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바로알기 37. 당 대회와 당 대표자회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0/08/27 [14:23]

북한바로알기 37. 당 대회와 당 대표자회

통일신문 | 입력 : 2010/08/27 [14:23]

김정은의 권력승계 위한 첫 공식 무대 될 듯

 

정상화│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당 대표자회는 당 정책과 전술의

긴급한 문제를 토의, 결정하는 것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후보위원 등을

제명하고 보선하는 것이 주요 목적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지난 6월 26일 당 대표자회를 오는 9월 초에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44년 만에 열리는 이번 당 대표자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후계자가 될 것임을 내외에 알리는 공식 무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에게는 없는 이 당 대표자회는 어떠한 성격의 대회이며 비슷한 이름의 당 대회와는 어떻게 다를까.

북한은 노동당이 통치하는 국가임이 헌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 우리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가 형식상 최고 주권기관으로 입법권, 예산권 등을 행사하고 있으나 실제로 북한을 통치하는 기관은 최고권력자와 노동당이다. 북한 정치과정에서 김정일과 당은 정책을 결정하고 최고인민회의는 이를 추인하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전 인민을 대표하는 최고인민회의는 매년 열리며 정기회의와 임시회의의 두 종류가 있다.

당원들의 의회라고 할 수 있는 당 대회는 노동당의 최고기관이다. 당원들의 대표가 모이는 모임으로 5년에 한번 당 중앙위원회의 소집에 의해 개최되나, 북한의 다른 대의기관과 마찬가지로 필요에 따라 소집이 늦어지거나 빨라질 수 있도록 법률로 규정돼 있다.

당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당 중앙위원회가 최고지도기관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는 당 중앙위원회가 실질적인 권력 장악조직이라는 의미이며, 실제로 당 대회는 지금까지 중앙위원회나 정치위원회의 사업 계획이나 보고 혹은 결정사항들을 승인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한편, 당 대표자회는 당 정책과 전술의 긴급한 문제를 토의하고 결정하는 것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 및 준후보위원을 제명하고 보선(補選)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원칙적으로 5년마다 당 대회 사이에 개최하도록 돼 있으나 당 대회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개최돼 오지 않았다.

1958년에 제1차 그리고 1966년에 제2차이자 마지막 당 대표자회가 열렸다. 두 대표자회 모두 반(反)김일성 성향의 당 중앙위원 제명과 추종 인사의 임명이 주목적이었다.

당 대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기능을 갖는다고 보기 힘든 당 대표자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다른 공산국가 대표들을 초청하는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다. 공산 국가들의 당 대회에는 다른 공산주의 형제국의 당 대표들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다.

북한의 이번 당 모임이 당 대회가 아니라 당 대표자회의 형식을 지닌다는 것은 북한이 외국 대표들을 초청하기 꺼리거나 외국들이 대표를 파견하기 꺼린다는 의미다. 이는 이번 당 대표자회가 3대 권력세습이라는 미묘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북한 경제가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지만 실은 중국이 참석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에 당 대회보다 격이 낮은 당 대표자회라는 형식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외국이라고 하지만 그 핵심이 중국이라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으로서는 천안함 사건으로 한미와 마찰을 빚고 있는 마당에 김씨 부자 권력세습까지 후원한다는 비난을 받기는 싫었을 것이다.

마지막 당 대회는 1980년이었다. 당시 제6차 당 대회는 김정일 후계체제를 공식화했다. 이 대회에서 김정일은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에 선출돼 누가 김일성의 뒤를 잇는 후계자인가를 내외에 확실하게 공포했다. 이번 2010년의 제3차 당 대표자회는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위한 첫 공식 무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을 옹위할 친위세력들이 대거 주요 당 권력기관으로 진출할 것이다.

당이 지배하는 국가인 북한에서 당 대회나 당 대표자회가 정기적으로 개최되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마지막 개최가 각각 30년과 44년 전이었다는 사실은 이 나라는 당이라는 공식 조직이 아니라 자연인인 최고권력자가 통치하는 정치체제임을 말하는 것이다. 독재자의 권력구도가 안정이 되면 당 모임을 별도로 가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세계화가 본격화된 지 20여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적화혁명과 주체사상에 집착해 핵 등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국가가 북한이다. 공산주의라는 정치이념을 앞세운 국가가 왕정체제에서처럼 3대에 걸쳐 통치를 하겠다니 이런 모순이 없다.

제대로 먹고 입지도 못하면서 감시와 통제에 시달리는데 요즘 물 관리까지 안 돼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 주민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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