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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기회가 오면 조금은 무리가 따르더라도 통일을 해야 한다" 늘 해 왔던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통일이 수반할 수 있는 통일비용과 남북 주민 간 사회통합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통일을 반대하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해왔다. 통일이 가져올 문제는 우리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통일을 반대하는 논리로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통일을 조속히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작금의 현실이 잘 말해주고 있다. 세계가 다시 냉전의 소용돌이에 말려들면서 통일이 장기적인 숙제로 남을 가능성이다. 북한도 표면적으로나마 2국가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이에 동조하는 세력이 등장하고 있다.
이미 많은 국민들은 통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온 것도 사실이다. 통일에 유리한 환경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통일은 예고하여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데서 그나마 위안을 찾아야 할까?
분단체제가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물론 현재처럼 위태롭기는 해도 평화를 유지하면서 우리만이라도 잘 살면 된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특수성으로 볼 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할 것이다.
국제질서가 냉전체제로 고착화되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든든한 배후 세력을 등에 업고 각종 도발을 감행해 올 수 있다. 분단의 폐해는 냉전질서 하에서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고 이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9월3일 ‘전승절’을 대대적으로 기념하였다. 행사의 호스트인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김정은과 러시아의 푸틴을 좌우에 거느리면서 국제적 리더십을 부각하였다.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열병식을 통해 군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러시아와 동맹관계를 맺었고 중국과의 동맹관계도 회복하고 있다. 이른바 ‘북방 3각축’이 부활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처칠 수상이 80년 전인 1946년 소련에 "철의 장막"이 쳐지기 시작했다면서 냉전의 서막을 알렸다면 이번의 전승절 행사는 냉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구냉전의 주역을 소련이라고 한다면 신냉전의 주역은 중국으로 대체되었다는 점이다.
반면 그간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미국의 리더십은 바람에 흔들리는 등불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MAGA 정책은 미국이 자유세계의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일방주의 관세정책은 자유국가들의 정책적 옵션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는 체제 전환기마다 “위기”라는 말로 표현해 왔으며 지난 수십 년간은 그 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하면서 오늘날의 번영을 가져왔다. “시련은 겪었지만 실패를 모르고” 전진해온 역사가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할 것이다.
이제 또 한 번의 도전을 맞이하고 있으며 이 도전은 지난 70여 년간 유지되어 왔던 긴 평화의 시대에 대한 도전이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미 그 도전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도전은 대만 침공이라는 열전을 가져올 것인가? 북한은 배후 세력과 핵무기를 믿고 다시 남침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냉전 시대처럼 어정쩡한 평화가 유지될 것인가?
굳어져 가는 냉전 질서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미국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이른바 “관세전쟁”도 진행 중이며 주한미군의 지위 등 동맹관계에도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러시아-북한을 중심으로 하는 북방세력에 가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균형 외교를 명분으로 하는 양다리 걸치기를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유럽 국가들처럼 “미워도 다시 한 번” 한미동맹 관계를 중시할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상대방의 가랑이 밑이라고 기겠다.”고 한 바 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위한 결연한 자세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지만 “무엇이 국익을 위한 정책인가?”에 대해서도 좀 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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