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의견 수렴해 그것을 정책화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포럼] 2025국제한반도포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발전 방향’

윤현중 기자 | 기사입력 2025/10/10 [19:34]

"국민들 의견 수렴해 그것을 정책화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포럼] 2025국제한반도포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발전 방향’

윤현중 기자 | 입력 : 2025/10/10 [19:34]

포시즌즈호텔에서 2025국제한반도포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표 및 토론이 지난달 18~19진행됐다. 통일부 전 차관 최영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외 여러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과 의견이 나왔다. 참석자들의 발표와 토론내용을 요약했다.

 


 좌장 : 조성렬 경남대 초빙교수

패널 : 왕선택 서강대 대우교수(YTN 방송기자)

최영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서보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김성경  서강대 사회학과 전임교수(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평화나눔센터 센터장)

 

왕선택 교수 : 현 남북관계 상황을 볼 때 이런 주제를 토론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기본에 해당하는 것을 충실하게 이야기해야 기회가 왔을 때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부, 외교부, 청와대, 국회를 관찰하면서 나름대로 판단한 것을 중심으로 해서 말하겠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시대 변화와 자유민주주의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개정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서 여러 전문가가 기존 방안의 장점을 강조하며 반대하자, 정부는 개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4'8·15독트린'을 통해 북한 체제 존중을 전제로 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상반되는, 북한의 자유 통일 열망을 촉진하려는 전략을 제시했다. 정권교체로 인해 일단락되었지만, 이러한 논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통일 정책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다음 세 가지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고 합리적인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초당적 합의: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 김영삼과 협의하여 마련된 초당적 합의의 산물이다. 이후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도 기본 골격이 유지되었다. ②▲단계적 접근: 3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남북이 단계별로 그때그때 합의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연하고 현실적인 방안이다. 1단계인 화해협력과 2단계인 남북연합에서 모두 남과 북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다.북한의 동의: 20006.15 공동선언에서 북한도 원칙적으로 동의했던 부분이 있다.

 

그러나 한계도 존재한다. 북한의 태도 변화: 2024년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상황에서 기존 방안을 강조하는 것이 실익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세대적 공감대 부족: MZ세대를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 오해의 소지: 대북정책의 강경파가 온건파들을 친북좌경(親北左傾)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데 악용될 수 있으며, 국제사회에 비핵화보다 통일에 치우친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

 

향후 통일 정책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로키(low key) 전략을 제안한다.

먼저 공개적 홍보를 자제하자.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합리성과 현실성을 확신하되,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대외적 정책 홍보는 자제한다. 비공개적으로 확산하자. 민주평통, 통일교육원 등 내부 채널을 활용하여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한다.

언론과 국민의 협조를 구하자. 로키 정책 운영을 위해서는 언론의 이해와 국민의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다만, 조용히 비공개 특강이나 백그라운드 브리핑 등으로 성과를 알리는 방안을 고려할 만 하다.

 

조성렬 교수 : 이명박 정부 때는 3대 공동체 통일구상(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이란 것이 나왔고, 그러나 통일방안으로 제시되지 못했다. 또 하나는 박근혜 정부 때 통일준비위원회가 있어 세 개의 세션을 두었는데, 결과적으로 통일헌장이나 통일방안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자유의 가치를 내세운 바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것들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대체하기보다는 통일구상 또는 통일독트린 형태로 해서 해당 정부가 주도해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통일방안이란 여야 정파를 떠나

범국민적인 것...국민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해 만든다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 통일 무관심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영준 전 통일부 차관 : 남북관계 경색이 일상화되고 북한은 적대적인 2국가론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 안에서도 통일 무관심을 넘어서 통일을 추구하지 말자는 논의가 나오는 형국에 통일방안 논의가 적절할까를 생각해 봤다.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로 적절하다고 본다.

첫째는 우리가 통일방안이 적절하기 위해서는 통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한다. 통일은 당위적인 측면은 엄청나게 해야 할 이유가 많고, 실질적으로도 우리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에게 통일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길은 아니지만, 통일문제, 분단문제가 우리에게 족쇄로, 다른 나라에 없는 불리한 점으로 작용했다면 이것을 발상의 전환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통일은 장기적인 과정이다. 그러니까 목표, 즉 방향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구체적인 통일정책의 폭과 범위를 제시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통일정책을 보장하는 통일방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국민이 통일정책을 지지하고 동의를 해주어야 하는데, “통일방안 없이 어디로 가겠다. 이정표 없이 지지하면서 그저 따라오라고만 한다로 되어 있다.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비정치적 분야 교류부터 시작, 범위의 확대와 정도의 심화를 통해 정치적 통합으로 가자는 기능주의적 접근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만의 구상이 아닌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 발효되었던 남북기본합의서의 설계도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즉 우리가 제시한 통일방안이 북한도 동의해서 기본합의서 내용에 사회분야, 정치분야, 경제분야를 발전시켜 통일로 가자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방안의 모습이 남북합의서에 다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게 우리만이 한 것이 아니라 남북이 같이 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두 번째는 기능주의적인 접근, 즉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시작해서 정치군사적인 문제로 가자는 접근이니, 평화체제 같은 정치적, 군사적인 해결책을 부족하게 다룬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있고, 또 하나는 MZ세대다.

