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년, 분단 80년, 다시 통일로

이정구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5/10/31 [19:59]

광복 80년, 분단 80년, 다시 통일로

이정구 논설위원 | 입력 : 2025/10/31 [19:59]

올해 한반도 한민족이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에서 해방된 지 80년을 맞았다. 하지만 남과 북이 두 체제로 갈라져 끔찍한 전쟁을 치르고 군사적 대립을 유지해온 것도 80년째다.

 

이정구 논설위원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국내외 곳곳에서 열렸지만 분단의 현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다른 나라의 침략에서 벗어났지만 완전한 해방을 이루지는 못한 안타까움과 불안함이 국민 정서에 깔려 있다.

 

평화로운 두 국가 공존 체제의견 확산

 

통일은 민족의 염원이자 오랫동안 국민적 과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통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들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한국통일연구원(KINU)이 발표한 2024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2.9%였다. 조사 시작 이후 최저 수준이다.

 

통일이 개인에게 이익이 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30.6%에 머물렀다. 20대 응답자 가운데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20%대 중반에 불과했다. 통일이 개인적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3.5%였다.

 

다른 조사기관들의 결과도 큰 틀에서 유사하다.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통일이 필요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40% 안팎을 기록했다. 세대가 젊을수록 통일에 대한 거리감이 커지고, 실질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조사방법과 기관에 따라 수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일의 필요성 인식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공통된 흐름이다.

 

이와 같은 인식변화는 단순한 세대 간 시각 차이가 아니다. 한반도의 미래와 직결된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통일이 시대적 과제에서 개인의 부담으로 전환되는 순간, 그 사회는 더 이상 통일을 준비하지 않게 된다.

 

북측의 방향전환도 뚜렷하다. 북한 김정은은 2024년 초 통일은 필요 없다, 남과 북은 완전히 다른 나라로 따로 살아가야 한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북한 정권은 이후 남한을 적대적 별개의 국가로 규정하며 사실상 두 국가 체제를 공식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남한 내부에서도 평화로운 두 국가 공존 체제를 주장하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두 국가 평화체제론이다.

 

미래 세대가 통일의 가치를 체험해야

 

남과 북이 서로를 다른 나라로 인정하는 구도는 통일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분단의 고착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단순히 통일을 미루거나 의식을 희박해지는 수준을 넘어, 영구 분단의 길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세대가 통일을 준비하지 못한다면, 통일의 주체와 비전은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지금의 남북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통일을 추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지속적인 군사 긴장, 경제적 부담, 국제적 불안정이 뒤따른다. 현상 유지가 오히려 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통일에 대한 인식의 회복이 필요하다. 통일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평화와 번영을 위한 실질적 과제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향한 관심과 참여가 식을수록 남북 모두는 더 큰 위험과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통일은 정부의 정책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국민들 전체가 통일을 이해하고, 미래 세대가 통일의 가치를 체험해야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 청년 세대의 교류와 교육을 통해 통일의 의미를 생활 속에서 다시 발견해야 한다. 통일은 멀리 있는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이다.

 

 광복 80, 이제 다시 한반도의 완전한 해방과 광복의 날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통일은 언젠가 찾아올 일이 아니라, 준비하는 이들에게 찾아오는 미래다. 한반도가 다시 하나로 설 수 있는 날, 그날이 진정한 광복의 완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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