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시작된 ‘계엄 담론’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면서 다른 분야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출범부터 비정상적인 ‘반쪽 정부’로 출범했고 6.25를 거치면서 분단모순이 극단적으로 표출되었다. 휴전 이후에도 남북관계는 정부의 입장과 관계없이 적대적 관계가 하나의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가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관계가 아니라 군사적 평정의 대상인 교전관계"로 규정한 것은 북한 내부에서 오랫동안 발달시켜온 남북관계의 성격을 표출한 것이라 할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자유·번영의 대한민국은 자신들의 체제를 위협하는 암적 존재이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도 정부전복을 도모하고 군사모험주의를 견지하는 북한체제의 존속은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남북 모두 통일문제가 가장 큰 관심 사항인 이유이다.
오늘날 우리사회를 이끄는 양대 세력은 ‘통일과 반통일’을 주요 화두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른바 ‘운동권’으로 칭해지는 인사들 특히나 오늘날 진보세력은 보수세력을 ‘반통일 세력’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세를 키워왔다. 이들의 주축은 1980년대 변혁기를 거치면서 기반을 잡기 시작한 운동권이다.
1980년대의 운동권은 NL 계열과 PD 계열 등 크게 2개의 파벌로 나뉘어진다. NL은 우리나라를 미국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통일을 통해 민족해방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북한체제로의 흡수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주체사상파라고도 한다. PD계열은 맑스레닌주의를 따라 공산주의 체제인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도모해왔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자신들의 표현을 빌리면 ‘통일세력’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의 담론을 보면, 이들 통일세력은 스스로 반통일 세력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씨는 지난해 9월 "통일을 하지 말고 두 개 국가로 살아가자"는 주장을 피력한 바 있다. 비서실장을 그만 두면서도 "정치권을 떠나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5년도 채 안된 시점이다.
김정은이 “북을 치니 장구를 친 셈”이다. 통일세력이라기보다는 북한동조 세력으로 의심받을만한 변신이 아닌가 한다. 돌이켜보면, 한때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힐난을 받아왔는데 다 그 이유가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대통령 탄핵 문제가 모든 담론의 블랙홀이 되면서 국가의 안보나 통일담론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곧 ‘2개 국가론’은 다시 우리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 명백하다.
이미 주요 인사들도 2개 국가론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정부의 통일 문제를 전담했던 인사가 김일성의 신년사를 모방하여 "통일문제는 후대로 남겨두자"는 주장을 했다고도 한다. 통일부를 평화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2개국가론이 주요 담론으로 부상할 토대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통일문제에 관심이 적은 젊은 층 그리고 통일을 바라면서도 ‘통일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부류도 적지 않다. 북한의 주장을 이념적으로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층도 꽤나 될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2개국가론을 수용하고 통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로가 서로를 국가로 인정한다고 해서 적대적 관계가 해소되기는 힘들다. 남북 간의 관계는 태생적으로 분단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 궁극적 해결책은 통일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다고 해서 진심으로 통일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유사시 "대한민국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는 주장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통일을 하겠다는 주장의 다른 표현일 따름이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인가? 통일문제로 평생을 바쳐온 인사들이 이제 ‘반통일 세력’으로 변신하는 것은 자신들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고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이다. 다시 평화를 볼모로 자신들의 입지나 다지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보기에도 좋지 않아 보인다. 통일을 반대하려면 스스로 조용히 물러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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