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운동이 국민에 다가갈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 해 줘야”

[인터뷰] 대북인권단체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대표

림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4/12/20 [15:28]

“북한인권운동이 국민에 다가갈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 해 줘야”

[인터뷰] 대북인권단체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대표

림일 객원기자 | 입력 : 2024/12/20 [15:28]

 북한에는 공식적으로 정치범수용소라는 용어가 없다. 대신 통제구역’ ‘관리소등의 이름이 있다. 국가보위성 산하의 ‘OO관리소로 부르며 행정서류에는 조선인민경비대 0000군부대로 기재한다. 이것이 남한에서 말하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이다.

지난 117일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5년 만에 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절차가 개최되었다. 이 국제행사에 한국과 일본에 있는 10개 북한인권단체 대표들과 함께 참석했던 대북인권단체 북한정의연대정 베드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제네바에 언제 다녀왔는가.

지난 114일부터 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하여 유엔사무소에서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절차에 참가하였다. UPR은 유엔회원국 193개국이 돌아가면서 자국의 인권상황과 권고 이행여부 등을 동료회원국에 심의 받는 제도이다. 유엔 회원국들은 정치범수용소나 교화소 등에서 고문과 학대, 성폭력 등 심각한 인권유린을 겪는다는 많은 탈북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에 대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 대략 어떤 일정이 있었나.

5일에는 제네바 북한대표부 앞에서 북한정권과 각국에 보내는 건의안을 우편함에 넣고 기자회견을 했다. 6일은 각국 대표부 직원들을 상대로 북한인권 개선권고안을 소개하는 활동을 했다. UN강제실종실무그룹 담당관도 면담했다.

7일 오후에 본회 참석했다. 5년 만에 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절차다. 여기서 빤한 거짓말을 하는 북한대표단의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북한은 인권문제를 부정하기 위해 매우 조직적이었다.

 

- 북한 대표가 뭐라고 했는가.

본회의에서 발언한 북한중앙재판소 박광호 국장은 공화국에는 정치범도 정치범수용소도 없다. 우리 형법과 형사소송법에는 정치범이나 정치범수용소라는 표현이 없으며 반국가범죄자와 교화소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 대표들 중의 여러 탈북여성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실소와 분노를 금치 못했다.

 

- 북한대표의 변명도 일리는 있겠다.

탈북민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북한에는 사상범(정치범), 관리소(정치범수용소)라는 이름만 있다고 한다. 어쩌면 북한정권이 생겨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정치범수용소란 이름 은폐는 너무나 치밀하다고 보여 진다. 북한에서 정치범은 국가보위성(비밀정보기관) 산하 전국 5~7개의 00관리소에 수감한다. 여기에는 연고자까지 포함 대략 10~20만 명이 갇혀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 정치범이 없다는 북한을 어떻게 보나.

세계 어느 나라든 대체적으로 범죄자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살인, 폭력, 강간, 절도, 방화, 사기 등 사회법규위반의 경제범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 제도, 체제를 비난하거나 반대하는 정치범이다.

당과 수령, 사회제도에 항거하거나 외국방송 청취, 의도적 탈북시도 등은 정치범으로 연고자(가족, 친척, 관계자)까지 수감한다. 경제범과 달리 공민권을 박탈 받고 100% 무기징역을 받으며 종신동안 하루노동 15시간 이상이다.

 

- 북한의 거짓말에 놀랐는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만약 북한에 정치범수용소가 없다면 평양은 자유도시이고 수령도 인민의 비밀 선거로 선출되지 않겠는가. 본회의가 끝나고 퇴장하는 북한대표단 성원들의 뒤를 따라가서 한국에 온 탈북자들 본인이 북한에서 체험했던 관리소 실정을 세상에 폭로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들은 척 만 척 하더라.

 

- 이번 UPR에서 성과가 있었다면.

다행히 이번 4UPR에서 북한중앙재판소 박광호 국장은 간첩이나 테러리스트 등 반국가 범죄자와 사회주의에 대한 불만으로 체제전복 목적의 범죄자들은 다른 범죄자들과는 분리 된다는 내용으로 말했다. 이는 북한이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국제사회가 집요하게 따진 결과다. 북한이 UPR만큼은 신경을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우리가 앞으로 집중해야 할 것이다.

 

- 북한정의연대는 어떤 단체인가.

20075월에 설립되었다. 그해 10월부터 거리캠페인을 시작해 중국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의 문제점을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주력해왔다. 주말 서울 인사동거리에 외국인이 많은 특성을 고려하여 이곳을 캠페인장소로 정했다.

단체설립 때부터 시작, 주말마다 진행한 서울 인사동 거리캠페인은 한 달에 두 번 개최하였다. 이후 2007년 가을부터 2009년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진행하다가 2009년 말, 2010년부터는 한 달에 두 번씩 여는 것으로 바뀌었다.

 

- 주로 어떤 내용인가.

중국정부는 탈북자를 불법입국자로 검거하여 북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북으로 강제로 끌려간 탈북자가 보위부 조사에서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려고 했다고 토설하면 이는 곧 관리소(정치범수용소) 수감대상이 되는 것이다.

중국에 배가 고파서 갔다고 해도 교화소(구치소)에 수감하는 북한당국이다. 구타, 폭력, 잠 안 재우기, 고문 등은 기본이고 하루 보통 12~15시간의 강제노역에 시달린다. 멀건 옥수수죽물이 식사다. 이런 것을 세상에 폭로한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캠페인은.