그러면 지금 MZ세대는 밑으로부터 국민의 의견을 받아서 그것을 정책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쌍방향, 그전에는 위에서 했으니, 이제는 밑에서부터 의견수렴을 해야 하는데 이런 것을 과연 할 수 있겠는가? 통일방안이란 여야 정파를 떠나 범국민적인 것이다. 국민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여 만든다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 통일 무관심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을 우리식 발전모델로 재단하려는

시각 바꿔야...평화문화와 평화교육의

확산이 중요하다.

 

김성경 교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을 지향하며, 정부, 학계,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역대 정부가 이 방안을 대체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것은 단순히 통일 방안을 바꾸는 것을 넘어,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하고 관련 법·제도 및 정부 조직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거대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자체를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현실을 반영한 보완시도 같은 것은 필요하다.

 

점진적·단계적 접근의 비현실성: 기존의 기능주의적 접근(교류를 통한 화해협력)은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도발로 인해 반복적으로 좌절되어 왔다. 그런데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신냉전''다극체제'를 활용하여 남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체제 안정의 우선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미 남북 통일은 불가능하다는 선언까지 한 상황에서, 기존의 '화해협력'부터 시작하는 접근 방식은 현실성이 낮다.

 

변화된 국제 및 국내 정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수립될 당시의 탈냉전, 민주주의, 세계화라는 조건은 현재 신냉전, 민주주의의 위기, 탈세계화로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경제적 양극화 심화, ‘절멸과 멸망의 정동등 다양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통일 방안이 제시하는 민주적인 방식의 통일 미래가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남북한 주민의 이질감 및 통일 의식 약화; 지난 80년간 남북한 주민 간 이질감과 거리감은 더욱 심화되어 무관심한 상태가 되었다. 이대통령의 말처럼 한국사회가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으로 인식하는 등 통일에 대한 무관심하고 수세적인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

 

'공존'을 위한 준비 단계의 중요성; 제언하고 싶은 것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유지하더라도 1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단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라는 것이다.

상호 인정: 냉각된 남북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공존(coexistence)가 가능한 조건을 대한민국 내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서로의 존재를 법적, 제도적, 사회문화적으로 인정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제도 개선: 북한을 적대시하는 법적, 제도적 틀(헌법의 영토 조항, 국가보안법 등)을 바꾸는 법개정 혹은 폐기를 검토하고, 통일부 명칭 변경 등 상징적인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평화문화 확산: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통해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을 줄여야 한다. 능력주의라고 이야기되는 방식의 전방위적인 세속화, 능력주의적 사고를 전환, 북한을 우리식 발전모델로 재단하려는 시각도 바꿔야 한다. 평화문화와 평화교육의 확산이 중요하다.

 

통일을 단지 목적 달성으로 보았지만

이제는 기후, 보건, 식량 위기와 같은

인류의 실존적 위기에 맞서 생계와 돌봄

제공하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서보혁 박사 : 통일은 한반도에 적합한 평화 공동체를 창출하기 위한 평화 구축의 장기적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아래는 평화주의에 기반 한 새로운 통일 구상이다. 첫 번째, 통일의 철학, 두 번째 통일의 원칙, 세 번째 통일의 단계, 네 번째 통일의 전제조건이다. 평화주의에 기초한 통일 철학: 통일은 강력한 통일국가 건설이 아닌, 평화 구축의 장기적 과정이어야 한다. 이는 헌법의 평화통일 원칙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합한다.

기존 통일 구상은 통일을 단지 목적 달성으로 보았지만, 이제는 기후, 보건, 식량 위기와 같은 인류의 실존적 위기에 맞서 생계와 돌봄을 제공하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힘에 의한 평화'는 진정한 평화주의가 아닌 만큼, 평화를 명분으로 한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 또한,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조항은 냉전의 산물로서 정치적으로 오용될 소지가 많고 실제 많았으므로, 자유를 뺀 '민주주의'로 수정하여 민주주의의 다양한 형태를 포용해야 한다. 이는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도 더 적합하다.

