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바로알기 22] 북한에서의‘화폐’란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0/03/29 [11:15]

[북한바로알기 22] 북한에서의‘화폐’란

통일신문 | 입력 : 2010/03/29 [11:15]

통화가치로서의 기능 하지 못해

 

강석승 行博,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대우교수

 

대부분의 주민들은 임금을 타도 물품 구입,

음식을 사먹는 것,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꿈’에 불과할 뿐 그야말로 무용지물에 불과

 

북한에서는 화폐가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할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기능을 한다”라고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북한에서도 일견 우리나라와 같이 ‘원’을 화폐단위로 하고 있지만, 이 돈을 가지고 자유롭게 물품이나 서비스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주요 국영상점에서 돈을 가지고 물건을 구입하거나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처럼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가 없으며, 일종의 ‘쿠폰'과 같은, 사전에 국가로부터 할당된 '배급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많은 화폐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이른바 웃돈이나 뇌물을 바쳐야만 소기의 목적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구입하고자 할 경우 우리나라에서처럼 전국 어느 곳이나 자유롭게 가서 자신이 원하는 종의 자전거를 마음껏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전거를 구입하려면, 자기가 속한 인민반이나 직장에 미리 신청을 하고 당 차원에서 할당된 자전거가 배정되기를 기다려야 하며, 이 경우에도 미리 정해진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 기간은 당성이나 업무성취도에 따라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소속된 직장이나 인민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수개월이나 몇 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평양에서 유명하다는 옥류관의 냉면을 먹을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냉면 값을 치를 수 있는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마음내키는 시간에 무한정 냉면을 사먹을 수가 없는 것이다. 냉면을 사먹을 수 있는 배급표가 있다면, 이것을 돈과 함께 제출하고 먹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이 배급표를 얻기 위해 나름대로 갖은 노력을 해야만 냉면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신의 임금을 타도 이것을 가지고 물품을 구입하거나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꿈에 불과할 뿐 그야말로 무용지물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90년대 중반부터 평양시내 등 주요 도시에 개설된 '통일시장' 등 종합상점이나 이른바 '농민시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는 자기가 사고 싶은 물건이나 음식을 구입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그 수량에는 엄격한 한계가 있으며, 특히 국영상점에서는 앞에서 말한 배급표에 상당하는 쿠폰이 필요하다. 설령 여기저기에 나름대로 손을 써서 운이 좋게 고가의 물품을 구입하였다고 하여도 그 이후가 문제이다. 즉 그 돈이 어디에서 생겼는지 철저하게 조사를 받게 마련이며, 잘못할 경우 반혁명분자나 간첩으로 누명을 쓰기가 십상이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보통 주민들의 실상이다.

또한 농민시장의 경우도 값비싼 물품이나 많은 양의 물품을 구입할 경우, 주의 사람의 밀고로 보안소의 추궁을 받기 마련이며, 이 경우에도 예외 없이 큰 후과를 치를 위험이 매우 크다.

특히 농민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식량이나 먹을거리, 생필품의 가격은 국가가 배급해주는 국정관리가격과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매달 2000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실제적인 구매력은 매우 약한 편이다.

왜냐하면 쌀의 경우 국정가격은 1kg에 40-50원선에 불과하나 농민시장에서는 800-1,000원으로 20-30배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 달 임금을 가지고는 겨우 2kg 정도밖에 구매할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 지난 2009년 11월말을 기해 전격적으로 단행된 화폐개혁 조치 때문에 쌀을 비롯한 생필품의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에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마음대로 구매를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오늘의 북한현실인 것이다.

특히 당이나 국가에서 주요 생필품의 수량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하기 때문에 많은 돈을 감추어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있으니, 북한에서의 화폐란 통화가치로서의 기능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주민들은 무용지물로 화한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여행이나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마음대로 이동하여 물건을 살 수도,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도 없는 엄혹한 현실 속에서 그저 받은 임금을 모아두거나, 아니면 “군대 원호사업에 쓰도록 바쳐야 하는”, 우리가 생각조차 하기 힘든 사회에 사는 것이 바로 북한주민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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