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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남북한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 2대 강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최근 들어 경제의 둔화와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과연 중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창열 한국통일외교협회 부회장은 중국문제에 정통하다. 격변하는 중국 정세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보기 위해 그를 만났다.
-중국은 무비자인데, 최근에 중국을 다녀온 적이 있는가? 매년 베이징은 빠트리지 않고 가며 그 외 상하이 등지를 일 년에 두세 번 다녀온다. 주로 개혁개방 도시, 해안도시, 경제가 발전된 도시를 보러 간다. 나름대로 목적을 가지고 중국을 방문하는 데 중국 경제발전의 선두그룹들이 실제 어떻게 사회생활, 경제생활을 하고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기위해 간다.
-중국에 가본 경험으로는 중국의 경제가 침체기라는 생각이 드는가? 지금의 중국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내가 처음 중국에 갔던 1993년만 해도 경제적으로 아직 어려움이 많았지만, 곳곳에서 뭔가 해보겠다고 하는 열정과 활기가 넘쳤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이 본격적인 경제성장 궤도에 올랐다. 경제가 많이 풀리면서 민간경제는 활기가 찼다. 시진핑 정부 출범 초기에도 이런 활력은 어느 정도 유지되었고 나름 괜찮았다고 본다. 하지만, 2015년부터 민간경제가 위축되기 시작했고, 특히 코로나 펜데믹 이후에는 너무 강한 규제와 통제 때문에 민간경제가 거의 붕괴되었다. 중국경제에서 성장 동력이라 할 부동산도 분야도 함께 안 좋아졌다. 코로나 이후의 중국경제가 급격히 탄력을 잃었음을 중국에 가보면 많이 느낀다. 중국 사람들은 최근 저가의 물건만 찾는다. 조금이라도 비싸면 사람들이 안 간다. 우리나라의 다이소 같은 곳에 사람들이 몰린다. 돈이 없으니까 저가의 물건만 사는 것이다.
-중국경제가 침체한 원인은 무엇이라 보나? 결론부터 말하면 국가 주도 자원배분의 역효과다. 중국은 매년 1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로부터 창출된 부가가치가 민간으로 충분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이 자금을 민간에 배분하기보다는 국가가 원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왔다. 이는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국유은행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국가는 은행 자금을 동원해 AI, 양자역학, 항공우주, 로봇,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기술 및 신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왔다. 그렇다고 국가가 하고자 하는 것이 잘 되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국가가 자랑하는 기업들을 보면 겉으로는 중국이 잘 나가는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서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 그로 인해 황금알을 낳던 민간경제는 돈이 들어가지 않아 활력이 죽었다. 이 모든 결과로 인해 중국경제는 전체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경제의 이중구조가 심각하고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경제가 오히려 돈 퍼부은 만큼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국 사람들은 최근 저가의 물건만 찾아 우리나라 다이소 같은 곳에 사람들 몰려 돈이 없으니까 저가의 물건만 사는 것
시진핑 정부는 자금 민간에 배분 않고 국가가 원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 중국경제는 전체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어
-시진핑 실각설, 단순 소문인가 권력의 균열인가. 시진핑의 권력이 누수 된다거나, 약화를 상징하는 객관적인 팩트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국가 공식 언론매체인 ‘인민일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기사가 20일 이상 안 나온다든지, 해방군보에서 시진핑의 사상이 안 나오고 집단지도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든지 등이 그 예다. 두 번째로는 인사 면에서도 중앙군사위 주석이 시진핑 그대로 있지만, 장여우샤 군사위 부주석이 실권을 쥐고 있고, 나머지 먀오화 정치공작부 주임 등 시 주석의 충복이라 할 자들이 숙청되었다. 공안기관, 경찰의 수장이 최근에 경질되었는데 시진핑 주석이 심어놓은 사람들이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시진핑 주석의 권력이 약화되고 있는 조짐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중국 국내 경제정책의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중국공산당은 국민의 생계를 안정시키고 경제성장을 이끌면서 적정한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시주석은 경제 운영에 있어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그로 인해 민심이 이반되고 있다. 그의 대내외 정책은 실패로 보는 견해가 많다. 과거 중국 정부는 대외 관계에서 갈등을 피하고 평화로운 외교 환경 조성을 중시했으며, 특히 미국과의 충돌을 자제하는 노선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외교 노선은 전면적인 갈등과 대립으로 전환되었고, 이 역시 국민적 불안과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 어려움과 외교적 갈등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시주석에 대한 신뢰와 지지는 눈에 띄게 약화되었다. 이에 따라 그의 권력 기반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으며, 일정 수준의 권력 변동 가능성이 분명히 감지된다. 다만 공산당 내부의 지도체제에서 변화가 일어날 여지를 의미한다. 앞으로 정치 일정을 보면서 중국내 논의를 지켜볼 일이다.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보며, 긴 호흡으로 신중하게 상황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는데, 한중관계 전망은. 한중간의 협력 기본 구조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한중관계가 윈윈하는 길을 걸었는데, 지금은 그런 윈윈하던 관계가 사라지고 중국이 한국에 베푸는 단계로 가고 있다. 중국에게 한국은 없어도 아쉬울 것이 없는 반면, 우리나라는 중국은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의존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가 중국에게 자꾸 기대하는지를 보자. 우리가 과도한 기대를 하게 된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에게 경제적으로 거대한 시장을 열어달라는 것이고, 둘째는 북한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우리나라가 중국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말들은 요즘 시점에서 적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둘 다 의미가 없다. 지금은 중국이 한국과 여러 산업에서 경쟁하고 있다.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가 주력으로 하는 산업에서 중국이 경쟁자로 떠올랐다. 세계시장에서 한중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다. 서로 봐줄 수가 없다. 북한핵은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분야이다. 북한이 중국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런데다 중국으로서는 북핵을 반드시 억제해야 할 욕구가 없다. 북핵을 문제국가의 핵 정도로 간주한다.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며 여러 핵보유국의 하나로 본다. 즉 북핵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한민국과 다르다. 한국은 중국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아야 하지만, 동시에 중국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중국은 당한 만큼 갚으려고 하는 나라다. 우리나라가 가치를 같이 하는 미국의 정책 기조에 공감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미중 갈등시, 한국이 선봉이 되어 중국을 자극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미국의 입장을 존중하되 중국을 자극하는 것을 자제하고, 중국에 과도한 기대를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부분에서의 협력하면 된다. 중국은 한국만을 보지 않고 세계로 나아가는 나라다.
