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등교육기관의 서열화와 사교육의 등장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0/03/23 [14:03]

북한중등교육기관의 서열화와 사교육의 등장

통일신문 | 입력 : 2010/03/23 [14:03]

1984년 수재학교로 평양제1중학 설립

 

1990년대 말 북한 당국은 수재교육 강화라는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면서 기존의 평등지향적 교육정책에 수정을 가하게 된다.

수재교육 강화는 이를 통해 첨단과학기술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함으로써 경제적 발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제1중학교로 대표되는 수재교육의 질 제고를 통해 일반 학교의 교육 수준 향상에도 파급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교육예산과 교육적 자원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제1중학교 등 수재교육기관에 대한 집중적 지원은 일반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의 축소를 의미했고, 이는 결국 일반 중등교육의 질적 저하와 일반학교와 수재학교 간 교육 격차 심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중등교육 수준에서 수재교육 시스템은 1984년 김정일의 지시로 평양제1중학교가 설립되고 이듬해 각 도 소재지에 총 12개의 제1중학교가 설립되면서 도입되었는데, 특히 1999년에는 전국 시·군·구역마다 제1중학교를 1개교씩 추가 신설하는 조치에 따라 제1중학교가 200여개로 증가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모아서 효율적으로 가르친다는 의미가 아니라, 중등교육체계 전반을 평양제1중학교-도제1중학교-시·군·구역 제1중학교-일반제1중학교의 서열화된 체계로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학교 등급에 따른 국가적 지원과 학생들의 학력, 대학 진학 가능성에 큰 편차가 발생하였다.

북한에서는 대학입시가 자율경쟁이 아니라 각 학교별로 입학시험 응시가 가능한 인원을 배정해주고 그 인원에 한해 시험을 보도록 하는 체계로 되어 있는데, 일반중학교 재학생들에게는 대학입학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상당히 제한된다.

제1중학교 선발과정은 소학교 4학년때 전국적인 시험을 실시하여 제1중학교 입학생을 선발하여 배치하고, 중학교 3학년때 다시한번 시험을 실시하여 일반학교에서 제1중학교로, 제1중학교 중에서도 높은 등급의 학교로 편입할 학생과 제1중학교에서 일반학교로 떨어뜨릴 학생을 선발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제1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한편 2000년대 초반 간부정책에서 학력과 실력이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되면서 대학 입학 경쟁도 치열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제1중학교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경제적 능력이 있는 학부모들이 개인교사를 구해 입시과목인 수학, 과학, 외국어, 국어 과목의 과외교육을 맡기는 사교육이 출현하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난 이후 교원들이 교직을 통해서는 생계유지가 어려웠기 때문에 개인지도를 생계유지의 방편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사교육 확산의 요인이 된다. 경제난 시기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직장을 떠나 장사 등의 생계 방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교원은 노동의 속성상 일터에 긴박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교원들은 노동시간 이외의 여가시간이나 노동시간 일부분을 활용해서 시장과 연계된 상행위를 하거나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개인적으로 판매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해나갔다. 이러한 생계유지 방식은 2000년대 들어서 교원에 대한 배급체계가 일정정도 복구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북한에 사교육이 보편화되었다거나, 공교육을 대체하고 있다거나, 북한 교육의 한 축을 구성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남한의 학원처럼 제도화된 사교육 기관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해방 후 줄곧 국가가 주도하는 공적 영역이었던 교육의 작은 일부분이 사적 영역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교육의 출현과 사부담 공교육비의 증가는 단순히 양적인 비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바로 교육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전 시기에 북한에서는 교육은 국가가 국민을 키워내는 공적인 일이고, 그러한 국가의 의지를 대행하는 사람이 교원으로 인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사교육의 등장과 확산은 교육이 부분적으로 개인적인 영역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출처: ‘새터민의 증언으로 본 북한의 변화’(통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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