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제는 분단된 시점부터 전 국민의 관심사였고 현재도 그러하다. 앞으로도 통일이 될 때까지는 국민의 일차적 관심사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분단국가에 살고 있고 다양한 분단의 문제를 안고 않고 있기 때문이다. 휴전선 너머에는‘억압과 통제’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체제가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늘 동포들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살아가야 하고 또한 북한 당국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일 ‘핵 참화’를 걱정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큰 경제적 성취를 이뤄간다 하더라도 늘 상대방을 경계하고 적과 동지를 구분하려는 이분법적 문화는 통일이 되기 전에는 청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무한 투쟁적 정치문화도 그 근원에는 분단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분단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통일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데 작금의 국내외적 정세를 보면 통일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도 배제하기 힘들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면서 러시아를 동맹국으로 확보하였다. 군사적 지원과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면서 핵 보유를 보장받고 외부의 제재를 넘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만든 것이다.
중국과 대만간의 관계도 심상치 않다.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은 일상화되고 노골화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창군된지 100년이 되는 2027년까지는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이 현실화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세계질서의 근본적 재편도 예측해볼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집권을 맞으면서 전통적 외교정책인 고립주의로 회귀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차별적인” 관세 정책은 제외하고라도 나토 등 동맹국에 대한 방어의무를 포기하고 캐나다와 그린랜드 등 타국에 대한 노골적 개입이나 영토적 야심도 숨기지 않고 있다. 경제와 안보 등 제반 분야에서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우려스러운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다양한 셈법에 골몰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떠한가? 지난 몇 년간 여당과 야당이 협상을 통해 일을 해본 적이 있는가? 특히나 작년 이맘때쯤 실시한 총선 이후 여와 야 그리고 정부와 국회는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폭주했고 결과는 계엄선포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파국이 아니었던가? 헌법재판소의 판결처럼 대통령의 계엄 선포도 올바른 행위라고 하기 힘들겠지만 거의 30건에 걸친 탄핵소추도 올바른 행위라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사정이 이러할 진데 곧 다가올 대선에 대한 셈법을 놓고 한켠에서는 웃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아무리 정치활동의 목표가 권력을 획득하는데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유가 있어야 하고 절차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흔히 "단군 이래 가장 잘 사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로 우리의 성취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곤 한다. 전혀 잘못된 말이 아니다. 그러나 나라가 분단된 상태에서의 성취는 근본이 취약하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크고 작은 문제를 고치고 또 고쳐도 분단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리더십이 출현한다고 해서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정치가 실현될까? 통일을 버릴 수 없는 사유의 하나도 바로 이것이다.
이제 우리는 국내외적인 복합위기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어쩌면 과거보다 더욱 잔혹한 통치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우리에 대한 모험적 도전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힘의 과시는 동북아의 안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MAGA’정책은 우리의 정책적 선택에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리더십은 붕괴상태이며 완곡히 표현한다 하더라도 국민적 분열 상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우리는 다시 뛰어야 한다. 거대한 국내외적 파고를 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국민적 통합이 필요할 때이다. 곧 있게 될 대선이 국민적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나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을 놓고 국민적 혼선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정치지도자들도 명확히 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한다. 정치는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국리민복을 위해 하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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