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 허용 목적이 미국 달러 확보인 듯”기획/평양 마라톤대회, 전면적 관광 개방 전망 섣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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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국제마라톤대회는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을 기념하는 행사 중의 하나로, 2020년 코로나 펜데믹으로 문을 닫기 직전의 2019년 대회 이후 6년 만에 행사를 개최했다. 북한은 이 대회를 ‘제31차 평양국제마라손경기대회’로 명명했으며, 개막식은 4월 6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렸다.
마라톤 코스는 평양 중심부를 지나서 시 외곽 돌아 다시 평양 시내를 통과해 5만 명의 주민이 모인 경기장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참가자의 능력에 따라 풀코스, 하프 코스, 10km, 5km 등의 종목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마라톤 참가비용은 풀 마라톤은 150달러, 하프는 100달러, 10km와 5km는 각 70달러였다.
마라톤 대회일 전날까지 약 200명의 외국인 참가자가 비행기로 평양에 입국했다. 고려 투어는 평양 마라톤의 공식 파트너로서, 해외 방문객이 이 행사에 등록하는 과정을 도왔다. 그리고 외국인을 향해 호객 행위도 했다. 자리가 많지 않고 신청기간이 짧다며 빨리 참가 신청을 하라고 광고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말레이시아 국적자는 ‘특정 정치·외교적 이유‘로 참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북한 포함 46개 국가의 200여 동호인들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참가국은 중국, 러시아, 이란 외에 영국,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덴마크(4명), 노르웨이(2명), 네덜란드, 불가리아(2명), 폴란드(9명), 호주(5명) 등이다.
폴란드의 경우 주평양 폴란드 대사관의 직원 한명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은 참가하지 않았다.
마라톤 결과, 풀코스에서는 북한 박금동(남자), 전수경(여자) 선수가 금메달을 땄고, 하프 코스에서도 북한 선수들이 금, 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동호인(애호가) 경기에서는 폴란드 선수와 홍콩 선수가 각각 남녀 1위를 차지했다. 북한은 전문 육상선수가 참가했으나, 외국인은 실력 있는 선수가 없는 대신 평양을 구경할 겸 관광 비슷하게 참가한 동호인들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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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라톤 대회는 평양 관광 성격이 강하다. 평양마라톤 접수처인 고려투어에 의하면, 이번 '마라톤 투어'는 5박 6일 동안 마라톤 대회 참가와 함께 평양 시내 곳곳을 돌아보는 관광 일정이 포함되어 있다. 하루만 마라톤 행사이고 나머지 날들은 평양 관광이라고 해야 한다.
외국인이 방문하는 대표적인 장소로 개선문,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미래과학자거리, 평양체육거리, 옥류관, 김일성 광장, 주체사상탑, 평양 '뉴타운' 화성거리, 강동온실농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고려투어는 이 외에도 평양 화성거리에 들어선 새 대동강 맥주 바도 체험할 수 있다고 홍보한 바 있다.
여행 상품의 가격은 1인당 약 2,400미국달러(354만원)로 알려졌다. 이 관광 투어의 성격은 입국 비자 방식에서 엿볼 수 있다. 북한과 고려투어는 일반 관광은 아니라고 말했다. 비(非)관광 대표단 프로그램으로 북한 체육성이 직접 초청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이번 행사의 경우 외국인 참가자들은 관광 비자가 아닌 별도의 방식으로 북한에 입국했다.
▉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일까? 북한이 공개적으로 국제행사를 앞세워 외국인 평양 관광을 하는 의미는 아마도 북한의 문호를 조금씩 열고 있다는 것, 관광수입을 다시 벌어들이겠다는 것을 나타낸다. 김정은은 외국인은 입국하겠지만, 변화의 두려움보다는 관광을 통한 수입 확대의 의지가 컸던 듯하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점차 북한관광이 활성화되지 않겠나 하는 조심스런 평가를 하는 편이다. 주로 국내 전문가들의 희망 섞인 전망이다. 2025년 들어 북한은 외국인의 북한 관광을 두 번째 이벤트성으로 허용했다. 아마도 북한 김정은은 외화벌이를 위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보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문호 개방을 지시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어떻게 보면 국제정세가 유리하게 전개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감을 피력하는 모습처럼 느껴진다.
