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11월 4일 공포, 시행된 개정 ‘통일부와그소속기관 직제’에 따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특징은 지난 윤석열 정부 때 개편한 것을 원상회복했다는 점, 부서명에 ‘평화’란 글자를 많이 넣은 것이다.
직제 개편으로 정원은 533명에서 600명으로 증원됐다. 윤석열 정부 때 축소된 인원(81명)의 80%가량이 회복됐다. 고위공무원단 직위는 1본부(가급) 1단(나급) 등 2개가 늘어났다. 이날 동시에 고위공무원 나급, 과장급 인사 발령도 있었다.”
통일부는 본부에 기획조정실, 통일정책실, 인권인도실, 정보분석국, 통일협력국을 두고, 소속기관으로 남북관계관리단,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북한인권기록센터, 국립통일교육원으로 두고 있다.
부서별로 통일협력국을 폐지하고 통일정책실과 통합한다. 통일정책실은 정책협력관 및 6과(정책총괄·한반도평화전략·한반도통합기획·시민사회소통·시민사회협력·국제협력기획과)와 1팀(국제협력증진팀)으로 구성된다.
전임 윤석열정부 때인 2023년 남북회담본부와 교류협력국,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등 4개 조직을 통폐합한 ‘남북관계관리단’은 폐지하고, 교류·협력 조직을 ‘평화교류실’로 복원한다. 평화경제기획관 및 6과(평화교류총괄·평화경제 제재관리·남북경제협력·접경협력·인도지원·기후환경협력과)로 구성된다.
역시 남북관계관리단에 합쳤던 개성공단 관련 업무가 분리됐다. 과거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의 이름을 평화협력지구추진단으로 바꾸었다. 개성공단의 정상화와 평화경제특구 조성, 평화협력지구 기획·추진 등을 맡는다.
남북회담본부는 부활한다. 남북관계관리단이 없어지면서 과거처럼 남북 간 회담 대책 수립, 회담 운영, 연락 채널 가동, 출입 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회담기획부장 및 5과(정치군사회담·경제인도회담·회담지원·회담운영연락·출입관리과)로 구성된다.
북한 인권문제를 주로 다루는 인권인도실, 장관 직속의 납북자대책팀을 폐지하고 사회문화협력국으로 재편한다. 실을 국으로 축소하면서 5과(사회문화협력기획·이산가족납북자·남북인권협력·자립지원·안전지원과) 1팀(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팀)으로 구성하게 된다. 정보분석국은 전임 정부 이전에 사용했던 ‘정세분석국’으로 명칭을 되돌린다. 국립통일교육원은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으로 이름을 바꾼다.
통일부 장관 직속 국장급 조직으로 한반도평화경청단이 신설된다. 경청단은 1과(평화공존과)와 2팀(민간참여·사회적대화팀)으로 구성한다.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 인터뷰]
-정부가 통일부 조직을 개편하고 업무분장을 대폭 바꾸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9월 경, 통일부 조직이 대폭 축소되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부는 대북지원부처럼 일하면 안 된다’는 지적과 함께 장·차관과 대통령실 통일정책비서관이 동시에 외부 인사로 교체되었고, 정원 81명 감축 등의 조치가 있었다.
당시 조직개편에서 가장 크게 지적된 것은 정부조직법에 명시된 통일부의 핵심 업무인 '남북교류협력'과 '남북회담 기능'을 통폐합 한 것이었다. 이는 당시 국회 야당에서도 강하게 지적했던 부분이었다.
따라서 이번 조직개편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훼손되었던 대화 및 남북교류협력 기능을 복원하고, 통일부의 기능을 전반적으로 정상화하는 데 두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정과제 실현과 정책성과에 집중하고, 조직은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번 조직개편은 특별한 필요성이 있었나?
“2년 전의 조직개편은 오랜기간 통일부 근간을 유지해왔던 조직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꾸었던 조치로 본다. 그런 만큼 교류협력과 남북대화 기능의 복원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한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통일부가 얻고자 하는 최종 목표(또는 기대 효과)는 무엇이며, 예상되는 문제점과 이를 극복할 대책은 준비되어 있는가?
“이번 조직개편의 가장 큰 방향은 다시 말하지만,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기능의 복원이다. 이 외에도 중요한 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한반도평화경청단의 신설이다. 장관 직속의 국장급 조직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완전히 새로운 조직이다.
두 번째는 개성공단 지원 조직의 복원이다. 2개 과인데, 먼저 개성공단 관련 기능을 담당하는 과를 다시 살렸다. 그리고 접경지역 개발을 담당하는 과를 만들어 평화경제특구 조성 등 법률 시행에 따른 접경지역 개발지원 기능을 강화했다. 이 두 과를 합쳐 과거 개성공단지원단의 후속 조직으로 평화협력지구추진단을 신설하였다.
이러한 개편에도 불구하고 부담이 있다. 현재 남북관계는 1971년 남북회담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6년 이상 대화, 교류, 접촉이 완전히 단절된, 매우 경색된 상황이다. 특히 북한이 ‘적대적 2국가’ 노선을 내세우며 남북관계 재개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통일부는 조직 정상화 다음 단계로, 남북관계복원이라는 막중한 숙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내부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직원들의 불편과 불만이 있을 텐데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가? 또 개편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별도의 직원 오리엔테이션 교육 같은 것이 있는가?
