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과 전통적인 개입주의자들의 숙청, 충성파들의 내각 및 백악관 인사 기용 등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려를 증대시키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방향을 평가할 때, 행정부뿐만 아니라 의회의 역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서 미 의회의 영향력과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미 하원 공화당의 경우 사실상 트럼프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거버넌스 그룹, 메인스트리트 코커스, 문제해결 코커스 소속 의원들 중심의 중도보수 그룹은 대부분 과거 공화당의 주류 개입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현재 정치적 환경 탓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개인의 외교안보적 성향은 기존 개입주의적 성향을 따르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개인적 성향과 안정적인 공화당 지역구, 즉 'Safe GOP'가 아닌, 양당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지역구를 둔 의원들에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현재 미 하원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내 여러 분파가 존재하며, 각 의원의 성향과 지역구의 특성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 최대 분파인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177명)를 중심으로, 강성 성향의 프리덤 코커스(38명), 중도보수 성향의 공화당 메인스트리트 코커스(67명), 중도실용 성향의 거버넌스 그룹(일명 Tuesday Group, 44명) 등 4개의 주요 분파로 구성되어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내의 협치파들을 중심으로 한 문제해결 코커스(Problem Solvers Caucus, 62명)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통과된 H.R. 8035 우크라이나 안보 추가 지원 세출법안의 경우, 투표에 참여한 공화당 의원 213명 중 101명이 찬성하고 112명이 반대했다. 찬성한 101명은 거버넌스 그룹 의장인 데이비드 조이스, 메인스트리트 의장인 더스티 존슨, 문제해결 코커스 의장인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의원 등 중도~중도보수 성향의 의원들과, 마이크 롤러(뉴욕) 등 격전지 지역구 의원들이 주를 이뤘다. 반대한 의원들은 대부분 강한 친트럼프 성향을 지닌 의원들이거나 ‘Safe GOP’ 지역구 출신, 혹은 강성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었다. 본 법안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트럼프와 강경 성향의 의원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통과를 추진했으며, 이 과정에서 강경파들로부터 의장직을 위협받기도 했다. 존슨 하원의장은 친트럼프이자 강경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적 이익을 우선시하며 압력에 굴하지 않고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본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의 면담 이후 일부 입장을 선회, 존슨의 의장직 유지를 지지하면서도 본 법안에는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유사하게, 3월에 통과된 이른바 틱톡 금지법 역시 트럼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이 찬성했고, 강성 프리덤코커스 소속 의원들만 반대투표를 하였다. 상원 내 중도보수 성향 의원들의 역할에 대한 주목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상원은 특정 분파가 존재하지 않지만, 중도보수 성향을 가진 리사 머카우스키, 수잔 콜린스, 토드 영 등 약 9명의 상원의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상원은 미국 헌법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내각, 대사직, 감찰관직 등 고위직에 대한 대통령의 지명에 동의할 권한을 가지고 있어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휴회 중 임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이는 법리적으로 연방대법원에서 제동을 걸 수 있고, 강한 의회 내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미국의 정치 전문지 더 힐은 “트럼프의 내각 인선을 탈선시킬 수 있는 9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라는 기사를 통해 중도 보수 성향 상원의원들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 상원 공화당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존 튠 상원의원은 강성 친 트럼프 성향이 아니기에 존 튠 대표의 상원 내 역할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의회에서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은 항상 트럼프전 대통령의 의도대로 전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의회의 특성상 현직 의원들의 재선율이 높아 의원들의 구성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중도보수 성향의 분파와 의원들의 투표 성향은 계속해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한 중도보수 성향 분파의 주요 인사인 데이비드 조이스, 더스티 존슨,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의원 등은 모두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의회의 행정부 견제 능력은 약화되었다. 행정부 중심의 외교정책 전개와 트럼프의 재선에 따른 의회 장악력 강화 등으로 인해, 중도보수 성향 분파의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미국 정치에서 자주 인용되는"All politics is local (모든 정치는 지역적)” 이라는 말처럼, 각 의원의 지역구 이익과 관심사에 따라 투표 성향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중도보수 성향 분파의 입지와 의원들의 개인적인 투표 성향이 당의 외교안보 법안 및 정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아웃리치는 미 의회의 외교안보 정책방향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전 미국공화당 카를로스 히메네스 연방 하원의원실 인턴 <저작권자 ⓒ 통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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