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민들의 입국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연평균 1000명 이상 입국했으나 이후 1/10인 100명 안팎 수준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과거처럼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 탈북하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과거 중국으로 불법월경을 하던 북한주민이 10명이었다면 이제는 1명이 겨우 있을까 말까한 실정이다.
현재 입국하는 탈북민들 90%가 북한당국에서 합법적인 허가를 받고 외국으로 나와서 근무하던 북한주민들이다. 러시아 파견 건설노동자, 벌목공, 동남아에 나간 외화벌이 일군들, 유학생, 기술자, 외교관, 식당종업원, 봉제공장 종업원 등이다.
2022년에 입국한 김명철(가명)씨에 따르면 “코로나기간 북한은 북·중 무역중단은 물론 여행자들의 친척방문과 보따리장사도 차단했다. 탈북감시는 예전에 비해 10배 이상 강화되었다. 이 기간 북한-중국 국경에 고압전기철조망, 지뢰밭조성 등을 했다. 북한 쪽 은밀한 곳에는 독일제 전파탐지기를 일정간격으로 설치해두었다. 휴대폰 전파신호가 나면 사이렌이 울린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기간 김정은이 국가보위부의 업무보고를 받고 북부지역에서 불법월경자는 무조건 사살하라는 군사명령을 내렸다. 국경에 개미 한 마리 얼씬 못한다는 소리가 있다. 군인들도 과거처럼 뇌물이면 통하는 시대는 완전히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탈북 브로커의 수고비도 예전에 비해 10배 이상으로 올랐다. 과거 400~500만원이면 한 사람을 탈북시켰는데 이제는 한국돈 1억 원을 주어도 탈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탈북민이 돈을 보내려고 해도 수수료 60~70%를 요구한다. 그래도 브로커를 찾기가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입국한 이옥희(가명)씨는 “북한도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하지만 중국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조선과의 국경에 고화질 최첨단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카메라는 수백 미터의 물체도 감지하고 경보음을 울린다. 즉시 중국군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무장 출동한다”고 폭로했다.
또한 그는 “중국의 감시카메라 기술은 대단하다. 중국정부에 등록된 인구수는 전체 인구의 90%이상이다. 당연히 불법 체류자인 탈북민(중국호구 있는 탈북민은 예외)은 감시카메라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안면인식 기술로 불법 체류자임을 확인하고 자동으로 공안(경찰)에 통보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니 탈북민들은 실내 밖에 못 나온다”고 밝혔다.
특히 3년 전 중국에서 ‘반간첩법’이 발표되면서 중국 내 탈북민들은 더욱 겁을 먹고 은신한 곳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감금된 지경에 이르렀다. 예전처럼 중국에 넘어와 범죄만 짓지 않고 살면 안도의 숨을 내쉬던 때는 이젠 옛말이 되었다며 아쉬워했다.
러시아에서 2024년 탈북해 입국한 차성국(가명)씨는 “러시아는 중국과 달리 탈북자(북한근로자)를 색출해서 북송하는 나라가 아니다. 그 이유는 러시아에 들어온 노동자들은 전부 북한당국의 허가(여권)를 받고 나온 사람들이다”면서 “이들이 러시아 현장서 탈출, 북한 측의 요청으로 경찰에 잡히기도 하는데 엄밀히 러시아 법정에서 판결을 받아야 불법체류자인지 아닌지 확정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복잡한 행정체계로 러시아 경찰은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고위인물 탈북자 색출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러시아 경찰이다. 현재 러시아에 불법체류(북한회사를 탈출한 근로자) 누적 자는 모두 수만 명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성국 씨는 “내가 있던 벌목회사에서만도 1000명 직원 중 20%가 탈출했다. 이런 벌목회사가 수십 개다. 누적 인원수로 보면 수천 명인데 벌목 말고도 건설회사가 또 수십 개나 있다”면서 “그러니 러시아에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난민수용소에 갇힌 탈북민은 최대 수만 명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한국 정부가 관심을 좀 보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