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향민 호칭, 당사자들의 엇갈린 목소리!

박예영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청년미래 위원장 | 기사입력 2025/10/01 [18:36]

[기고] 북향민 호칭, 당사자들의 엇갈린 목소리!

박예영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청년미래 위원장 | 입력 : 2025/10/01 [18:36]

필자가 통일신문에 박통일이라는 가명으로탈북민의 또 다른 이름, ‘북향민은 어떤가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상·하편으로 기고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통일부 정동영 장관이 “‘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다며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북향민으로의 호칭 변경을 제안하고 나섰다. 현재 대국민 의견수렴을 위한 설문조사가 진행 중인데, 이에 북향민 사회 내부에서도 찬반 논쟁이 뜨겁다.

 

우선 찬성과 반대의 입장 속에 분명히 부각되는, 두 흐름이 있다. 찬성하는 이들은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라는 의미 그대로의 표현이어서 북향민(北鄕民)’ 호칭을 반가워한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북한 정권이 싫어서 탈북 한 것이 맞기에 탈북민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맞선다. 특히 반대 측은 20여 년 전 정동영 장관이 추진했던 새터민호칭 변경 문제를 함께 거론하며, “그때도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이름을 만들어 혼란스러웠는데 또 호칭을 바꾸려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두 번 모두 호칭 변경을 거론한 장관이 정동영 장관이라는 점은 같지만, 20여 년 전의 새터민과 지금의 북향민은 성격이 다르다. 당시 정 장관은 하나원을 방문했다가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오면 탈북자라고 놀림을 받아 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싫어하는 표현을 대신할 좋은 이름을 주고 싶어 새터민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북향민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이나 설문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반면 지금 논의되는 북향민은 이미 우리 북향민 사회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쓰여 온 호칭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10년 전 칼럼을 쓰게 된 배경에도 이러한 흐름이 있었다. 당시 칼럼을 의뢰했던 백00 선생님은 이미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데, ‘탈북민이라고 불리니 마치 계속 탈북하고 있는 것같아 너무 싫다고 고백했다. 2012년 처음 북향민호칭 제안을 했다고 주장하는 동00 씨는 “‘탈북민은 한국 사회와 구분 짓는 느낌이 든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억누르며 사는 우리들이 명절이면 고향을 갈 수 있는 꿈을 꾸는 것, 그것이 곧 통일을 꿈꾸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최근 북향민호칭 변경 논의가 시작된 이후, 초대된 100여 명의 북향민 단톡방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절반씩 나뉘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자신이 국민의 힘당원인데도 불구하고 호칭은 북향민이 좋다고 표현했다.

 

필자가 2015년 칼럼으로 그치지 않고 북향민호칭 부르기 운동을 열심히 강행해온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용어 속 자는 마치 정상 궤도를 벗어난 듯 한 부정적 뉘앙스를 주며, 실제로 탈북자·탈북민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북향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호칭은 부르는 이들의 관점보다 불리움을 당하는 당사자의 입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 내부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점에서, 더욱 열정을 쏟아 북향민호칭 부르기를 이어왔다.

 

소규모이기는 했으나 여러 단체에서 실시한 호칭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북향민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20209화해평화연구소통일코리아협동조합362명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9.7%북향민, 19.6%가 비동의, 0.7%가 무응답을 기록했다. 또 북향민 최대 커뮤니티 우리온에서 운영하는 민주주의 리더십 스쿨 (Democracy and Leadership School) 사회 활동 프로젝트에서 MZ세대(10~30) 154명을 대상으로 20221월 진행한 북한이탈주민 이름 공모전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단연 1위는 북향민이었다.

 

물론 탈북민이라는 정체성을 고수하는 일부 북향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한다. 탈북한 것이 사실이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북향민역시 맞는 표현이다. 단순히 진보정권이 추진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거나, ‘북한 눈치 보기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말 아쉽다. 고향으로 돌아갈 문이 열린다면, 과연 가지 않을 이가 있겠는가? 북한 정권에 대한 분노는 있어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호칭 바꾼다고 달라지는 게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사실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한 이들은 호칭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필자 역시 한국에 온 지 24년 차지만 누가 뭐라 부르든 큰 상관이 없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이름이라면, 가장 순화되고 바람직한 표현을 쓰는 것이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이름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이곳에서 잘 살아내어 언젠가 고향에 당당히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헌법 제3조는 북한 지역 역시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탈북자탈북민이라는 호칭은 모순적일 수 있다. 반면 북쪽에 고향을 둔 사람이라는 의미의 북향민은 헌법의 맥락에도 맞고, 국민 정서적 이질감을 줄이며 사회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다.

 

1997북한이탈주민이라는 용어가 법에 제정된 이후 28년이 흘렀다. 역사는 멈추지 않고 흐른다. 이제 입국하는 북향민들의 수도 현저히 줄었다. 더 나은 방향이 있다면 개선하고, 수용할 만한 것은 받아들일줄 아는 태도야말로 민주 시민의 자세다. 민주주의를 이해한다면, 나의 의견이 소중하듯 타인의 의견도 소중함을 인정해야 한다. 무조건 반대하거나 정치적 의도로만 해석하는 태도는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정치적 성향이나 지지 정당이 달라도 좋은 것은 좋다고 박수 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반대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더 성숙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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