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자연은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춥고 눈 내리는 겨울이 오면 어느새 봄을 알리고, 이어 온갖 꽃 만발한 여름을 선물한다. 그리고 온갖 열매 가득한 결실의 가을로 인도한다. 이렇게 4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또 철새들은 자유롭게 떼 지어 북과 남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민족최대의 추석명절이 손님처럼 다가왔다.
우리에게 긴 추석연휴는 어찌보면 고역이다. 연휴가 길면 좋다고 성묘가고 부모님 인사가고 해외 여행가는 여러 일정들을 바쁘게 계획하고 소화해내는 한국인들의 문화정서에 녹아들기엔 너무나 아픔이, 그 상흔이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슬픔과 아픔의 공유자들이기에 우리는 해외여행이나 국내여행 등의 계획에는 낯설다. 오로지 북에 고향을 둔 탈북민끼리 서로 모여 시간 보내고 덧없는 노래방기 앞에서 못하는 한국노래들을 익혀보느라고 시간 보낸다.
사단법인 새삶 이하나 대표는 창립 첫해 10년간 임진각 추석망향제를 진행하였다. 두 아들 딸들을 북에 두고 온 여인은 추석 때마다 모임에 참석해 눈시울을 적시며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다. 아들딸들에게 중국에 가서 엄마가 돈 벌어가지고 와서 너희들에게 흰쌀밥 푸짐히 먹여줄게, 마음속의 다짐을 되뇌이며 건넜던 두만강...
영이별이 되어 5세 7세 철없는 애들을 떼어놓고 떠난 탈북길 이젠 15년이 지났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여기서 발만 동동 구루고 있다. 그는 집 냉장고 앞에 크게 써 붙였다. “철이야 은아야”
해마다 찾는 임진강변이지만 그 눈물은 마치 이날을 위해 축적하나보다. 흐르는 눈물 걷잡지 못하는 그의 눈물시작으로 모두가 훌쩍거린다. 울어도 땅을 쳐도 듣지 못하는 우리네 탄식 통곡이다. 한 남성회원은 어머니를 탈북 시켜 한국행을 하던 중 탈북루트에 잠입한 북한 보위부의 밀고로 체포 연행돼 북송되어 북한서 잘못되었다.
그 슬픔...처음에는 엄마~! 아들아~! 하고 불러 보고 외쳐도 보았지만, 이젠 그 감정도 다 메말랐는지, 아니 그런 장면들을 애써 외면하고자 한다. 한분 한분 사연 없는 인물이 없다.
해외파견 근로자 나갔다가 한국 입국한지 4년 된 남성회원은 아무 말도 없다. 그냥, 눈물과 노래 등의 감정에 무반응이다. 북에 일가식솔을 다 두고 자신 혼자만 여기서 흰밥에 고깃국 잔치를 누리는 죄책감이 무겁게 내리누른다. 곁에서 봐주는 우리 마음이 이지러진다. 언제면 우리는 북녘 땅의 혈육들에게 남겼던 약속을 지키며 울고 웃는 환희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까,,,
다음날 아침 우리는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세워진 기념비에 다달았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이 7월14일을 ’탈북민의 날‘제정을 기념하여 세워진 비석이다. 비석 측면에 새겨진 ”갈망“이라는 두 글자를 보면서 수많은 북한의 주민들이 그토록 갈망한 남한행에 성공한 30%인 우리다. 우리가 더 꿋꿋하게 잘 정착하여 통일의 그날 떳떳하게 고향땅에, 그리고 부모형제, 자녀들 앞에 나서는 한반도 통일준비를 차곡차곡 채워 나가는게 우리의 숙제이다. 이하나 새삶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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