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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미국의 선제타격으로 시작된 미·이란간의 전쟁은 세계경제를 뒤흔든 상태에서 파키스탄의 중재로 한시적 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쟁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핵문제는 외교의 영역을 넘어 군사행동의 명분으로 제공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핵보유국 지위는 선언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의 질서 속에서 신뢰로 인정될 때만 성립한다. 더구나 그 목적이 자국 방위의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하는 순간, 핵은 곧바로 국제사회의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중동전쟁은 그 냉혹한 현실을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된 것이다.
어쩌면 중동전쟁에 대해 이란은 NPT(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이 곧바로 국제법적 정당성을 갖는다고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적대국의 핵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군사행동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드러난 것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 높은 핵개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준, 즉 레드라인을 짚어준 계기가 되었다. 그 기준에 대한 근거로 첫째, 이란의 핵개발이 지역 안보를 직접 위협했다는 점. 둘째, 그에 따라 중동 내 핵확산 우려가 커졌다는 점. 셋째, 이란의 국내 통치 불안정성이 외부 압박의 명분으로 활용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만일 이런 점에서 비슷한 시각으로 한반도를 바라본다면, 북한의 핵개발과 현재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판단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과 이란 두 나라의 경우가 다를 수도 있다. 지정학적 환경도 다르고, 핵개발 수준도 다르며, 주변국의 대응구조 또한 같지 않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이번 전쟁에서 보인 레드라인을 훨씬 깊이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그 이유로 △북한은 핵무기와 각종 운반체 개발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겨냥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해 왔다. △북한의 핵보유는 동북아 전체의 군비경쟁과 핵대응 논의를 자극하며 지역의 핵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장기 독재체제 아래에서 핵무기 통제의 불투명성과 내부 불안정성이 국제사회로 부터의 핵안전에 대한 신뢰가 바닥난 상태이다.
문제는 북한이 단지 핵을 방어목적이 아니라 핵의 선제사용 가능성과 공격적 운용 의도까지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2003년 NPT에서 탈퇴하고, 2006년부터 6차례의 핵실험과 운반체계 등 핵무기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핵 완성국을 선언했다. 핵개발이 외세로부터의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 예로 북한은 2022년‘핵무력정책법’을 통해 핵무기를 임의적 선제사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지휘주체의 유고 시 자동적으로 핵 타격을 실시하도록 규정한 것은 유사시 핵을 사용한 보복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핵은 거의 만능열쇠처럼 여겨왔을지 모른다. 안보적으로 어느 나라도 북한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고, 대외적으로 협상력을 힘껏 높일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힘 있는 최고 지도자로서 군림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물건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 개발한 핵무기는 북한의 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만들었다. 대외협상에서 경제적인 이득을 본 사례도 없다. 오히려 끊임없는 대북제재로 인해 어렵게 조성된 경제특구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관광지 개발을 통해 정상국가로서의 발돋움하려는 노력도 막연하고 허무해 보일뿐이다.
이제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만일 주변국의 북핵 대응 능력이 강화되고 재래식 무기가 더욱 고도화 될 경우, 북핵의 전략적 가치는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유지해온 핵 중심의 비대칭전략은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는 뜻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무제한 유효한 것이 아니라 유통기한이 찍혀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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