단체설립 후 200888일까지 서울 남산의 중국영사관 앞에서 444일 동안 1인 시위를 하는 등 북한의 굶주림과 박해를 피해 탈출한 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강제북송의 문제점을 알리는 활동에 중점을 뒀다. 북경올림픽 이후 세계 각국에 있는 중국대사관 앞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탈북자강제북송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 고향이 어디인가.

전라남도 남해안 태생이다. 1990년대 후반 중국으로 선교하러 갔다. 현지 언어연수 과정에서 중국에 숨어있는 탈북자들의 비참한 인권실태를 알게 되었다. 당시는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한창 시기라 굶어죽지 않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탈북 했다. 특히 북한 혹은 중국서 임신한 상태로 숨어 다니는 꽃제비 탈북여성들을 보면서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2명의 임신부 여성을 한국영사관으로 안내해주었다.

 

- 그것이 북한인권운동의 시작이었나.

그렇다고 본다. 중국에서 탈북민 관련 일은 비교적 위험한 일이다. 처음에는 크게 망설였다. 중국공안에 개처럼 쫓겨 다니는 탈북동포들을 보면서 내가 선교사고, 뭐고 떠나서 인간이라면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다는 사명감이 불쑥 들었다.

이후 탈북자들을 안전한 처소에 숨겨주고 한국으로 직접 혹은 제3국을 경유하여 입국시켜주는 일을 하였다. 일종의 생명의 위협을 감안한 탈북브로커다. 공안에 체포되어 16개월간 길림성 연길시 간수소(구치소)에 수감되었다.

 

- 구치소 안에 실태는 어떤가.

처음에는 6평짜리 방에 30명이 들어가 있었다. 이후 8평 규모의 35명 속에 있었다. 그 속에서 2명의 탈북자를 알게 되었다. 청진 출신이던데 한 명은 마약범죄, 다른 한 명은 사회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공안에 단속되어 들어왔다.

이들은 형기를 마치면 북한으로 추방된다. 그러니 자기들은 산 사람도 밥을 먹기 힘든 북한에 추방되는 것보다 밥을 주는 이 안이 더 좋다며 형기를 더 길게 받았으면 했다. 그래서 일부로 구치소 규칙을 어기며 생활하기도 했다.

 

- 좀 더 자세하게 말해준다면.

하루 9~10시간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다. 수감자는 구치소당국이 주는 옥수수떡(200그램) 2, 미역소금국으로 산다. 영치금을 받는 수감자는 쌀밥에 고기도 시켜먹는다. 간식과 담배도. 약자(영치금이 없는 사람)는 밥 한 끼라도 먹고파 방장과 강자(영치금도 받는 사람)에게 아부하며 산다. 방청소, 목욕때밀이 등을 도맡는다.

 

- 다른 경력을 소개해 달라.

중국 감옥에서 석방되어 2004년 말 한국으로 추방되었다. 2006년 서경석 목사가 이끄는 기독교사회책임단체에서 인권실장을 지내며 국내 북한인권운동에 더 깊숙이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중국대사관, 영사관 앞 집회를 많이 했다.

20122월부터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탈북자들의 증언을 듣고 움직였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가 나왔다.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고 강제북송을 중지하라는 것이었다.

 

- 북한인권 국제모의재판 참가소감은.

지난 1125~26일 서울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있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피고로 상정하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반인도 범죄에 관한 국제모의재판에 참석하였다. 전문법조인들이 김정은을 피고로 두고 북한주민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규명과 관련한 법률적 논거를 다뤘다. 여러 탈북민들의 증언이 생동했다.

다음에는 국내모의재판도 했으면 좋겠다. 헌법에 북한영토도 대한민국이 아닌가. 피고인 김정은은 결석권으로 처리하면 된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북한독재자 김정은에 대한 형벌을 내리는 것도 상징적 의미가 있고 기록이라고 본다.

 

- 탈북민들은 어떤 존재로 보는가.

한국에 들어 온 3만 탈북민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씨앗이라고 본다. 이 땅에 안정적으로 정착해서 꼭 언제가 오는 통일의 열매를 만들어야 할 귀중한 씨앗들이다. 그 씨앗이 잘 자라도록 정부와 우리 국민이 좋은 거름과 자양분을 주어야 할 것이다.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 우리가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가에 따라 통일씨앗이 이 땅에 튼튼히 박혀 뿌리를 내리고 무성한 열매를 우리에게 안겨주지 않겠는가.

 

-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북한인권운동이 실제적으로 국민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시민단체가 북한인권운동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정부와 기관이 앞서서 하는 북한인권운동은 오래갈 수가 없다.

이유는 5년마다 바뀌는 정권 때문이다. 모든 정권은 자기특성을 갖기 위해 전 정권의 정책은 배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면 또 새 정권의 새 정책에 맞춰 북한인권운동을 펼쳐야 하는데 때로는 시간낭비에 속이 너무 답답하다.

 

- 김정은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인류역사에 독재사회를 지속한 정권은 전무후무하다. 시대의 화두인 북한인권은 수령 독재체제와 인류양심의 대결이다. 김정은 정권의 지금모습은 자멸의 길이다.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폭압적인 주민인권을 줄이고 국제사회와의 인권대화에 나서라. 그것이 정상국가로 가는 기본적인 초석이다. 영원한 독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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