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들도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호들갑스런 입방아로 상황을 엉뚱하게 부풀려 전하는 자들도 있다. 내용을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외교적 냉각 신호로만 볼 것이 아니다. 그 배경과 의미를 좀더 신중히 살펴보는 게 현명하다.
여러 복합적 요인 작용했을 가능성 커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 SCL)은 원자력 및 에너지 기술의 확산을 관리하기 위해 지정된 것이라고 한다.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성, 테러 지원 여부 등이 고려된다. 한국이 SCL의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로 추가된 것이지, 최고 수준의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 내 보수 진영에서 핵무장론을 내세우고 윤석렬 대통령의 계엄 사태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일 뿐이다. 이번 상황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최근 핵 비확산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고, 동맹국들의 핵무장 가능성을 경계하는 흐름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핵무장 관련 논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외교적 제재나 압박보다는 첨단 기술과 에너지 협력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보다 신중하게 관리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으로 보여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조로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국 견제를 중심으로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기술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지키려는 미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따라서 한국의 ‘기타 지정 국가’ 포함은 한미동맹의 약화보다는 미국이 기술 협력의 범위를 좀더 정교하게 조정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진다. 따라서 한국은 안보 위협에 대비해 독자적인 방어 능력을 강화해야 하는 동시에,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한국, 강력한 안보체계 새롭게 구축해야
국제 경제 질서의 변화도 한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디지털 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정책을 추진,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BRICS 국가들은 새로운 경제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치열한 ‘화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의 격랑 속에서 경제 안보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더욱 코앞에 닥친 시급한 상황일 수 있다.
한편, 이런 국제 정세 속에서 북한 정권의 내부 불안정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체제 유지를 위해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적 한계는 이미 선을 넘은지 오래다. 김정은 정권이 이런 경제적 압박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중국이 북한을 군사적 방패막이로 활용하다가 북한 내부에 급변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세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한국은 강력한 안보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장과 중국의 한반도 개입을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이번 ‘민감국가’ 논란은 한미 기술 협력의 조정, 핵 비확산 정책, 동북아 안보 환경 변화,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정부는 경제와 안보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 정치권도 이것을 위해 자멸적 대립과 갈등을 멈추고 통합적 대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국가 위기를 초래하는 자멸적 정쟁 계속한다면 역사의 혹독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 긴박한 위기 상황 속에서 북한 개방의 문이 열린다면 통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 역사의 오묘한 섭리는 시대의 격랑 속에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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