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의회외교 새로운 지평 열어야

이진우 한반도청년미래포럼 국제지부 대표 | 기사입력 2025/06/09 [17:19]

대미 의회외교 새로운 지평 열어야

이진우 한반도청년미래포럼 국제지부 대표 | 입력 : 2025/06/09 [17:19]

국내 정치적 혼란을 딛고 지난 64, 새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산적한 과제들 가운데 가장 시급한 이슈는 외교안보 분야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새 정부는 대중국 정책, 관세협상, 주한미군 재조정 등 복잡하게 얽힌 대미 현안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한미관계 현안이 중첩되어 있는 지금, 대미 의회외교를 실질적인 전략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다. 미국 행정부는 정권교체에 따라 정책방향이 급격히 변화할 수 있지만, 의회는 초당적 합의와 입법과정을 통해 전략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제공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전문화된 의회외교 전개해야

 

우리나라도 대미 의회외교 역량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왔지만, 여전히 전문성·전략·조직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제는 캐피톨 힐과의 전략적 라인을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졌다.

 

·미 양국 의회에서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영프로페셔널의 시각에서 중장기적으로 강화해야 할 대미 의회외교 전략을 세 가지 방향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한국은 이제 워싱턴 D.C.에서 선도적(pro-active)이고 전문화된 의회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미대사관 내 의회과를 일본처럼 의회 담당 공사체제로 격상하고, 미 의회 전문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FARA(외국인대리인등록법)의 제약으로 인해 현지 로빙펌, 시민단체를 통한 우회적 접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를 총괄할 종합적 전략 컨트롤 타워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부족한 상태다.

 

특히 '미 의회 전문가'라 불릴 만한 국내외 인력 풀(pool)이 일본 등과 비교해 크게 부족하다는 점 역시 심각한 약점이다. 따라서 주미대사관뿐 아니라,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한미의회교류센터(KIPEC)의 조직·기능·예산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들 기관은 의회 내 다양한 그룹을 타겟으로 맞춤형 아웃리치를 설계하고 실행하며, 동시에 현지 로빙전략을 점검·조율하는 전략적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대중국 의원 연합체(IPAC) 등 국제 의회 네트워크에도 한국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개별 재 가입함으로써, 의회 차원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국제의회외교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연대를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국회 내 초당적 안보·외교 거버넌스 구축 시급

 

둘째, 국회 내 초당적 안보·외교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 최근 발족한 국회 외교안보포럼 코리아 컨센서스는 초당적 의회외교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법적 구속력이나 정책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미비하다.

전 미국 연방 하원 인턴

 
단발적 논의 수준을 넘어서, 전략 검토·정책 권고·감시 기능을 포괄하는 공식적인 의회 외교안보 기구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전략태세검토위원회(CCSP), 국방전략검토위원회(NDSC)는 국방수권법(NDAA)에 기반 한 초당적 기구로, 국가 안보 전략의 방향과 태세를 검토하고 의회에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 역시 국회법이나 국회규칙 등을 통해 이와 유사한 초당적 외교안보 검토 기구를 제도화함으로써, 국회 차원의 정책 일관성을 높이고 외교안보 이슈가 정쟁화 되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현지 실무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축적 시급

 

마지막으로, 대미 의회외교의 중장기적 강화를 위해 전문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 현재 한국 국적자가 미국 의회에서 인턴십이나 펠로우십을 수행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과거 아산서원과 같은 민간 프로그램도 중단된 상황이다.

 

현재로선 한미 청소년교류사업 등 단기 방문 프로그램만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전직 외무상 및 국회의원 다수가 미국 의회 인턴 경험을 갖고 있다. 이는 대미 전략 수립에 있어 정치·외교적 실전 감각을 키우는 데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한다.

 

한국 역시 국회 외통위, 국방위 등과 연계해 국회 내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민관 협력형 미 의회 인턴·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현지 실무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축적해야 한다. 워싱턴 인사이더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할 시점이다.

 

한미관계는 이제 단순한 외교를 넘어, 안보·경제·기술·가치가 결합된 복합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동맹의 외연이 확장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의회외교 또한 선제적이고 전략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대미 의회 외교의 전략 컨트롤 타워를 설립하여 아웃리치의 범위와 깊이를 확대하고, 초당적 의회 외교 거버넌스를 제도화하며, 장기적으로는 미래세대를 중심으로 한 전문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

 

앞으로 한미 간에는 관세, 방위비, 기술안보, 대중 전략 등 다층적인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 미 행정부의 정책 변화 역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 의회와의 채널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전문화된 외교역량을 제도적으로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궁극적으로 대미 의회외교는 한미동맹의 제2축이자 전략적 앵커로 기능해야한다. 이를 위한 구조적 정비와 전략적 투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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