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개정안의 문제...그 해법 찾으려면

윤현중 기자 | 기사입력 2026/05/13 [15:26]

헌법 개정안의 문제...그 해법 찾으려면

윤현중 기자 | 입력 : 2026/05/13 [15:26]

헌법은 권력의 감정풀이 수단이 아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헌법 개정안은 비록 부결되었으나,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고 말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향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개정안의 내용도 그렇지만, 발의자의 제안 이유에서 밝힌 불편한 문구들이다.

  윤현중 논설위원

헌법은 국가의 근본 질서이자 미래 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최고 규범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헌안은 제안 이유에서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감정적이고 편향된 문제의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헌법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 양대 축에서 민주화만 중요한가

개정안은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 등을 명시하며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양대 축을 통해 오늘날의 번영을 이룩했다. 산업기반 구축과 경제성장의 역사를 배제한 채 특정 민주화 운동만을 선별하여 헌법에 기록하는 것은 역사 해석 논쟁을 끝없이 반복시킬 위험이 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수록 문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숙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역사적 평가와 해석에 시각차가 존재하는 사안을 서둘러 헌법에 명기하는 것은 사회통합보다 갈등 증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헌법전문을 특정 진영의 역사관을 새기는 곳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전문은 국민통합을 상징하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으로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것인지

가장 심각한 대목은 계엄조항 개정내용이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 국회 승인을 즉시 받게 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민주적 장치 같으나, 제안 이유서에 전임 정권을 겨냥한 위헌·위법계엄은 꿈조차 꾸지 못하도록”, “두 번 다시 없어야 할 일이라는 격한 감정적 표현을 봤을 때 아닌 듯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헌법은 특정 세력을 응징하거나 정치적 보복을 가하는 도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개악(改惡)하면, 대한민국은 손발이 묶이게 될 것이다. 분단국가로서 유사시나 위기가 많은 나라에서 행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할 능력이 없어도 좋은가? 6.25전쟁 같은 사변이 일어나도 국회의원들이 모일 때까지 속수무책 기다릴 것인가? 너무나 어이없는 발상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가뜩이나 비대해진 국회의 권한을 더욱 강화해 입법 독주’, 의회권력 강화의 길을 열어주려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국회의 특권축소이지 권한확대가 아니다.

국가사회주의 냄새 나는 헌법으로 고치겠다는 위험한 발상

지역균형발전을 명목으로 국가가 국민의 삶의 질을 균등하게 보장한다는 조항 역시 논란의 소지가 크다. 국가가 개인의 삶의 수준을 직접 맞추려 들면 필연적으로 국가 개입이 커지고 개인의 자율성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는 과도한 재정지출과 포퓰리즘으로 이어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경제철학은 정강(政綱)이라면 몰라도 헌법에 고정시키는 것은 국가 운영의 유연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위험한 발상임을 발의자들은 알아야 하고 국민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 중임제 개헌은 어디로 갔는가

이번 개헌 논의는 국민적 공감대보다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돌발적으로 제기되었다. 정작 오랜 시간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대통령 4년 중임제같은 핵심의제는 실종되었다. 대신 국민 다수가 별로 공감하지 못하는 내용이 전면에 등장했다.

개헌은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여야 합의와 국민적 동의로 만든 1987년 헌법을 고칠 명분이나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더 좋은 헌법을 만들 수 있지 않는 한 뜯어고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에 하나 개정하더라도 민주주의 원칙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헌법은 어느 한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손쉽게 고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개정의 의사정적수를 강화했고 국민투표까지 하게 되어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문제는 헌법규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권력을 가진 자들이 헌법정신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데서 비롯되었다. 법제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발의자 포함 정치권 인사들은 권력절제와 신뢰회복을 통해 스스로 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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