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북한경제 상황은 시장 환율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달러 기준으로 최근 21,000원대를 넘어섰다. 이것은 불과 1년 전 8,700원대 환율과 비교하면 약 2.4배 뛴 것이다. 특히 코로나시기를 거치며 어느 순간 북한주민들의 생활터전이었던 장마당이 북한당국의 통제로 얼어붙은 것도 한몫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3월 17일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에 따르면, 북한은 지속적인 식량난으로 46%에 해당하는 북한주민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북한의 만성적인 에너지문제는 그 공급량이 30년 넘게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렇게 북한의 식량, 에너지 부족과 함께 장마당마저 통제된 북한경제와 민생의 심각성은 어느 때보다 한계치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침공 전쟁에 1만여 북한군을 파병했지만, 정작 북한주민에게 돌아온 것은 장성한 청년들의 부상이나 사망소식 뿐이었다.
시간을 잠시 10여 년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 살펴보기로 하자. 김정은 정권은 초기부터 경제개혁을 앞세우며 대내적 개혁은 물론 대외적으로 개방정책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2013년‘경제개발구법’발표하고 전국 각 지역에 20개 이상의 경제개발구를 지정하고 추진하였다. 나선, 개성, 신의주 등 7개의 특구를 지정하여 경제성장 거점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또한 2011년 경제정책인‘국가발전 10개년 계획’에 관광정책을 포함해 본격적인 북한 관광지 개발을 시작하였다, 과거 체제선전용 공연이나 자연자원을 이용한 관광 상품 개발에서 벋어나 외화를 적극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관광정책으로 수정되었다는 점에서 그 변화가 뚜렷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삼지연, 양덕온천, 원산갈마관광지구 등을 건설하며 막대한 재정투입을 했지만, 코로나시기를 거치면서 그 꿈을 제대로 실현시키지는 못했다.
지난해부터 북한에서 진행 중인 경제정책 중‘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북한의 산업정책이 전통적으로 중공업 육성정책이 우선되었던 점과 이로 인해 주로 군수품 공급 중심의 정책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김정은 시대에 지방과 대도시와의 격차와 불균형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발전 20X10 정책과 같은 경제정책은 북한 지도부가 이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본보기 사업과 같은 유인책에 가까운 정책이라면 그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 이유는 관련 시설의 건설 뿐 아니라 꾸준한 원자재의 공급을 통해 생산이 가능한 산업구조와 시장 확대를 통해 소비가 되는 선순환형 구조가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정책은 자칫 지방별 자력갱생에 의존해야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김정은 위원장이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는 지난 2022년 노동당 창건기념일 일정 속에서도 북한의 대규모 채소 온실농장으로 알려진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한편 그 이후 지방공업의 현대화를 위해 화장품, 신발·가방, 식품, 양말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생산시설을 돌며 현지 지도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방 사업들이 본보기 사업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중요한 것은 사업의 확산과 연속적이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김정은은 본인 스스로가 구상해 왔던 경제관련 정책이 현실에 부딪혀 성공하기 힘든 근본적인 원인을 잘 알고 있다. 그 열쇠는 개혁개방 정책에 있다. 북한 내부에서 아무리 개혁을 추진한들 개방정책과 맞물리지 않으면 한계에 다다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의 북한경제 상황을 타개해 나갈 방법은 결국 개방정책으로 귀결될 것이다.
핵개발의 성과에만 도취되지 말고 이제는 좀 더 자신 있게 개방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젊은 지도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면모이다. 외부세계는 북한이 그동안 준비해 온 각 지역의 경제특구와 개발구를 활짝 열고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을 통해 새로운 국가건설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것이다. 또한 잘 지어진 북한의 관광시설에 많은 외국 관광객으로 북적되는 모습이야 말로 김정은 본인이 보고 싶은 장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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