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다음 날 곧바로 취임식이 이어지고 국무회의가 개최됐다.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과 제21대 이재명 대통령이 함께 상견례 겸 국가 대사를 논하는 자리는 무척 낯설었다.
이변은 또 있었다. 어느 나라이건 국가원수가 새롭게 결정되면 각국 정상들의 통상적인 취임 축하 인사가 쇄도하게 마련인데, 초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의 취임 축하 통화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지 사흘째에도 오지 않았다니 한국과 미국 간의 시차가 이렇게나 컸나 싶다. 이러한 상황이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그리고 나아가 한반도 통일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때 내세웠던 통일정책은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통일을 지향하며,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제시하며,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북관계 복원 및 화해 협력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취임사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이 계속되었다. 그는 "한·미 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과 군사 도발에 대비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후보시절부터 강조해 온 단계적 통일과 평화구축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이해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내각 인선에서도 통일과 외교, 안보 분야의 전문가들이 중용되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되었다. 이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역임한 외교·안보·통일 전문가이다.
한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되었는데, 위 실장은 주미한국대사관 정무공사,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러시아 대사 등을 역임한 외교관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이 대통령 후보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수립에 깊이 관여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통일정책은 후보 시절부터 취임사, 그리고 정부 각료 인선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단계적 통일 추진, 남북 간의 긴장 완화와 신뢰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또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정부 요직에 배치되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통일정책을 국정의 핵심 과제 중의 하나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로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북한의 반응과 국제정세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 북한은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첫째는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민족통일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체제 보장과 핵무장 완성을 가장 중요한 전략 목표로 추진해 온 김정은은 2024년 1월에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조선은 더 이상 동족이 아니다… 하나의 민족도, 국가도 아니다… 명백한 적이다.”라고 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활동을 사실상 중단시켰다.
이어 금강산 관광지구 시설을 철거했으며,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그러면서 한반도 분단 상태를 고착화하는 가운데 북·중·러 블록의 일원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둘째는 북한이 그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였다는 점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KCNA)은 지난 4월 28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입장을 통해 러시아와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자국 병력이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에게 전례 없는 실전 간접경험을 제공했다. 이 경험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 운용, 기동전술, 무인기·사이버전 활용 능력을 한층 고도화시킴으로써 도발 수단을 더 교묘하고 다변화시킬 수 있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경험을 통해 다극 체제에서의 입지가 강화된 북한의 김정은이 이재명 정부가 제안하는 남북대화·교류가 전략적으로 덜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이를 ‘남한이 유화국면에 들어섰다’고 오해하고 고강도 도발로 판을 유리하게 뒤흔드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재명 정부가 단순한 평화 기조만으로 나간다면 남북 교류 무용론의 확산을 불러올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강한 억지속의 유연성을 추구하면서 외교적 레버리지를 보강하여 예컨대 인도적 지원 연계조건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제정세 또한 변화도 잘 고려해야 한다. 국익을 위한 실용외교라는 명분하에 추진되는 이 정부의 한반도 통일 노력들이 자칫 균형 외교 또는 자주 외교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미통이긴 하지만 주러시아 대사도 역임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이재명 정부가 중국이나 러시아와도 일정 수준의 실리외교를 시도할 경우, 미국에서는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한미동맹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남북 간 자율적 소통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신뢰구축에 따라 ‘보완적 동맹관계’로 진화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의견 충돌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이중적 속성을 지닌다. 향후 한미 고위급 전략 대화, 확장억제 협의체(EDSCG) 등에서 이재명 정부가 효과적으로 미국과의 신뢰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한 안보위에 따뜻한 평화를 쌓겠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여러 공식 연설에서 반복해 사용했던 통합 메시지이다. 대한민국의 제21대 대통령이 된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줄곧 스스로를 현실 인식기반의 평화주의자라고 자처했듯이 북한 등의 오판 소지를 없앰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반드시 막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갖추는 막중한 책무를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통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