 

7.4 남북공동성명에서 합의된 3대 통일원칙 중 '민족대단결' 원칙이 현재의 통일 원칙에서 빠져있다. 민족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실과 국제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민족대단결' 원칙을 다시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민족을 초월하는 포용성과 남북 및 국제 관계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한다.

 

기존 3단계 통일방안(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으로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등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3단계 과정에 '남북연방(Federation)' 단계를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다양성 속의 일치'라는 연방제의 취지를 살려 남북 각각의 체제와 사고방식을 존중하면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방안이다. 미국, 독일, 스위스 등 서방 선진국들이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방제에 대한 반대는 이념적 신화일 뿐이며, 열린 마음으로 연방 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비핵평화체제 구축: 기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1단계 '화해협력' 단계에서 평화체제가 자동적으로 구축된다는 전제는 비현실적이다. 통일은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전제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북한을 협상으로 이끌어내야 할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과제를 통일 구상에 명확히 포함시키지 않으면 통일 방안의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통일의 필수적인 선결과제로 명시해야 한다.

 

 



 

< 토론 >

 

-사회자: 서보혁 박사는 유일하게 통일을 Re-Unification이라고 썼다.-

 

 서보혁 선임연구위원 : 일반적인 통일(Unification)이 아니다. 원래 한민족, 한 국가였는데, 외세에 의해서 갈라진 이래 장기간 분단되어 있는데, 통일은 정확히 말하면 재결합, 평화주의에 입각한 평화공동체라는 의미에서 Re-Unification으로 썼다.

 

-사회자 : 서보혁 박사의 의견이 독특한 게 남북연합과 통일국가 사이에 남북연방제안을 했다. 사실 그 내용은 과거 김대중이 70년대에 이야기했던 것으로, 처음에 남북연합, 두 번째가 연방제, 세 번째가 통일국가로 가자는 주장과 같다. 그래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화해협력 단계까지 하면 4단계가 된다.

우리가 보면 6.15공동선언에서도 남측의 연합제안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최 차관이 김대중의 3단계 통일방안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나오는 3단계, 6.15공동선언에서 나오는 내용에 대해 보충 설명해주기 바란다.-

 

최영준 전 통일부 차관 : 6.15공동선언에 보면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에 공통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 방향으로 통일을 추진한다고 합의했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란 것은 북측이 제시했던 연방제안 중에서 1990년대 공개된 것으로 원래 북측이 주장했던 연방제안에서 연방국가의 군사권, 외교권을 지방정부, 즉 남북의 지방정부에 주어서 자치권을 인정하자, 그래서 사실상 남북연합과 같은 이야기로 나오므로 그래서 공통성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북측은 낮은 단계의 남북연방제이고, 우리측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2단계가 남북연합이다. 김대중은 대통령이 되기 전 3단계 구상(1단계로 남북연합, 2단계로 남과 북의 지역자치정부로 구성되는 연방제3단계로 완전한 통일)을 했을 때 첫 단계가 남북연합이다.

남북연합 강조는 교류협력이 매우 중요한데 교류협력만 하다가 언제 우리가 통일로 가겠는가? 일단 교류협력은 하되, 남북연합이란 틀을 씌워서 좀 더 방향성을 분명히 하면서 교류협력을 하자, 그래서 남북연합이 1단계가 된 것이다. 그 다음에 김대중 대통령 시절 6.15공동선언의 내용은 본인의 생각이라기보다는 그것이 민족공동체통일방안 2단계에 남북연합이 들어가 있으니 6.15 합의를 한 것으로 안다.

 

 -사회자 : 북한의 '2국가 관계' 주장을 통일 거부로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 궁금하다. 아니면 북한 주도의 통일은 사실은 불가능하다고 인식한 건지 우리들 간에 인식 차이가 있다. 북한이 통일이 안 된다고 했을 때 통일을 포기했는지, 아니면 다른 조건을 붙였는지 보충 설명 바란다.-

 

 왕선택 교수: 결론부터 말하면,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 관계' 선언은 한국 정부의 강경 노선에 대한 대응인 만큼, 향후 한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북한의 입장도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가 '주적' 개념을 공식화하고 강경 노선을 취하자, 북한은 이에 대한 '초강경 대응' 원칙에 따라 '교전 중인 적대적 2국가'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통일을 포기하자는 메시지가 아니라, 한국의 흡수통일 의지를 비판하며 그러한 조건에서의 통일 논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 김정은의 입장은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남북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두 국가도, 한 국가도 아닌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적으로는 두 국가로 인정되지만, 통일 논의 과정에서는 단일 민족이라는 특수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만큼 주적이나 '적대적 2국가'론을 다 같이 내세우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사회자 : 그동안 시민단체나 학계 논의를 보면, 이른바 진보진영에서 내놓은 것은 통일담론이다. 통일을 상당히 내걸었는데, 점차 지금은 변화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부는 통일을 내세운 반면, 시민단체나 학계, 진보 진영은 통일보다는 평화공존, 평화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남북이 차라리 두 국가로 가자라는 논의가 있었다. 서보혁 박사는 통일이냐, 평화냐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통일과정으로서의 평화체제를 이야기한 듯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평화냐 통일이냐의 관점에서 보완 설명이 필요하다.-

 

서보혁 박사 :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는 김정은의 발언에는 두 가지 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 두 가지 쟁점에 대해 말하겠다.

