인 호주 등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우라늄 농축을 제한해 온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가 공동으로 발표한 「우라늄 2016: 자원, 생산 그리고 수요(Uranium 2016: Resources, Production and Demand)」에 따르면 ‘kg당 260달러 미만’ 비용으로 채굴할 수 있는 우라늄의 전 세계 매장량은 764만 1600톤이다. 이 기준으로 매장량이 많은 국가는 호주(178만 800톤), 카자흐스탄(94만 1600톤), 캐나다(70만 3600톤), 나미비아(46만 3000톤), 남아프리카(44만 9300톤)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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