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바로알기27. 북한의 역사관(2)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0/05/24 [13:38]

북한바로알기27. 북한의 역사관(2)

통일신문 | 입력 : 2010/05/24 [13:38]

합법칙적 역사발전 이끄는 것은 ‘사람’이다 주장

 

강석승 │行博,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대우교수

 

3.1독립운동을 ‘3.1인민봉기’로 지칭

노동자, 농민,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일으킨 계급투쟁 인민봉기로 규정

 

 

북한의 역사관이 마르크스-레닌의 유물사관에 기초하고 조선노동당의 유일사상인 주체사상으로부터 파생된 역사인식의 틀인 ‘주체사관’이란 점은 널리 알려져 온 바와 같다.

이런 주체사관에 따르면, 역사는 합법칙적으로 발전하며, 그 발전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면서, 인민대중이 역사의 주체로서 “인류역사는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위한 투쟁의 역사”, “사회역사적 운동은 인민대중의 창조적 운동”, “혁명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사상인식”이라는 식의 주체사관을 도출하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역사를 인민대중의 역사로 보아 외세의 침략에 대한 투쟁인 반제(反帝)투쟁과 내적 모순에 의한 반봉건투쟁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투쟁에서의 최고핵심으로 ‘지도(指導)’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무지한 인민대중이 투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같은 영명한 지도자의 존재가 절실하다고 선전하면서 유일사상체계의 정통성 마련을 위한 역사적 근거를 조작, 날조, 왜곡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몇 가지 대표적인 역사적 사실을 북한은 어떤 식으로 해석,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3.1독립운동의 경우를 살펴보자. 북한은 이에 대해 ‘3.1인민봉기’라고 지칭하여 우리와 궤를 달리하고 있다. 즉 이의 성격을 노동자, 농민, 학생이 주체가 되어 일으킨 계급투쟁 성격을 띤 ‘인민봉기’로 규정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주도한 33인을 일제에 투항한 비겁자, 변절자 등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 대신 김일성의 아버지인 김형직이라는 인물을 중심인물로 부각시키면서 그가 “평양에서 몸소 키운 애국청년학생들과 인민들을 지도하여 삽시간에 서울 등 전국으로 퍼진 인민봉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운동이 민족대표 33인이 서울에 있는 탑골공원에 모여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을 선언하노라...”로 시작되는 장문의 독립선언서를 낭독함으로써 전국적 규모의 독립운동이 촉발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가운데 그 발원지와 주동인물을 평양과 김형직으로 뒤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즉 북한에서는 “당시 평양숭실학교의 교사였던 김형직이 학생들에게 독립정신을 심어주고, 이들을 3.1봉기의 주도세력으로 양성하여 평양 장대제에 있던 숭덕여학교 운동장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함으로써 북부지방에서 남부지방으로, 철도 인근지역에서 교통과 통신이 불편한 산간지역으로 점차 확산되었다”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보여준 행동에 대해 “반민족적이고 반인민적인 배신행동으로, 일제 강점자들에 대한 비굴한 투항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무저항 만세운동만을 주창함으로써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요인을 제공했고, 이 운동을 주도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태화관이라는 음식점에서 독립을 선언했으며, 이들 스스로가 조선총독부에 전화를 걸어 투항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아무리 지나간 역사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지사라고 하지만 어떻게 이렇듯 그럴 듯한 논리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지 우리의 건전한 상식과 통념만을 가지고는 이해나 납득조차 어려운 북한의 이런 행태는 이 운동의 실패원인이 “거족적인 반일항쟁이 탁월한 수령의 영도, 혁명적인 계급과 당의 영도를 받지 못한데 있다”고 하는 점에서는 거의 기가 찰 정도로까지 이른다.

특히 미국의 선교사 등을 통해 무저항주의를 전파하며 일제의 탄압을 방관함으로써 3.1운동이 실패하게 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 그리고 당시 7살에 불과하였던 김일성의 현명한 영도를 운위하면서 민중봉기가 무장투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실패하였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게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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