▉ 한계도 있다. 일회성이고 앞으로 관광정책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단발성, 단기 정책이라 장기적으로 북한의 미래 관광정책을 가늠하긴 어렵다. 더욱이 한국과 미국, 말레이시아에 문호를 열지 않는다는 것은 조심스런 문호개방 타진이지 결코 전향적인 정책전환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외부의 바람을 차단하면서 실험적으로 시행하는 것인 만큼, 극도로 제한적인 개방 시도, 단발성으로 문을 두드려보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실제 북한은 아직도 일부 러시아 관광객 그룹의 입국을 허용하는 외에는 평양이 여전히 정기적인 관광객을 받지 않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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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에 의하면, 이번 마라톤대회만 하더라도 북한은 어림잡아 일주일간 최소 43만9000유로, 한화 약 7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봤다. 이와 관련, 우리정부의 공식 입장은 4월 7일 통일부 대변인과 기자의 질의응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자 : “북한 평양국제마라톤대회가 6년 만에 재개됐는데 어떻게 보는가와 앞으로 북한 관광 동향, 특히 평양 개방에 대해서 어떻게 예견하고 있는가?”
대변인 : “북한이 평양국제마라톤대회를 개최했고 46개국에서 200여 명의 외국인 선수가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외국인관광 재개의 계기가 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북한이 외국인 관광을 재개했다가 중단한 사례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평양마라톤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한 만큼 북한 측의 외국인 관광 재개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국내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국인 관광을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한다. 한 전문가는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를 풀었다는 것, 오는 6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개장이 계획되어 있다는 것, 북한의 관광산업 부흥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든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 원화의 환율이 크게 인상되어 북한내 외화 고갈 상태가 매우 심각하므로 관광수입 확보를 시도할 것이라고 봤다. 유엔제재를 받고 있어 외화 확보 수단이 거의 없는 현실상 관광개방은 불가피하며 실제 그런 동향이 있다고 말했다.
▉ 나름의 관광개방 준비 단계로 봤다. 북한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평양을 세계에 홍보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봤다. 외화벌이 목적도 있지만, 이벤트를 통해 외국인에게 북한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평양을 홍보하여 관광재개에 대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냈다.
전반적으로 북한의 관광 개방은 아주 계획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울퉁불퉁하다. 라선특구 관광을 중단하는 등 시행착오를 거치더니 다시 시도하는 등 계획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실험적인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하고 있고,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개혁개방으로 인권개선, 국제사회 정상국가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란 점이 한계다. 급하게 외화가 필요해서 한 이벤트성 행사라면,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이 많아질수록 국제적인 견제가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북관계,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열지 않는 한 이런 임기응변적인 이벤트 행사가 간헐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이번 마라톤대회를 보고 북한이 전면적으로 관광 개방할 것이란 전망은 섣부르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 북한의 문호는 언제든 닫힐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김일성경기장에 모인 북한주민 일부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북한 당국의 질병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외국인 입국을 전면적으로 열 것으로 보긴 어렵다.
다만, 북한에 외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로 판단된다. 그리고 관광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북한 당국을 생각할 때 외국인 관광 허용의 목적이 미국달러 같은 경화 확보임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러시아가 아닌 나라에서 물건을 사려면 미국달러가 있어야 한다. 그 때문에 일시적으로 외국인으로부터 돈을 벌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평양을 외국인에게 보여주는 건 돈을 벌려는 목적과 더불어 위태롭게 여기지 않았으니까 가능했을 것이다. 북한 이미지 개선이라는 홍보 목적도 있었다고 본다. 세계 여러 나라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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