먼저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 관계' 발언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 표출이다. 202312, 김정은은 한국의 진보와 보수 정권 모두 대북 정책에서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며, 한국 정부의 강경 노선에 대한 대응으로 '적대적 2국가' 관계를 선언했다. 이는 통일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한국과의 통일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다. 김정은은 남측이 흡수통일이나 적대 정책을 포기한다면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입장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한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둘째로, 평화와 통일의 관계인데, 양자는 선후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통일은 평화 구축 과정에 있는 것이다. 통일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의 것이다. 따라서 '평화가 먼저냐, 통일이 나중이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진보, 보수를 떠나서 둘 사이는 선후관계가 아니다.

소극적 평화의 한계를 말하고 싶다. 통일 없이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것은 '소극적 평화'에 불과하다. 남북 간의 긴장과 적대적 분위기 속에서는 진정으로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이는 곧 통일을 향한 노력과 연결된다.

 

-사회자: 남북 주민 간 이질감이 심화되고 다문화사회로 이행하는 상황에서 민족 개념, 민족공동체 개념을 기초로 해서 만든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유효한가? 변화된 상황에서 민족 개념, 민족공동체 개념에 기반 한 통일방안이 아니라면 어떤 통일방안이 있을 수 있는지 대답해주기 바란다.-

 

 김성경 교수: 남북관계는 굉장히 유기적이어서 남북관계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통일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변화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우리측의 행동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최근 접경지역에서 대북확성기방송의 중단에 북한이 반응한 것처럼, 강경 일변도가 아닌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통일방안이 국민 정서와 괴리되어 있다. 일반 시민들은 이미 남북이 '두 개의 국가'가 된 상황에서 살고 또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나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기존의 방안을 억지로 고집하기보다는,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 주민의 통일 의지 바로 읽기와 '민족' 개념의 재정립도 필요하다. 북한 주민의 통일 의지를 올바로 보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통일하면 더 잘 살게 될 것이기에 통일을 원할 것'이라는 시각은 매우 위험하다. 그들의 통일 선택은 오직 더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 사회는 북한 주민들에게 그러한 조건을 충분히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

다문화 사회 속의 '민족'의 복원은 맞지 않다. 이미 '같은 혈통과 핏줄'에 기반한 민족 개념은 다문화 사회가 된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다. 닫힌 민족주의에 기반 한 통일 방안은 사회적 호응을 얻기 어려우므로, 열린 방식의 '민족' 개념을 고민하고 이를 통일 담론에 반영해야 한다.

 

 -사회자: 통일방안의 내용보다는 절차나 형식에서 문민 지도의 새로운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런데 문제는 통일방안이라는 것이 보수, 진보간 통합이 어렵다는 점, 또 한편 북한이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는데, 과연 북한이 공감할 수 있는 발전방향의 대안이 있는가?-

 

최영준 전 통일부 차관: 사회자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했다. 제가 볼 때는 1989년에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그리고 남북 간 기본합의서가 이뤄지고 이것을 반영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되었다. 상층 전문가, 정치인, 정부 인사가 모여서 합의했지만,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이제 역사의 주인공도 바뀌고 또 앞으로 살아갈 젊은 세대가 참여해서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여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층과의 대화, 공감대 형성이 되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고려를 더 많이 한다? 그러면 북한이 받을 수 있을까? 이런 것을 국민이 고민하고 의견을 내놓을 때 정책이 되어 국회에서 동의를 받는다면 그 다음에 어느 정부가 와도 이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룬 것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그렇게 되면 일관성과 북한에 대한 설득력도 제고될 것이다.

 

왕선택 교수 : 통일문제는 국가의 중대사, 민족의 중대사다. 통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생각해보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어 있다. 통일은 단순한 국가적 과제가 아니라, 외세에 의해 강요된 분단을 정상화하는 민족적 과제다. 1945년 분단은 우리 민족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비극적인 사건이었으며, 이로 인해서 전쟁과 현재의 상황이 초래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통일의 편익만 따지기 전에 먼저 분단자체를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세대와 국제사회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통일은 단순히 이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분단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잡는 역사적 책무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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