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강국(?) 구호 아래 붕괴하는 북한군의 민낯

송두록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5/10/27 [14:07]

핵강국(?) 구호 아래 붕괴하는 북한군의 민낯

송두록 논설위원 | 입력 : 2025/10/27 [14:07]

지난 19일 중부전선에서 북한군 1명이 귀순했다. 거대한 댐도 조그만 바늘구멍이 생기면서 무너진다. 무소불위의 보위부 등이 있어서 북한 체제가 겉으로는 여전히 단단해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균열음이 뚜렷하다. 그 균열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북한군이 있다. 최근 발생한 여러 사건은 단순한 군 조직의 붕괴 가능성 문제를 넘어, 북한 체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 송두록 논설위원     

북한군 내부의 위기는 여러 징후로 감지된다. 휴전선이나 북중 국경을 넘어 귀순하는 북한군 병사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대부분 최전방 부대 출신이다. 이들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데일리NK 인터뷰에서 먹을 게 없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함경북도와 자강도 일부 부대에서는 병사들이 풀이나 옥수수 줄기를 삶아 먹거나, 탄약고에서 밀가루를 훔쳐 나눠 먹는 사례가 발생했다. 그 뿐인가. 데일리 NK전방에 주둔하는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민가를 돌며 절인 무나 김치 등 반찬을 좀 달라고 구걸하고 다닌다고 전하며, 군 내부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돼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드러난 군 장비의 허상 또한 북한군 내부 문제를 상징한다.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기념하여 대대적으로 열린 열병식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생겼다. 작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몰며 우리 땅크 세계 제일이라던 신형 전차가 열병식 도중 엔진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었던 것이다. 황당하게도 이 때 러시아와 중국의 2인자들이 참관하고 있었다.

 

그 뿐 아니다. 5월에는 자신들이 새로 만든 5t급 구축함을 청진조선소에서 보란 듯이 진수식을 했다 그랬다가 김정은이 보는 앞에서 기우뚱 옆으로 쓰러지더니 바닷물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북한이 자랑하는 ·미사일 강국의 실체가 사실상 낡은 장비들일 뿐임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전투력보다 선전력이 우선된 체제의 필연적 결과라고 지적한다.

 

김정은 정권은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지원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이 공개 조치에 따른 군 내부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파병될 것에 대한 병사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명분 없는 파병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도 점차 생겨나고 있다.

 

작년에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받은 국회정보위원회에서 북한 당국이 철저한 입단속과 함께 파병 군인가족들을 통제 관리하기 위해서 이들을 모처로 집단 이주 격리하고 있는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신뢰할만한 공식적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카더라 통신이 더욱 위력을 발하는 법이다.

 

병사들과 주민들 사이의 공포와 불신이 확대되면서 군의 사기 저하와 탈영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오죽하면 죽기 아니면 살기라고, 온통 지뢰밭인 비무장 지대를 넘어서 귀순할까.

 

군 내부의 혼란은 곧 체제 전체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창건 이래 총대의 힘을 체제유지의 핵심 수단으로 삼아왔다. 김정일은 특히 선군정치라고 하여 군대를 혁명(?)의 기둥으로 내세워서 북한 체제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보급난과 비리가 누적되면서 이제 그 총대가 체제의 버팀목이 아니라 잠재적 위협이 되자, 당국은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공포 정치만으로는 굶주린 병사들의 허기와 불신을 막을 수 없다. 장기간 지속된 경제난과 유엔의 제재, 그리고 바깥 정보 유입의 확대는 군 내부 불안감을 가속시키고 있다.

 

북한군은 더 이상 철저하게 이념적으로 무장된 군대가 아니다. 배급표가 사라지고, 생존이 최우선이 된 지금, 사상적 충성은 급속히 약화되었다. 굶주린 병사들의 귀순, 장비 결함, 무기 운용 능력 미숙, 간부 부패, 탈영 시도 등은 핵무기와 미사일이라는 강력한 체제 상징조차 굶주린 병사의 현실을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외부 제재와 경제적 압박이 누적되면서, 체제의 공포 통제 수단만으로는 군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75년에 월남(지금 베트남)의 사이공이 북베트남군에 의해 함락될 당시 외신 기자들의 보도에 따르면, 사이공(지금 호치민시)에 입성한 월맹군들의 군복이 누더기 차림이었고 일부 병사들은 군화도 없이 타이어로 만든 샌달을 신고 있었다고 했다.

 

지금의 북한군이 그 지경으로 가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북한군이 식량·탄약은 물론이고 군복·속옷·군화 같은 비소모성 물자의 공급도 제대로 못해서 병사들이 무릎이 헤진 군복을 입고 다니기도 하고 밑창이 닳거나 구멍이 난 군화를 그대로 신는 경우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북한군은 지금 붕괴하고 있다. 모든 국력을 기울여 오로지 핵개발에만 올인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붕괴하고 있는 북한군의 민낯은 곧 북한 체제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겉으로는 강력해 보이는 상징과 포장이지만 언제까지나 내부 취약성을 감추지는 못한다.

 

북한군이 보여주는현실은 체제의 한계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신호다. 우리가 이를 잘 감지해서 관리통제하는 한편, 우리 사회가 월남의 패망을 벤치마킹하면서 정치적으로 분열하지 않고 일관된 지도력을 발휘한다면 장차 한반도는 안정되게 번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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