시 주석의 권력 약화되고 있는 조짐 분명히 나타나고 있어... 그 배경에는 국내 경제정책 실패가 자리하고 있어
한중간의 협력 기본구조 바뀌고 있어 과거 경제적 문제 때문에 한중관계가 윈윈하는 길 걸었지만 지금 그런 관계 사라지고 중국이 한국에 베푸는 단계 기대 말고,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협력
-중국과 러시아 관계 속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두 나라의 관계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처럼 이해관계가 맞기 때문에 같이 가는 부분이 많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다른 질서와 꿈을 꾸고 있다. 러시아는 원래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였을 때 속내는 러시아제국의 부활을 꿈꿨다. 그러나 실제로 붙어보니까 코피가 나고 말았다. 그렇지만 푸틴은 여전히 러시아제국 꿈을 꾸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안에 넣고 주변국을 러시아 영향력 아래 다져 넣는 질서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중국을 중심에 두고 아시아 국가들을 밑으로 두는 조공시스템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각각 러시아꿈, 중국꿈을 가지고 자기 지역별 리더가 되려고 한다. 과거의 영광을 꿈꾸는 것으로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 지금 푸틴의 러시아가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다. 궁박한 처지에서 중국의 도움을 받고 있다. 첫 번째로 경제가 매우 어렵다. 러시아의 GDP는 중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러시아는 자국의 군사기술 외에는 군수산업의 모든 것을 중국제품으로 쓰고 있다. 서방의 제재를 받다 보니, 승용차나 가전제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서 쓰고 있다. 중국의 중공업, 경공업 제품이 러시아에 들어가지 않으면 러시아 경제가 유지되지 않는다. 러시아가 완전히 중국 의존경제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중국이 러시아를 존중했던 것은 앞선 군사기술 분야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러시아의 군사기술이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러시아 군사기술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고 있다.
- 중국이 북한을 생각하는 전략적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 지금 중국의 눈에 북한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중국이 예전과 달라졌다. 지금 중국은 세계전략을 운영하는 나라다. 과거에는 동아시아의 리더국가였지만, 지금은 세계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시야가 넓다. 그에 비해 북한의 전략적인 위치는 상당히 약화되었다. 북한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 북한이 아직은 어느 정도 가치가 있겠지만,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나 이란 같은 더 큰 나라와의 전략적인 관계에 더 주목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 북한이 안 보인다. 중국이 신경 쓰는 것은 제3세계 국가들을 모으는 것,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개발도상국)를 중국측으로 모으는 것에 상당히 많이 노력한다. 제3세계 그룹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큰 그림을 가지고 미국에 대항하려고 하지, 북핵으로 미국의 힘을 빼겠다며 북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과 같은 것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은 제3세계 국가와 권위주의국가를 하나로 모은 브릭스(BRICS)라는 세계적인 외교협력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북한 하나만을 중국의 전략적 선택에서 최상위에 놓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봐야 한다.
중국의 눈에 북한이 들어오지 않을 것 예전과 달라져 세계전략 운영하는 나라 세계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시야가 넓어 그에 비해 북한의 전략적 위치는 약화 북한에 대한 관심 떨어졌다 볼 수 있어
-북한과 러시아의 현재와 미래는 어떻게 단정 할 수 있는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서로가 단기적으로 필요해서 딱 맞아 떨어진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장기적으로 미래를 생각하면서 동지애로 결탁된 관계가 아니라 러시아가 전쟁에서 인력고갈, 소모적인 전쟁 물자 고갈을 겪을 때 북한이 채워준 것이다. 반대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핵이나 잠수함 관련 기술 같은 비대칭전력 군사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양국은 단기적으로 필요한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이지, 이해관계의 일치나 전략적인 세계정책의 일치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양국은 단기적으로는 결속력이 뛰어난 것 같아 보이지만,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이 관계는 끝날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체제안전보장을 받았나? 러시아가 북한이 고통을 겪던 유엔의 대북제재를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도움을 준 것은 틀림없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북핵관련 제재에서 물꼬를 터준 것이 가장 크다. 그렇지만, 북한체제보장은 아니라고 본다. 사실 러시아는 제 코가 석 자다. 내년 상반기면 러시아경제가 많이 어려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러시아가 전쟁을 수행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이 기름인데, 기름으로 벌어놓은 펀드의 기금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러시아가 북한에 돈 안 드는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북한체제보장을 해 줄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중국이 결정적으로 북한 체제보장을 해줄 수 있다. 러시아는 아니다. <저작권자 ⓒ 통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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