“사실 2년 전의 조직개편 내용이 통일부가 그동안 해왔던 일과 달라서 오히려 혼란스러워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원래대로 기능이 복원되는 것이므로 직원들은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직원들은 담당 과장을 통해서, 혹은 선배 직원을 통해서 배울 수 있을 것이고, 업무 내용도 기존에 해오던 것이라 내부적으로 어려움이나 혼란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국민적 의견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제도 개정부터 먼저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있는 데...
“통일부 직제에 대한 말이라면, 결국 중요한 것은 통일부가 국민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이다. 우리 내부 조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정부내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새로 신설된 ‘한반도평화경청단’ 조직은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듯한데, 경청단 구성을 어떻게 하는가? 사회 각계각층의 대표를 불러들이는가?
“아니다. 한반도정책경청단은 공무원 조직이며, 통일부 공무원으로 구성한다. 장관 직속이다. 이 조직은 국민적 합의를 강화하기 위한 필요성에서 만들어졌다.
주요 임무는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여론을 정책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처럼 오래된 정책을 현실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작업을 예상할 수 있다. 남북기본협정 체결 등 국정 과제에 포함된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서도 국민적 합의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
향후 운영은 경청단 직원들이 사회적 대화나 의견 수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으로 본다.”
-정동영 장관은 취임 직후 통일부 명칭을 평화협력부나 남북관계부 등으로 바꾸려다가 여론 때문에 결국 현 명칭을 존치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번 직제개편 부서명을 보니, 유독 '평화'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다. 결국은 통일부 명칭을 변경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직제개편시 평화란 단어를 많이 넣어서 부서명으로 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서 명칭 문제에 대해서 장관은 시급한 현안이 많고, 반대 의견도 있어 지금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당장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장관이 강조하는 건 ‘평화 공존’, 즉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2국가’이다. 이는 지난 정부 때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어, 그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북한도 대한민국을 여전히 적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지금 가장 시급한 건 평화의 복원과 공존이다. 이런 인식 아래 조직 명칭에도 ‘평화’를 강조한 것이다.”
-이런 직제 개편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우리가 북한에 저자세를 취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국민에게도 그런 인상을 줄 수 있다. 또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인권탄압을 외면하거나,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오해받을 여지도 있다. 북한이 직제 개편을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첫 번째, ‘저자세’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다르게 봐야 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각 부처는 고유 역할이 있고, 통일부는 남북관계를 다루는 만큼 북한을 이해하고 대화의 틀을 만드는 게 본연의 임무다. 평화공존을 위해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를 저자세로 비판한다면 통일부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 된다.
이번에 만들어진 남북회담본부나 평화협력실은 오래전부터 있던 조직으로 북한에도 익숙하다.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말한다면, 자유권, 사회권 등 여러 측면이 있다. 적대적 긴장 속에서 전단을 뿌리고 확성기를 트는 방식보다, 개성공단처럼 5만 명이 넘는 북한 근로자가 우리 기업에서 일하며 복지를 누리던 때가 오히려 정보유입과 인권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있다. 이건 충분히 토론할 만한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신호가 아니라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하면 되는가? 결국 이번 조직개편은 평화적 2국가론을 구현하기 위한 조직 같은데, 그렇게 봐도 되는가?
“통일부는 통일부의 역할이 있고 그 입장에서 충실히 했다는 뜻이다. 평화적 2국가론에 대한 오해가 많다. 논란의 핵심은 '2국가'에만 방점을 찍고 이를 '통일 포기론'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2국가'로 정확히 개념을 규정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평화적 2국가론은 남북연합 식으로 가서 약간 연방제와 비슷한 뉘앙스를 풍긴다. 왜냐하면,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고 그 위에 연방 형태의 정부가 있는 구조로 가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혹시 연방제를 염두에 두거나 그런 사고가 근저에 있는 것이 아닌가?
“대한민국의 공식 통일방안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통일은 세 단계로 추진하게 된다. 1단계가 화해·협력, 2단계가 남북연합, 3단계가 통일국가 완성이다. 1989년 한민족공동체방안 수립시, 남북연합이란 개념을 유럽공동체나 노르딕연합체처럼 별개의 국가가 공존하며 협력하는 형태로 설명했다.
이런 개념이 등장할 수 있었던 건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면서 국제법상 별개의 국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화적 2국가’란 남북기본합의서의 특수관계론,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2단계 남북연합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연방제와는 전혀 관계없는 개념이다.”
-기존 국립통일교육원을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으로 부서 이름을 바꿨는데, 명칭에 평화, 민주, 통일, 공존은 담겼지만, 정작 안보, 인권, 자유 같은 중요한 요소가 빠졌다. 부서 이름만으로 봤을 때, 인권, 안보, 자유 교육이 축소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안보 등 교육 기능은 여전히 국방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할 수 있다. 과거 서독에는 연방정치교육원이 있어서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하였다. 이번 정부가 지향하는 것도 비슷하다. 독일이 “다시는 나치 시대처럼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는 국민을 만들지 말자”는 반성을 바탕으로 비판의식을 갖춘,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려 했다. 우리도 국가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비판적인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남북문제를 둘러싼 심각한 남남갈등도 풀 수 있다는 인식, 그런 시대적 요구와 필요가 이번 개편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