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바로알기(21) 북한의 스포츠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0/03/23 [14:17]

북한 바로알기(21) 북한의 스포츠

통일신문 | 입력 : 2010/03/23 [14:17]

체육의 대중화·생활화 위해 상당한 체육 인프라 구축

황인표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평양 중심의 능라도, 양각도 경기장을 비롯하여

빙상장, 삼지연스키장, 강계롤러스케이트장 등

모든 종목의 스포츠를 양성하고 있다.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못지않은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가 동계 스포츠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 솟은 계기가 된 금 번 동계 올림픽의 환희는 기대한 것이 이루어진 동시에 의외의 반전이 기쁨의 크기를 두 배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기쁨 속에서 2명의 미니 선수단을 파견한 북한을 눈여겨 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남자 피겨 싱글의 리송철 선수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고현숙 선수는 상당한 기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고, 고현숙은 500m, 1000m에서 각각 9위와 13위를 차지하였다. 투기나 구기 종목에서 종종 이변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은 적이 있으나, 피겨나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의 선수들도 양성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궁금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를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북한도 스포츠(북한에서는 주로 체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함)를 중요한 정책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국방체육의 전인민화’와 같은 구호 속에 체육법(1997년 제정)을 만들고, 체육의 대중화·생활화를 위해 상당한 체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 중심의 능라도, 양각도 경기장을 비롯하여 평양 빙상장, 평양 골프장, 삼지연 스키장, 강계 롤러스케이트장이 등이 있어 거의 모든 종목의 스포츠를 양성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개인의 심신 앙양이라는 본질 목적보다는 북한 사회의 특성에 따른 몇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는 점이 다소 다르다.

 

전 인민들 체육에 동원

 

북한에서는 공산주의 인간형을 만들기 위해 많은 제도들이 운영되는데, 체육은 공산주의 인간형을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로 간주되고 있다. “혁명적인 사상과 깊은 지식과 건장한 체력은 공산주의적 인간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풍모이며 자질이다.”(테제, 제 2장 3절)라고 하여 체력의 증진과 체육 교육이 사상성을 강화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밑거름에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북한 체육의 가장 큰 특징은 ‘국방 체육’이라는 것을 통해 전 인민을 체육에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김일성이 1971년 ‘체육을 국방 체육 위주로 전인민화하고 체육 기술을 빨리 발전시키라’는 교시이후, 김정일이 1986년 재차 강조함으로써 확고한 원칙이 되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운동선수들은 국내외 각종 경기에서 지켜야 할 4가지 원칙으로 ‘사상전, 투지전, 속도전, 기술전’이 기본자세로 제시되어 있다. 이 영향인지는 몰라도 권투나 탁구, 레슬링 등에서 상당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날치기 사격술(속사 권총)’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의 스포츠를 이해하기 위한 체육 영역에서의 특징적인 원리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 체육은 김일성이 항일 혁명 투쟁 시기에 독자적으로 창안하였다는 ‘혁명적 체육 전통’을 기본으로 모든 정책이 입안되고 집행된다. 따라서 체육 사업을 충실히 수행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김일성 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여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이 이른바 혁명 투쟁의 원리이다.

둘째, 집단주의 원리이다. 북한의 스포츠 이념의 핵심에는 집단주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집단주의 이념은 구소련의 크루프스카야와 마카렌코에 의해서 정립 체계화된 원리로 중국에서는 ‘군중 관점’으로 표현되고, 북한에서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구호 속에 포함되어 있다. 북한의 경우에는 그것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북한 헌법, 제 63조 참조). 집단주의 원리의 구체적인 구현은 집단체조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개방화와 국제적 추세 보여

 

북한의 집단체조는 우리의 카드 섹션과 메스 게임을 음악과 함께 결합한 것으로 방대한 규모로 행해진다. 이외에 집단달리기는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 드리는 충성의 편지 달리기’, ‘붉은기 쟁취를 위한 혁명전적지 이어 달리기’,’조국통일달리기’등의 형태가 실시되고 있다.

셋째,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체육을 국방과 연결하고 있는 점이다. 그들이 말하는 국방체육이다. 북한의 국방체육은 1948년 소련의 ‘인민 체력 검정 제도’를 모방하여 도입되었으며, 1959년 “스포츠·국방·노동”의 3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킨다는 명분으로 창안되었다. 최근에는 그것을 ‘체육법’에 명문화하여 강조하고 있다(법 제 19조). 심지어 체육교육의 사명을 ‘청소년 학생들의 체력을 증진시켜 로동과 국방을 튼튼히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국방체육에서 주 종목은 산악 행군, 장애물 극복 경기, 수류탄 던지기, 낙하산타기 등 30여종에 이르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의 한 영역으로 실시되었던 ‘체력장’을 생각나게 한다.

넷째, 체육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체육을 대중화하고 일상화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으나, 북한에서는 그것을 다소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작업 중간에 모두가 모여서 하는 ‘업간체조’가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고, 집단적인 체육 활동을 일상적으로 많이 하도록 하고 있다. 체육 월간, 체육의 날을 지정하고, 모든 인민들에게 ‘인민체력 검정’의 의무를 부과하며(9세부터55 또는 60세까지), 과외 체육 및 체육 소조 활동을 장려하고, 가정에서도 체력을 단련하도록 법에 규정을 하고 있다(제18조).

김일성 사후 북한 체육이 대외적으로 상당히 위축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북한의 스포츠 영역에서는 몇 가지 변화된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 한 때, 스포츠 용어에 있어서 외래어 표기 자제라는 문화어 정책에 따라 ‘핸들링’을 ‘손다치기’라고 하거나 ‘프리킥’을 ‘벌차기’라고 하다가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논리에 직면하자 국제적 용어로 회귀하였다. 1997년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적인 기술 및 전술체계에 의거해서 종목들을 프로화 할 것”이라고 지시함에 따라 리명훈 선수 같이 프로 진출의 길이 트이기도 했다.

스포츠 영역에서도 개방화와 국제적 추세를 어느 정도 따르려는 노력이라고 평가된다. 할 수 있다면, 이러한 상황에 맞추어 남북 스포츠 교류를 좀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스포츠 교류는 특별한 정치적 이념과는 무관하게 교류 당사자들의 동질성을 증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교감의 장(場)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북한에서는 ‘키 크기 체육활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으로 학생들의 영양 결핍 현상이 신체적 성장 장애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데, 담임 교원들의 책임과 역할 하에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안타까움이 저며 오는 구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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